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은 모르는 뮤지컬 제작과정을 공개하기 위해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의 6개월간 제작기를 전한다. 뮤지컬 제작과정의 순서에 맞춰 ①작가, ②작곡가, ③안무가, ④음향감독과 조명감독, ⑤배우들의 연습현장1, ⑥배우들의 연습현장2 순으로 제작 당시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현장을 취재한다.」

‘바람을 불어라’의 안무가 이지은은 12년차 베테랑 뮤지컬 배우다. 정상급 댄스 실력을 인정받아 화려한 춤을 빼놓을 수 없는 ‘캣츠’를 포함한 여러 작품에서 댄스캡틴으로 활약했다. 안무가로 활동한지는 2년 정도로 작품 수가 많지는 않지만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권호성 연출은 ‘무대에 세워놓으면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멋들어지는 친구’라는 호평을 하며 안무가 이지은에게 턱하니 ‘바람을 불어라’를 맡겼다. 15명의 남자배우들을 이끈 여성안무가 이지은을 만나보았다.

▶대본을 보고 찌릿 스친 첫 느낌

“솔직히 자세한 내용을 듣고 하겠다고 한건 아니었어요. 믿고 따르던 권호성 연출님이 ‘이거 한번 해봐’ 하시니까 당연히 재밌는 작품이겠거니 믿었죠.” 뮤지컬 ‘캣츠’가 끝난 시점에 안무가 이지은에게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의 안무제의가 들어왔다. “대본을 받았는데 뭔가 딱 느낌이 왔죠. 나중에 음악을 들어보고는 ‘이거 안무까지 나오면 진짜 재밌겠다’ 싶었어요. 군대이야기라 저한테도 새롭잖아요. 그래서 시작했어요.”

▶지끈 지끈 머리 아팠던 작업 기간

“춤이 나오는 건 안무가가 해야 하는 일이지만 일이라는 게 딱 선을 그어서 정확히 나누어져 있지는 않아요. 춤추면서, 연기하면서, 노래하는 것을 동시에 하는 게 뮤지컬이잖아요. 노래하면서 춤추는 경우가 제일 애매하죠.”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이 많고, 특히 무대를 배우들이 직접 전환하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연출적인 부분이나 음악적인 부분을 건드리지 않으려 신경을 썼다. 이지은 안무가는 안무를 짜기 위해서 장면의 앞과 뒤의 드라마를 봤다. 안무도 장면과 장면이 끊어지지 않게끔 부드러운 전개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노래 나오면 춤추다가 꺼지면 바로 연기 들어가고 하는 거 배우들도 힘들어요. 저도 배우니까 잘 알죠. 황상태가 바로 다음 장면에서 진지하게 연기해야하면 앞은 설록이나 만수가 격하게 안무하도록 하는 거죠. 이것저것 다 생각하다보니 머리가 지끈지끈 했죠.”

▶ 최하사의 “총으로 쏴버린다!”

‘바람을 불어라’는 최하사 캐릭터 하나를 제외하고는 남자배우만 15명이 출연하는 뮤지컬이다. 이지은은 남자배우가 많은 작품이라 오히려 편한 점이 많았다. “안무연습을 하는데 배우들이 계속 한 두 부분씩 틀리더라고요. 처음에는 ‘똑바로 하자’, ‘제대로 하자’며 좋게 나가다가 마지막에 폭발한 거죠. ‘너희들 한번만 더 틀리면 총으로 쏴 죽여 버린다!’ 화가 나서 소리 질렀더니 배우들이 깜짝 놀라서 눈만 끔뻑끔뻑하고 있더라고요. 여자배우 많은 공연에서는 그렇게 막 못하죠.(웃음) 상처받을 수도 있고. 남자배우들만 모아놔서 편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작품을 보다 보면 부대원들이 말을 듣지 않는 장면에서 최희정 하사사가 부대원들에게 “총으로 쏴버린다!”고 하는 대사가 나온다. “연출님이 최하사가 화내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적당한 대사가 생각이 나지 않아서 고민하시던 중에 제가 화내는 소릴 들으신 거죠. 인상적이셨는지 그대로 작품에다 쓰셨어요.”

▶안무 작업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애정

“저한테는 ‘바람을 불어라’ 가 다른 작품이랑은 조금 달라요. 애착도 훨씬 많이 가고. 전에 했던 작품들을 소홀히 했다는 것은 아닌데 그냥 스텝으로 남의 일 하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은 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게 참 무서운 거죠.” 보통은 공연이 올라가면 안무가의 일은 끝이다. 극장에도 자주 찾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이지은은 틈만 나면 원더 스페이스 네모 극장을 찾는다. “배우들은 ‘저사람 왜 자꾸 와서 잔소리하나’ 하고 싫어할 수도 있어요.(웃음) 생각 날 때 마다 와서 체크하고, 한마디씩 하고 가니까. 제가 불안해서 그냥 둘 수가 없더라고요. 애정이 너무 가서. 어떻게 생각해 보면 진짜 제대로 한 첫 작품 같은 느낌이거든요. 창피하지만.”


황류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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