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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It] 노트르담 성당 앞 맨발의 그녀를 아시나요?

 

굵직한 빗줄기가 시원스레 땅을 후려치는 날. 창문을 두들겨대는 빗소리를 비지엠(BGM)으로 삼고 탁자에 앉아 향긋한 커피 한 모금을 즐기고 싶었던 적이 있다. 그리고 상상해본다. 쏟아지는 비를 우산도 없이 두 팔 벌려 맞고 있는 자신을...

마치 ‘싱잉인더레인(Singing in the Rain)'의 한 장면처럼 얼굴을 간질이는 빗속에서 춤이라도 추고 싶은 상상 말이다. 열에 다섯, 아니 열에 예닐곱쯤은 불타는 젊음을 이렇게라도 잠재우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우리 앞에 다가올 거대한 운명의 무게를 피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두려움이 가득할지라도 ‘올 테면 와 보라’며 가슴을 활짝 열고 환영하는 객기를 부리고 싶기도 하다. 고통마저 즐기듯 가난도, 패배도 그저 소주 한 잔 털어 넣고 쓴 웃음으로 반색하고 싶은 바로 그 느낌이다.

여기 허공 속에 두 팔 벌린 한 여자가 있다. 마치 비를 맞고 있는 듯, 아니 비를 즐기고 있는 듯하다. 그녀의 배경을 보니 이제야 알겠다. 그녀는 운명의 수레바퀴에 놓인 것이다.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에 갇힌 그녀는 바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에스메랄다이다.

사실 그녀의 악운은 ‘예쁜 것도 죄’라는 말초적 이유에서 비롯된다. 결국 아름다움을 가졌다는 이유로 에스메랄다 자신과 그녀를 지켜보는 주변인들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어쨌든 가장 안쓰러운 인물은 꼽추이면서 외로이 홀로 남겨진 콰지모도도 아니고 바로 에스메랄다이다. 또 그럼에도 가장 강인함을 보여준 것 역시 에스메랄다이다.

어쩜 저리도 의연한 자세를 취하게 했을까? 바로 그녀는 보헤미안이기 때문이다. 위 포스터에서 보면, 그녀의 붉은 옷이 그녀가 누구보다도 가장 열정적으로 운명을 대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열정적이다 못해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지 않은가? 그녀는 피해의식도 변명도 없다. 그저 담담히 자신의 생을 바친다.

노트르담의 성당 앞에서 맨발로 걸어 다니는 에스메랄다. 정해진 운명 앞에서도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그녀의 영혼이 더욱 아름답다. 이 작품에서 에스메랄다 역을 맡은 배우 최성희가 ‘에스메랄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영혼’이라고 말했던 것을 이제야 끄덕이며 바라본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포스터에서 에스메랄다의 영혼이 우리가 상상하던 ‘젊음’, ‘열정’, ‘자유’를 대변하고 있지는 않는지, 그 함축적 의미를 한 번 더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김유리 기자 yuri400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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