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운 황톳길이 연상되는 빛바랜 종이 위에 눈인지 꽃인지 모를 하이얀 꽃눈 혹은 눈꽃이 내린다. 또 그 위에는 ‘형제는 용감했다’라는 이 작품의 제목이 군데군데 쌓인 눈을 털어내지 못한 채 붓글씨로 박혀있다. 특히 ‘했’자의 길게 늘어진 시옷이나 두서없는 굵기의 글체들을 보니 뻬뻬한 동생과 우직한 맏형이 아옹다옹 다투는 모습이 연상되는 듯도 하다.
반면 그 아래에는 ‘형제는 용감했다’라는 말뜻이 무색하리만큼 두 손을 다소곳이 모은 채 멀건 얼굴로 웃고 있는 남자와 보물이라도 찾은 듯 한눈을 팔고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상복을 입고 있는 저들이 분명 그 ‘용감했다’는 ‘형제’이리라.
분명 저 두 남자는 누군가의 죽음 뒤 상을 치르기 위해 시골로 내려온 서울 샌님들임이 확실해 보인다. 헌데 뭐가 좋아 저렇게 행복하게 웃고 있는 것일까? 상갓집인데도 불구하고 저리도 해맑게 웃는 것을 보아하니 어떤 의미에서는 제법 용감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어 두 형제 뒤로 두서없이 늘어선 양반(?)과 아낙네들의 포즈는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분주하기 짝이 없다. 정신 산만한 이들의 포즈로 추측해 보건대, 뼈대 깨나 있어 보이는 이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긴 것임이 분명하다.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두 형제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또한 어떤 의미에서 형제는 용감했던 것일까? ‘제2회 더뮤지컬어워즈’ 베스트소극장뮤지컬상 수상이라는 자랑스러운 훈장을 오밀조밀 달고 서 있는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의 포스터다. (2008년 12월 5일 ~ 2009년 2월 8일, 평일 8시/ 토요일 4시, 8시/ 일, 공휴일 3시/ 월 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R석 60,000원/ S석 40,000원, 문의 02-738-8289)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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