
연극 매니아, 그 중에서도 체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9월 18일부터 10월 19일까지 진행되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서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홉’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체홉의 본고장인 러시아의 ‘바냐아저씨’와 ‘바냐아저씨’를 아르헨티나식으로 해석한 ‘비련의 여인을 바라보는 스파이’, 한국의 ‘벚꽃동산’, 체홉의 작품은 아니지만 체홉의 아내 ‘올가 크니페르’의 이야기를 창작극으로 만든 칠레 연극 ‘체홉의 ‘네바(NEVA)’ 까지, 올해 축제에는 유독 체홉 작품이 많다. 올 가을,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체홉의 고전에 물들어 보는 건 어떨까.
유려한 현대화, ‘바냐아저씨’
한국인들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바냐’는 러시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인물 중 하나다. 이를테면 한국의 홍길동 같은. 때문에 이 작품은 러시아 고전의 인물 ‘바냐’를 한국인에게 어떻게 소개할지에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공연이다. 대극장을 꽉 채우는 아름다운 목조 대저택 또한 큰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10월 3일~5일, 오후 4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R석 5만원 S석 4만원(일반기준))
일상을 살아가는 7인의 이야기, ‘비련의 여인을 바라보는 스파이’
‘비련의 여인을 바라보는 스파이’는 안톤 체홉의 작품 ‘바냐아저씨’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연출가는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채 무기력한 일상을 살아가는 체홉의 인물들을 백여 년 전 유럽을 견디지 못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온 그의 아르헨티나 조상들과 조우시켰다. ‘희망 없는 오늘을 견디면 내일의 후손들은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그의 의문은 20세기를 살았던 체홉의 고민과 맞물린다. ‘비련의 여인을 바라보는 스파이’는 소극장 안에 더욱 작고 가난한 무대세트를 만들어 배우들의 등퇴장조차 힘겨울 정도로 비좁게 만들어 놓은 것도 특징이다. (9월 26일 8시, 9월 27, 28일 4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일반 3만원 청소년 2만원)
극단 ‘수’가 바라본 ‘안톤 체홉’의 작품
체홉의 원작은 한국 극단에 의해서도 무대에 올려진다. ‘심판’, ‘클로져’, ‘나생문’ 등으로 주목받은 구태환 연출의 신작, ‘벚꽃동산’이 그것이다. ‘벚꽃동산’은 무리한 번안 작업 보다는 원작에 충실하면서 외형적인 특이 아니라 외형 속에 가리어져 잘 보이지 않는 의식의 흐름을 파악하고자 노력한 작품이다. 극단 ‘수’가 표현할 체홉의 진수는 어떤 모습일지가 기대된다. (9월 18일~10월 12일, 화~금 8시, 토/일/공휴일 3시/7시, 드라마센터, 전석 3만 5천원)
아름다움과 잔인함에 대하여, ‘체홉의 ‘네바’’
이 작품은 체홉이 쓴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 최고의 여배우이자 체홉의 아내였던 ‘올가 크니페르’의 이야기이다. 1905년 당시 러시아 거리에서 실제로 있었던 ‘피의 일요일’의 역사적인 학살 사건과 실제 인물에 기초한 작품으로, 올가와 그녀의 동료배우인 마샤와 알레코는 그들의 삶과 연극에 대해 이야기 한다. 무대는 전기스토브와 의자 하나뿐이며, 전기스토브는 단하나의 조명기 역할을 한다. 이 작품은 연기자 중심의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9월 18일/19일 8시, 9월 20일 4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일반 3만원 청소년 2만원)
박혜진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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