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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연극 ‘최종면접’, 현실사회의 다층적 부조리 대표 4인방

 

우리 사회의 치열한 적자생존, 무한경쟁시대의 단면을 그려 관객들의 공감을 얻으며 사랑받고 있는 연극 한편이 있다. 지난 6월 13일부터 상상블루소극장에서 인기몰이를 하며 공연 중인 연극 ‘최종면접’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연극 ‘최종면접’은 우리네 현실을 잘 그려냈다. 특히 ‘최종면접’이 내세우는 4명의 후보자들은 각자 우리사회의 다층적 부조리들을 대표하며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 연극에는 치열하고 피 튀기는 경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연극 ‘최종면접’은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그러나 우리사회 깊숙이 뿌리내려있는 사회문제들을 꼭꼭 집어 캐릭터 하나하나에 담았다.

강만석, 오병달, 이영애, 여성구, 이 4명은 세계적인 가구회사 ‘데끼아 코리아’의 고위 책임자를 지원한 후보들이다. 역시 세계적인 기업답게 ‘데끼아 코리아’가 채택한 채용 방식은 ‘그뢴홀름 방법’, 이는 오직 강한 개체만이 다른 개체를 물리치고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다윈의 이론과 구성원들 간의 상호작용에 근거한 방법론이다. 연극 ‘최종면접’은 불륜, 성전환, 효의 상실, 냉혹한 개인주의라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하나씩 4명의 등장인물에게 부여,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첫 번째 후보는 불륜 남성 대표 오병달이다. 역시 불륜 대표답게 오병달은 자기회사 신입 여사원과 불륜을 저질렀다. 부인과는 별거에 우울증을 앓았던 경력도 있다. ‘불륜’은 우리사회에서 어떻게 치부되는가, 특히 불륜을 저지른 남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을 전적으로 드러내주는 부분이다. 티브이, 영화, 소설 할 것 없이 요즘 불륜은 하나의 사랑 형태로 치부되는 트랜드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59.4%가 외도를 경험해봤다는데(엔아이코리아, 2007년) 오병달의 스캔들쯤이야, 오병달은 가뿐히 통과!

두 번째는 성전환자들을 대표하는 여성구, 그는 지난 몇 달간 여성호르몬을 맞아오고 있다. 오래된 친구 이영애에 따르면 학창시절 그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남녀사이의 일들을 ‘잘’했던 ‘남자’였다. 하지만 이제 그는 여자가 되고 싶다고 외친다. 왜 성전환자는 안 되는 거냐고, 업무와 개인적인 문제는 개별이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냉정한 시선은 성전환자에 대해 아직 관대하지 않다. 성전환자 밑에서 어떻게 일할 수 있냐고 주장하는 3인방, 시기상조로 아웃이다.

극의 중간 중간 이영애에게는 심각한 전화가 걸려온다. 어머니가 위급하시다는 전화다. 하지만 치열한 생존 서바이벌 면접에 남겨진 이영애는 결코 이 경쟁을 포기할 수 없다. 어머니가 아프시다는 전화에도 우스꽝스러운 피에로를 흉내 내는 장면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는 전화에도 끝내 이 경쟁을 포기하지 않는 이영애는 우리 전통사회에 뿌리 깊게 내재되어 있던 ‘효’의 상실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 가닥 희망은 남겨 있다.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생각하고 끝내 울음을 터뜨리는 이영애는 자체포기다.

마지막 주자 강만석! 대단한 사람이다. 모두를 비난하고 비웃으며 어쨌든 이 경쟁에서 끝까지 살아남았다. 강만석은 냉혹하고도 칼 같은 이 사회에서 우수한 생존능력을 보여주며 살아남은 마지막 후보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포장하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강만석, 하지만 그는 이혼한 아내에 성전환자인 동생, 불효까지 모든 것을 다 갖춘 ‘완벽한 인간?’이다. 자신이 가진 문제를 망각한 채 남을 비난하는 모습은 나 자신을 잊은 채 살아남기 위해 남을 짓밟고 쳐내면서 경쟁하는 현대인들의 초상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자본주의 경쟁체제에 나포된 현대인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랄까?

연극 ‘최종면접’은 복잡하거나 골치 아픈 연극은 아니다. 탁자하나에 소파, 그리고 가끔씩 관객들을 놀래 키며 불쑥 튀어나오는 메일함이 전부인 조촐한 무대에 4명의 연극배우가 더해졌다. 하지만 이 연극이 이야기하는 우리의 현실은 결코 단순하게 치부될 수 없다.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사회에 우리가 잃어가는 것들, 잊어버리고 있는 것들, 새로 안고가야 할 문제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연극을 보는 내내 관객들은 오병달의 불륜을, 여성구의 성전환을, 이영애의 불효, 그리고 강만석의 피도 눈물도 없음을 비난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냉혹한 경쟁 사회에서 한 발작 뒤로 물러나 우리 자신을 돌아봤을 때 그들과 꼭 닮은 또 하나의 최종면접 후보가 우리 앞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치열하게 자기변호를 하고 있는, 하지만 결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지 못한 ‘나’의 모습 말이다.

연극 ‘최종면접’의 최종 우승자가 궁금하다면 대학로에서 열리는 최종면접에 참가하자. 하지만 주의해라. 당신의 모습을 그곳에서 발견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조소희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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