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찌든 마음을 깨끗이 빨아주겠다던 뮤지컬 ‘빨래’의 추민주 연출이 연극 ‘그자식 사랑했네’를 통해 이번엔 꼭꼭 숨겨두었던 가슴 속 밀린 빨래들은 다시금 꺼내들었다. 그 빨래는 ‘들키고 싶지 않은’ 과거 연애사 쯤이 되겠다. ‘들키고 싶지 않다’는 것이지 ‘아름답지 않았다’나 ‘그냥 한 번 즐기고만 연애’는 아니다.
연극 ‘그자식 사랑했네’는 누구나 겪어보았음직한 연애이야기다. 설령 그것이 내 친구 언니의 아는 오빠의 동생 얘기일지라 하더라도 분명 주변에 있음직한 사랑이야기다. 게다가 겉으로는 아무리 쿨한척 해도 속을 뒤집어 보면 곪을 대로 곪아있고, 적어도 뾰루지 하나씩은 다 나있는 우리들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무대 위에 펼쳐진다.
두 주인공 미영과 정태의 연애방식은 ‘쿨’함을 가장한 ‘구구절절’이다. 결국엔 ‘그 자식을 사랑했습니다’로 요약될 것을 살짝 잡힌 근육에, 튀어나온 핏줄, 멋있는 척 외우는 영시에, 학생들과 떡볶이를 먹는 모습, 게다가 짜증내는 모습이며 미안해하는 모습까지도 이래서 멋있고, 이래서 좋단다. 언제나 변명이 따라붙어야 하는 지지부지 끝나버린 옛 사랑을 끄집어내는 것 같은 생각에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치부가 드러나는 느낌마저 든다.
평범한 연애이야기의 이 연극에 평범하지 않은 것이 바로 곳곳에 보이는 아이디어다. 두 명의 배우에 진행되는 이 작품에는 배우의 10명의 몫을 거뜬히 해내는 칠판이 등장한다. 거기에 정말로 10명의 몫을 해내는 반장 역할의 관객 한 명을 추가시킨 기발함이 돋보인다. 남자주인공 정태는 이리저리 치이며 줏대 없는 모습을 보였지만 오히려 무대 배경이자, 스토리텔링 역할을 하는 칠판은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런 소소한 아이디어들은 평범한 연애이야기를 잘 만든 연애이야기로 탈바꿈 시켜준다.
우리식 연애에 대한 가감 없는 솔직한 담론, 연극 ‘그자식 사랑했네’는 오는 9월 28일까지 대학로 아츠플레이씨어터 2관에서 공연된다. (2008년 7월 3일~9월 28일, 아츠플레이씨어터 2관, 평일 8시/ 토, 일, 공휴일 3시, 6시/ 월 쉼, 일반 2만원/ 대학생 1만5천원, 문의 02-747-4703)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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