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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it] 지독한 사랑과 애증의 대서사시, 연극 ‘폭풍의 언덕’

 

소설 ‘폭풍의 언덕’을 기억하는가? ‘제인 에어’의 저자 샬롯트 브론테와 자매간이기도 한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은 영문학 3대 비극이자 세계 10대 소설로 손꼽히며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그런 그녀의 소설 ‘폭풍의 언덕’이 송현옥 연출가에 의해 각색되어 무대에 올랐다. 세 남녀의 지독한 사랑의 노래가 다시 한 번 무대 위에 전주곡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자, 먼저 연극 ‘폭풍의 언덕’의 포스터를 살펴보자. 불길을 연상시키는 금색빛깔의 포스터는 비장미마저 감돌게 한다. 우리는 이러한 포스터의 배경에서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오른쪽 상단에는 두 남녀가 행복에 겨운 듯 서로 마주보며 웃고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포스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심각하게 느껴지는 두 남녀의 모습이다.

포스터 속의 극 중 남주인공인 ‘히스클리프’는 마치 먼 산을 바라보듯 애수어린 눈빛을 담고 있다.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 걸로 보아 꽤나 복잡한 사연 하나를 가슴 속에 꼭꼭 담아두고 있을 것 만 같다. 게다가 ‘히스클리프’의 앞에는 그의 집착어린 사랑을 받게 되는 ‘캐서린’이 있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폭풍의 언덕 위에서 바람을 맞으며 서 있을 것 만 같은 인상을 풍긴다. 하지만 먼 곳을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과 눈빛은 마치 이 세상사의 모든 괴로움으로부터 초탈한 듯, 모든 미련과 모든 것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보인다.

서로 껴안고 있는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모습은 폭풍의 언덕에서 바람을 마주하며 노을을 바라보고 있을 것 만 같다. 하지만 한 연인의 행복한 모습이라고 치부하기에는 ‘히스클리프‘의 심각한 듯 애수어린 눈빛이 마음에 걸린다. 그 눈빛은 연인을 향한 사랑의 눈빛이라기보다는 광기 어린, 무언가에 지독히도 집착하는 어두운 내면의 모습을 담고 있는 듯하다.

또한 포스터의 문구에는 ‘영혼이라도 사랑을 찾을 수 있는 건가요?’라고 쓰여져 있다. ‘히스클리프’의 눈빛은 슬픔을 담고 있지만, 정확히 어느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 즉, 현실을 바라보고 현실 속에 존재하는 눈빛이다. 하지만 ‘캐서린’의 눈빛은 이 세상 속에 있지 않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금방이라도 어딘가로 날아버릴 것처럼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이처럼 이들의 미세한 눈빛과 표정은 두 남녀의 극명한 심경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 관객들은 이 문구와 두 남녀의 눈빛을 통해 둘 중에 누군가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남은 한 명이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난 사랑하는 연인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추측해볼 수 있다.

세월이 지나면 많은 것들이 변하기 마련이다. 사랑이 여전히 우리 인생의 화두이며 변치 않는 진리라 해도, 진정한 사랑의 의미 역시 많이 퇴색되어버린 건 사실이다. 그렇기에 공연계에서도 그런 추세에 발맞춰 유쾌하고 재미있는, 혹은 조금은 가벼워 보이는 요즘 남녀들의 사랑을 그린 소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연극 ‘폭풍의 언덕’은 상업적인 코드로 무장한 요즘의 공연계에서 고전 ‘폭풍의 언덕’을 가지고와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어떤 이는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고리타분하고 진지한 연극이라 치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극 ‘폭풍의 언덕’은 세 남녀의 광기어린 사랑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이름을 논하고 그 안에서 인간 내면의 정신과 심리를 교묘하게 파헤칠 것이다.

모든 것이 단순화되고 쿨(cool)해진 요즘의 시대에 염증을 느낀 관객들이라면, 그리하여 다시금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고 또 고민해보고 싶은 관객들이라면, 연극 ‘폭풍의 언덕’을 통해 고전의 아름다움에 한번 빠져보는 건 어떨까?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의미성과 진리는 늘 존재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연극 ‘폭풍의 언덕’은 6월 15일까지 ‘성남아트센터’에서 세 남녀의 지독한 사랑을 노래한다.


이종미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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