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의 끝자락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을 만큼 길고 지루하지만, 어느 순간 눈을 떠보면 눈부신 봄빛 속에 온 세상이 새로 피어나고 있다. 우리의 삶 역시 마찬가지다. 인생의 절정은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때론 예상치 않은 사랑을 만나 삶이 다시 시작되기도 한다. 연극 ‘시간이 흐를수록’은 러시아 작가 아르부조프의 1975년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미 삶의 절정을 지나쳐버린 중년 남녀가 우연히 만나 서로를 알게 되고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통해 잔잔한 사랑과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 특히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여배우 윤석화와 최민건이 오직 배우의 힘과 매력만으로 무대를 이끌며 이인극의 정수를 선보인다.

‘시간이 흐를수록’은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이 사랑은 불꽃같이 치열하고 폭풍처럼 격렬한 감정이 아니다. 두 주인공 ‘로디온’과 ‘리다’가 보여주는 것은 삶의 굴곡을 다 겪어낸 사람만이 비로소 피워낼 수 있는 잔잔하고 사려 깊은 사랑이다. 마치 다 꺼진 듯 보였던 난로 속에서 살아남은 불씨가 따스한 온기를 전하듯 이들은 저물어가는 세월 속에서 다시 사랑을 꿈꾸고 삶에 마법을 건다. 7월 31일까지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
사진 김고운기자 vortexg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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