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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별점리뷰] 우리나라 토종 작품 아니었어? 연극 ‘쉬어매드니스’

 

연극 ‘쉬어매드니스’의 공연을 보고난 후 작품의 정보를 접하게 된다면 누구든 한번쯤 놀라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창작극이 아니라 미국 작품이었단 말이야?’ 하고 말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로 인기사냥에 나선 연극 ‘쉬어매드니스’는 그만큼 미국의 정서를 한국의 정서로 잘 풀어놓은 작품이다. 게다가 공연장을 빠져나오는 관객들의 표정은 알 수 없는 흐뭇함으로 가득 차 있다. 왜? 어떤 점에서? 무슨 이유로?

미국에서 이어온 30여 년의 인기를 재해석해 한국 땅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는 배짱 좋은 연극 ‘쉬어매드니스’, 대체 이 작품의 꾸준한 인기요인은 무엇일까. 공연 속의 소소하고 디테일한 요소들을 파헤쳐 기자의 ‘주관적인’ 시선으로 평가해보았다. (별 5개 만점)

해외공연의 토종화 ★★★★☆
연극 ‘쉬어매드니스’는 미국에서 30여 년간 장기공연 되어온 작품이다. 웃음은 만국공통어라지만 그래도 동양과 서양의 정서는 분명히 다른 법인데 작품의 정서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연극 ‘쉬어매드니스’는 어떤 방법을 택하였을까? 공연을 보고 있자니 이런 걱정들은 정말 괜한 기우였음이 확실했다. 연극 ‘쉬어매드니스’는 한국적 정서를 녹여냄은 기본이요, 심지어는 최근 정세에 대한 풍자까지 늘어놓는 센스를 보였다. 최근 연일 신문 1면을 차지하는 촛불집회에 대한 이야기며, 한류드라마 ‘겨울연가’에 대한 이야기며, 지난해 최고의 히트를 친 의학드라마의 패러디까지 오늘날 한국의 정서를 그대로 내뱉는 배우들의 대사는 연기인지 애드리브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리얼하게 관객들의 배꼽을 빼놓았다. 작품의 토종화는 미리 공부해오지 않는 관객들은 ‘쉬어매드니스’가 ‘물 건너온’ 작품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만큼 우리네 정서에 잘 맞게 구성되어 있었다. 미국에서 크게 성공한 작품을 우리나라에 옮겨 놓음에 있어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우리 식에 맞게 많은 각색을 거친 것은 연극 ‘쉬어매드니스’의 오픈 런 공연이 기대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싶다. 끊임없는 배우들과 연출의 센스 발동은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카멜레온 연극 ‘쉬어매드니스’를 영원하게 할 지어다!

이상돈씨의 방정도 ★★★☆☆
무대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니며 온갖 여우짓(?)을 하는 남자, 그는 이화동 미용실 ‘쉬어매드니스’의 주인 ‘토니’, 아니 이상돈씨다. ‘심은하’나 ‘전도연’의 결혼소식보다도 그룹 ‘신화’멤버들이 군대 가는 소식이 더 슬픈 이 남자는 공연을 관람하러 온 남자관객들에게도 호시탐탐 알 수 없는 눈짓을 보낸다. 게다가 웬만한 여사님들 세 명 정도는 우습게 능가하는 그의 호들갑은 살인사건이라는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진 직후에도 멈추질 않는다. 미용실에서의 살인사건이라는 어두운 주제를 작품의 포스터만큼이나 밝고 유쾌하게 이끌어 가는 데는 이상돈 역할의 크다. 자신을 지목하는 관객들을 향해 밉지 않은 꾸짖음을 거침없이 날리는 이상돈, 그가 있어 연극 ‘쉬어매드니스’는 즐겁고 유쾌했다. 그러나 쉬지 않는 애드리브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가 다른 배우들에 대사를 놓치게 되는 경우도 간혹 있었기에 별 2개의 애교 섞인 감점을 날리는 바이다. 그리고 요모조모 살펴본 이 남자 이상돈, 별 5개 만점을 받는다면 아마 그 기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주책없는 남자임이 분명하다.

관객들의 참여도 ★★★☆☆
연극 ‘쉬어매드니스’는 돈 주고 공연 보러 들어가 직접 공연을 해야 하는 요상한(?) 공연이다. 공연이 후반부로 흐르면서 객석에 앉아 그냥 웃고 즐기던 관객들은 어느새 공연의 일부분이 되어 자신도 모르게 ‘증인’ 역할의 배우들이 되어 있다. 순순히 묻는 질문에 대답만 하던 처음의 소극적 태도들은 대체 어디다 갖다버렸는지 시간이 흐를수록 공연장 가득 관객들, 아니 증인들의 또로로 또로로 머리 굴리는 소리가 가득하다. 왜, 누구든 그렇지 않은가? 어린 시절 숨은그림찾기 할 때 무조건 짝꿍보다 빨리 찾아야 속이 후련하고 으쓱해지는 것 말이다. 연극 ‘쉬어매드니스’의 관객들 역시 그 누구보다도 용의자들의 수상한 점을 재빨리 잡아내려는 관객들의 알 수 없는 경쟁 심리에 공연장은 어느새 긴장감으로 가득 찬다. 그러나 아무래도 한 번 용감해진 자만이 계속 용감할 수 있는 것인가? 형사 역할의 배우 김대종이 명쾌한 진행으로 극을 매끄럽게 이끌어 가기는 했지만 아주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관객들이 있는 반면, 극이 종료할 때까지 손 한번 들지 못하는 관객들도 눈에 띄었다. 그들이라고 ‘틀린그림찾기’를 못할쏘냐? 소리 내지 못하고 입술만 옴짝달싹하던 소심형 관객들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별 두 개를 과감히 버렸다. 이 위로로 인해 다음 번 공연장을 찾을 때는 모든 관객들이 손을 들어 진행자인 형사님들을 당황시키는 장면도 한번쯤 연출되길 기대해본다.

연극 ‘쉬어매드니스’는 위에서 거론한 요소들 외에도 숨겨진 매력들이 많은 작품이다. 공연의 숨겨진 매력들이 더 궁금하다면 서둘러 미워할 수 없는 주책 헤어디자이너 이상돈씨가 운영하는 혜화동의 미용실을 찾아보자. 연극 ‘쉬어매드니스’는 현재 대학로 예술마당 2관에서 오픈 런으로 공연 중이다.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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