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 프로그램’ 그 두 번째 공연인 ‘청춘, 18대1’이 오는 8월 3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에서 공연된다. ‘청춘, 18대1’은 ‘죽도록 달린다’, ‘왕세자 실종사건’, ‘릴-레-이’, ‘호야(好夜)’에 이은 한아름(작), 서재형(연출) 콤비의 신작이다.
이 이야기는 광복을 몇 달 앞둔 1945년 동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취조관에게 ‘동경시청장 살인미수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땐스홀의 마담 이토에 사토(혹은 윤하민), 그리고 그녀가 회상하는 사건 당사자들의 시점이 공존하는 그곳으로……. 윤하민은 김건우와 함께 동경시청장의 암살계획을 세웠었는데, 일본 순사에 의해 동료인 김건우가 죽게 된다. 그사이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김건우의 일본인 부인 나츠카, 맥주배달원 강대웅, 그의 친구 정윤철, 정기철 형제, 땐스홀 심부름꾼 순자가 김건우를 대신하여 ‘동경시청장 암살계획’에 동참한다.
연극 ‘청춘 18대1’은 ‘일제강점기 조선 청년들의 독립운동’이라는 아주 보편적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연극은 전혀 단조롭지 않은 느낌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그 힘은 바로 캐릭터에 있을 것이다. 등장인물마다의 사연에는 당대 사람들의 설움과 고통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약간 모자란듯한 동생 기철과 그런 동생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마지 않는 형 윤철, 고향에 두고 온 아버지와 복실이가 그리워 눈물 훔치는 15살 순자, 일본인으로 태어났으나 사랑 때문에 조국을 배신하는 건우의 부인 나츠카, 동경시청장 암살계획의 실패 후 혼자서만 살아남게 된 윤하민, 그리고 그녀의 죽은 애인 강대웅……. 이렇게 이 연극은 ‘독립운동’이라는 거대서사 안에 등장인물들의 소소하고 애절한 사연을 함께 담아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를 두었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됐건 이들은 모두 난국을 피해 일본으로 도망친 ‘약간’ 비겁한 젊은이들이 아니던가? 그들은 나 하나 잘 먹고 잘 살아보자는 심산으로 조국을 버리고 그렇게 일본으로 향하는 배를 탔던 것이다. 그랬던 그들이 수 많은 ‘다짐’과 ‘우연’을 거쳐 ‘동경시청장 암살’을 계획하는 독립투사로 변모하게 된다. 맥주 배달원에 불과했던 강대웅의 손에 폭약이 들어갔고, 윤철, 기철 형제의 코앞에서 주모자 김건우가 총에 맞아 죽는 우연과 등장인물 서로간의 적극적인 만류, 중도 포기를 거쳐서 말이다. 그렇게 동경의 한 땐스홀에 자리잡은 독립투사들은, 자신들이 모두 죽더라도 시청장 한 명만 죽이면 된다는 막무가내의 정신으로 독립열사의 죽음을 맞았다. 비록 고작 시청장 한 명에 불과한 아주 소극적인 독립운동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폭약과 암살, 고문으로 난무하던 스토리는 ‘춤’의 옷을 입고 재해석된다. 그들은 “나도 독립운동 할거야”라고 말하지 않았다. 단지 “나도 춤 출거야”라고 말할 뿐이었다. 땐스홀 파티에서 춤추는 동안 폭약을 맞아 죽는다는 이 연극의 충격적인 발상법이 춤의 화려함과 축제성에 가려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등장인물들의 비장한 각오와 처절한 상황은 그들이 춤을 출 때 짓는 행복한 미소처럼 ‘고통’의 인식을 치우고 ‘행복’의 시각을 갖게 만든다.
이러한 ‘춤’의 발상법과 더불어 ‘청춘 18대1’의 대사들은 시처럼 아름답다. 이들 독립군의 이름은 ‘일식’이었는데, 그들은 “태양이 잠시 가려지는 시간이 일식, 태양에 상처가 난다는 뜻이야. 이 작은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릴 수 있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될 거야”라는 대사를 자주 읊조린다. 일본의 천황을 겨냥한 이 독립군 이름의 의미 하나만 보아도 대사 하나 하나에 얼마나 많은 고뇌가 들어있는지 짐작되는 대목이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역사를 빼앗겨야 했던 비통한 현실은 무대 위에서, TV안에서, 책 속에서나 찾을 수 있는 ‘과거’가 되었다. 이 ‘과거’의 이야기를 무대 위로 끌어올린 ‘청춘 18대1’은 관객들에게 이야기한다. 그것은 비단 독립운동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전하고자 함이 아니다. 바로 청춘에 대한 이야기다. 동경시청장 한 명을 죽이기 위해 동료 모두의 목숨을 포기할 만큼, 이렇게 막무가내로 뜨거워질 수 있는 청춘을 말이다. 그리고 이는 어느덧 취업을 찾아 안락한 삶을 찾아 자리에 눕는 학생들에게, 또 이미 사회에 눌러 붙은 기성세대들에게, 청춘, 그 뜨거운 단어를 가지고 우리의 귓불에 바람을 불어넣는다.
청춘, 18대1’은 오는 8월 3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에서 공연된다.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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