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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빠진 이야기에 더 마음이 울렁이는 이유는? 그건 곧 내 얘기니까! 연극 ‘러브스토리’

 

 

‘아더 힐러’ 감독의 1970년 작 영화 ‘러브스토리’의 명장면을 기억하는가. 아무 것도 없는 하얀 눈밭에서 뭐가 그리도 좋은지 그저 서로 바라보기만 해도 깔깔 웃음을 터트리는 두 남녀의 모습은 영화가 등장한 지 거의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연인들의 겨울데이트 필수 교과서로 기억되고 있다. 사실 영화의 그 장면은 지금 보면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유치한 맛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하지만 왠지 그 유치함을 미워할 수는 없다. 그게 곧 우리의 사랑이고, 우리의 이야기이거나 혹은 우리의 환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 그 환상적 이야기보다는 좀 더 현실적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 창작 연극 한 편이 있다. 제목도 ‘러브스토리’다. 연극 ‘러브스토리’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 ‘대협’과 ‘광연’, 그리고 이별을 준비하는 오래된 연인 ‘우진’과 ‘민경’의 대비되는 모습을 통해 우리 인생에 가장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그것, 사랑에 대해 말하고자 한 작품이다. 연극 ‘러브스토리’는 2007년 초연된 김태린 연출의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몇 가지 방법’의 앵콜 작품으로 ‘러브스토리’로 이름을 바꾸어 지난 3월 19일부터 대학로 ‘미라클 씨어터’에서 오픈런으로 공연 중이다.    

연극 ‘러브스토리’는 그 만남부터 심하게 수다스러웠던 새로운 연인 ‘대협’과 ‘광연’, 그리고 이제는 사랑의 대화보다는 서로에게 오고가는 잔소리가 일상이 되어버린 오래된 연인 ‘우진’과 ‘민경’의 모습을 너무나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이별을 코앞에 둔 ‘우진’과 ‘민경’의 사랑도 한때는 지금의 ‘대협’과 ‘광연’, 그들의 ‘그것’처럼 반짝거렸으리라. 누구나 겪게 되는 일반적인 사랑이 변화하는 모습에 너무 자연스러웠던 배우들의 연기는 관객들을 그 흔한 사랑이야기에 눈물, 콧물을 훌쩍이게 만들었다. 단 네 명의 캐릭터만으로도 무대를 꽉 차 보이게 했던 배우들의 열연은 공연을 관람한다기보다는 그냥 옆집 사는 총각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듯 하다. 게다가 “러브스토리 같은 영화 보면 식상해서 눈물도 안 나던데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라는 극 중 ‘민경’의 대사처럼 이 작품은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말 그대로 널리고 널린 사랑이야기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분명히 인식시켜준다. 연극 ‘러브스토리’는 그 흔한 소재를, 흔한 전개를 통해, 흔한 결말로 끝맺고 있었다. 그 반복이 우리의 현실임을 끊임없이 인지시키면서 말이다.

사랑의 삼단 변화는 ‘love-love-love’일수만은 없는 걸일까? 연극 ‘러브스토리’가 그려내고 있는 사랑이야기는 갈등과 오해의 연속선상 위에서 어렵기만하다. 게다가 불치병에 걸려 이를 숨기고 이별을 고하는 남자, 그를 순응하고 감싸주는 여자, 그리고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 작품은 다소 구시대적인 발상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연극 ‘러브스토리’는 진부하다고 무시해 버리기엔 무언가 겸연쩍어지는 기분이다. 작품의 결과가 뻔히 보이는 스토리를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져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며, 그 사랑에 눈물 흘려 보지 않은 사람 또한 어디 있겠는가. 그렇기에 소소한 이 사랑이야기 한 편은 관객들의 마음을 더욱 요동치게 한다. 먹먹한 가슴을 끌어안고 우리의 현실과 사랑을 뒤돌아보자면 작은 한숨이 내쉬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결국은 ‘사랑’이다. 연극 ‘러브스토리’의 결말도 해피엔딩이지 않았는가. 우리들의 결말도 결국은 ‘사랑’일 것이다. 가슴 설레는 핑크빛 ‘사랑’말이다.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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