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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in] 미운 남편, 미운 남편! 그러나 사랑해! 뮤지컬 ‘여보 고마워’의 여보를 만나다

 

한 낮의 뜨거운 사랑을 속삭이는 젊은 연인들부터 임신한 부인을 억지로 끌고 온 남편, 희끗희끗한 머리를 쓸어 넘기는 중년 부부까지……. 다양한 ‘커플’들이 손을 잡고 찾는 작품, 뮤지컬 ‘여보 고마워’가 공연되는 이다 공연장이다. 뮤지컬 ‘여보 고마워’는 부드럽게 씹어 삼킬 수 있는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작품이다. 현실적이고 생생한 대사들, 중간 중간 삽입되는 라이브 음악들이 관객들의 귀와 마음을 편안하게 달래주기 때문이다. 또한 이 작품은 콘서트 드라마를 표방하며 연극과 콘서트, 뮤지컬을 적절히 배합한 대중연극의 형태를 띠고 있다.

뮤지컬 ‘여보 고마워’에는 10년 차 된 부부와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딸 하나, 이 가족을 둘러싼 주변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어느 부부에게나 있을 법한 소소한 사건들이 이 작품의 주된 스토리를 이룬다. 허나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가 보통 떠올리는 그런 풍경이 아니다. 어딘가 살짝 어색한 풍경의 가족이다. 그게 대체 무엇이냐고? 그렇다면 배우 이현경이 연기하는 그녀, ‘여보’의 이야기 한 번 들어보자.

이혼? 생각해본 적 없어……. 뭐, 이혼?
그녀는 대학교 교수다. 그것도 엄청 잘나가는 교수다. 그녀는 누구에게나 부러움을 살만한 선망의 직업을 갖고 있다. 허나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다. 자신은 교수, 남편은 ‘백수’기 때문이다. 사업을 말아먹고 사법고시 시험을 몇 년씩이나 준비하던 남편은, 어느 날 공부 그만하겠다고, 집안일 돌보며 ‘슬슬’ 직업을 찾겠다고 한다. 철 없는 남편의 행동에 눈앞이 막막했던 그녀는 자잘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는지 “부담 갖지 말고 천천히 준비해”라며 마음과는 다른 말로 그를 다독거린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쿨(cool)하지 않다. 사람들이 남편은 뭐 하는 분이냐고 물을 때 한 번, 어린 딸이 아빠를 창피해 할 때 한 번, 변기 뚜껑도 올리지 않고 볼일을 마친 남편을 볼 때 한 번씩 이혼을 고민하니 말이다.

당신 정말 너무 한다!
부, 건강, 명예의 삼박자 중 어느 하나만 구부러져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을 불행하다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그 중 으뜸이 되는 것이 바로 건강 아니던가? 그러나 부도 명예도 가져다 주지 못하던 남편이 ‘건강’이라는 마지막 요소마저 미더운 인물이라면, 그런 남편을 둔 아내의 속이 오죽 타랴. 뮤지컬 ‘여보 고마워’의 ‘그 남편’이 바로 ‘그 남편’이다. 돈도 없고, 명예도 없고, 마지막 건강마저도 없는 남자……. 어느 부부나 다투게 되는 소소한 사건들과 서운함을 가지고 부부싸움을 벌였던 다음 날, 그는 위암을 선고 받았다. 이쯤 해서 ‘여보 고마워’라는 제목은 ‘여보 정말 미안해’로 바뀌어야 옳았다. 그리고 보통 드라마와 같다면 남편보다 더한 슬픔을 토하는 아내의 눈물이 나와줘야 정상이었다. 허나 뮤지컬 ‘여보 고마워’의 여보는 보다 더 리얼하게 자신의 슬픔을 토해냈다. 그것은 바로 화내기……. 왜, 그렇지 않은가. 친구랑 한 판 붙은 뒤 벌게 진 상처를 가지고 돌아왔을 때 볼 수 있는 어머니들의 반응 말이다. 우선 본인의 화를 주체 못하고 되려 나를 혼내는 그 억울한 모습을……. 그녀 역시 그랬다. 남편을 토닥거려 줘야 겠다는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암 걸린’ 그가 밉고, 그 놈의 ‘암’이 너무 미워서, 그렇게 버럭 화를 내고 병원을 나가 버렸다.

여보, 고마워의 여보.
남편의 죽음으로 새드엔딩을 맞이할 줄 알았던 예상과는 달리 뮤지컬 ‘여보 고마워’는 해피엔딩이었다. 남편은 성공리에 수술을 마친 듯 했고, 이 뜻밖의 사건이 두 부부를 다시 하나로 합쳐놨다. 그녀는 남편이 없었을 때 겪게 될 외로움을 상상하니 그의 존재가 사뭇 크게 다가온 듯 했다. 그가 수술실에서 돌아왔을 때 두 부부의 눈에는 사랑해 마지않는 절절한 눈빛이 담겨 있었다. 아내는 능력도 없고, 돈도 없는 남편이지만, 흰 머리 뽑아주고, 머리도 만져주고, 등도 긁어줄 남편이 있어 정말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모든걸 다 갖추지 못했어도 아내를 끔찍이 사랑하는 남편을 보며, 관객들은 내심 부러운듯한 눈초리로 그 부부를 바라봤다.


심보람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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