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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스케치] 소리 없는 콘체르토 , 연극 ‘클로져’

 

연극 ‘클로져’는 서로 죽을 것처럼 사랑하다가도 헤어지면 두 번 다시 볼 일이 없어지는 연인의 관계를 그린 작품입니다. 듣는 즉시 마음에 와서 꽂히는 적나라한 대사들과 촘촘하게 짜인 여러 가지 상황들로 인해 두 쌍의 커플이 벌이는 이야기는 마치 끝내주는 콘체르토(음악에서 2개의 음향체(音響體) 간의 대립과 경합을 특징으로 한 악곡)곡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벤치에 걸터앉아 개구쟁이처럼 사과를 베어 먹던 ‘지현’과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참치 샌드위치를 건넸던 곱상한 남자 ‘대현’의 첫 만남을 한 번 들여다볼까요? 분위기는 화기애애하지만 ‘지현’은 ‘지 사는 물에 오줌을 갈기는 생선은 안 먹는다.’며 ‘대현’이 주는 참치샌드위치를 거절합니다. 자기가 사는 물에 자연스럽게 생리작용도 해결하는 생선은 정작 아무런 말이 없는데 그걸 쳐다보는 인간은 더럽다고 여기며 마음을 닫아버립니다. 그 모습은 어쩐지 달콤한 연애의 유효기간이 지난 후 사소한 이유로 이별을 결심하게 되는 우리의 모습과도 닮은 것 같아 씁쓸한 심정을 갖게 합니다.(메인 스케치)



이번엔 ‘태희’와 ‘운학’에게로 가 볼까요? 그들은 행복한 연애시절을 거쳐 가정을 꾸리고 함께 살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의 행복은 결혼한 지 채 2년도 안 되어 ‘태희’의 외도로 깨지고 맙니다. ‘태희’와 ‘운학’이 마주 앉아 처음에는 차분하게 회유와 설득으로 이혼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충돌이 반복되고 감정이 격해지자 그들의 대화는 원색적인 밑바닥 언어와 고함으로 끝을 맺게 됩니다. 지적인 사진가인 ‘태희’와 잘나가는 피부과 의사인 ‘운학’. 이른바 상류층이며 엘리트라 불리는 그들의 언쟁도 자동차 접촉사고 현장에서 오고가는 욕설이 난무하는 막가파식 언어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상처받은 남자들이 그렇게 가고 싶어 하는 곳. ‘파라다이스’로 가 봅시다. ‘파라다이스’에는 ‘하수빈’이라는 천사가 살고 있습니다. 진한 핑크색 단발머리, 빨간 코르셋, 가터밸트와 망사 스타킹으로 치장한 ‘하수빈’은 돈을 받고 춤을 추는 스트립댄서입니다. ‘태희’와 결별 후에 실의에 빠진 ‘운학’은 천사에게 위안을 받고자 ‘파라다이스’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대현’도 자신이 이미 폐기처분한 천사를 찾아 ‘파라다이스’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러나 벌써 꽉 닫혀버린 ‘파라다이스’의 문은 안팎에서 이중으로 잠긴 것 같던데요?

연극 ‘클로져’의 인물들은 변해버린 상대의 마음에 비통해하며 울부짖습니다. 하지만 극을 팽팽하게 당겨주었던 천상의 콘체르토는 ‘세상에 우아하게 닫히는 사랑은 없다’라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소리 없이 들려줍니다.


글과 그림 연분홍 기자 gogi1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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