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은 모르는 뮤지컬 제작과정을 공개하기 위해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의 6개월간 제작기를 전한다. 뮤지컬 제작과정의 순서에 맞춰 ①작가, ②작곡가, ③안무가, ④음향감독과 조명감독, ⑤배우들의 연습현장1, ⑥배우들의 연습현장2 순으로 제작 당시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현장을 취재한다.」

‘바람을 불어라’의 최원형, 정원보 작가는 이 작품 이전에는 글을 써본 적 없는 생짜 신인작가다. 표면적으로 볼 때 군악대 출신이라는 점, 각자 밴드음악과 힙합음악을 하던 뮤지션이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제작사 측이 그들에게서 작가로서 특별히 매력을 느낄만한 점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단 모시는 사람들은 20주년 기념사업이라는 중요한 작업을 젊은 신인작가에게 맡겼다. 그 믿음의 근원이 무엇인지 확인하기위해 앙코르 공연 준비에 한창 바쁜 최원형 작가를 만났다.

▶ 전역 후 따끈따끈한 기억을 시작으로

“말년 제대할 때 쯤 부대 내에서 뮤지컬 클래스라는 특별 활동이 있어요. 그때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김정숙 대표님께서 선생님으로 오셨죠. 부대 내에서 뮤지컬을 올리는데 거기서 원보랑 제가 음악작업을 했어요. 그 때 저희 작업을 마음에 들어 하셨던 것 같아요.” 2008년 초 한 달 간격으로 제대한 그들에게 김 대표의 연락이 왔다. “전역 한 지 얼마 안됐는데 아직 기억이 따끈따끈할 때 글도 한번 써봐.” 대뜸 던진 김대표의 말에 두 젊은이는 어리둥절했다. “갑자기 뚝 떨어진 일이잖아요.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당황스럽긴 한데 그게 ‘바람을 불어라’의 시작이었죠.”

▶ 두 작가의 동고동락 집필

2008년 8월부터 초본 집필과 6번의 큰 수정작업을 거치는 두 남자의 동고동락이 시작됐다. 보통 창작뮤지컬의 대본 수정작업이 2~3번 정도인 것에 비해 꽤나 많은 수정 횟수이다. “처음 한 달간 작업해서 초본을 만들었을 때 3시간 정도의 어마어마한 분량이 나왔어요. 도저히 그대로는 무대에 올릴 수 없었죠. 내가 쓴 글이니까 그것들을 도려내야 된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신인작가를 독려하는 주변인들이 많았다. 잠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던 그들에게 강석호 작가의 “작가는 무대를 전부 꿰고 있어야한다”는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배우들의 오디션, 첫 공연이 올라가기 직전, 앙코르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까지도 그들은 무대에 완벽을 기하려 거듭 수정작업을 거치고 있다.

▶ 좌충우돌 15명의 배우 캐스팅하기

2009년 초 배우 오디션이 시작되었다. 1차 서류전형으로 걸러진 50명의 배우들을 2차, 3차 면접에 걸쳐 상당히 긴 오디션 기간을 가졌다. “주인공 황상태의 경우는 거의 처음에 확정되었어요. 한성용씨가 황상태의 대사를 하는데 너무 매치가 잘되더라고요.” 15명의 배우가 선택되고 대본 리딩 과정을 거치면서 배우들의 성격에 맞는 배역들이 주어졌다. “변태식 역할 맡은 김정호씨는 저희랑 같이 군생활 했던 선임이었어요. 후임들 못살게 굴고 하는 것 잘했거든요. 변태식 캐릭터 만들 때도 그 친구 생각하면서 만들었는데 마침 오디션을 보러 왔더라고요.”

▶ 두근거리는 첫 공연 날 발생한 비상사태

2009년 7월 10일은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의 첫 공연 날이다. 첫 공연 일 주일 전, 스텝과 배우들에게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유행하던 간염 파동으로 김설록 캐릭터를 맡은 배우가 병원에 입원하게 된 것이다. 도대체 어디에서 트럼펫을 연주할 수 있는 뮤지컬 배우를 섭외해 올 것인가. 답은 다행히도 가까이에 있었다. 군악대 출신 작가 최원형이었다. “사실 첫 공연의 전체적인 느낌은 생각이 안나요. 무대에 서느라고 첫 공연을 볼 수 없었거든요. 그래도 울컥울컥했죠. 1년 동안 준비 기간이 주마등처럼 스치면서 멍한 느낌도 들고.”

▶ 무대에 오른 후에도 끊임없는 애정이

지금도 두 작가는 틈 날 때마다 공연장을 찾는다. 공연을 보면서 느슨한 부분과 아쉬운 부분들을 적어 공연 후 배우들과 상의한다. “공연이 무대에 올라갔다고 저희 일이 끝나는 게 아니에요. 수정작업이 계속 돼야죠. 9월27일 공연이 끝이 나야 일이 끝나는 거죠.” 또,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생기면 배우들은 작가와 상의한다. 동백꽃의 향기를 맡는 김설록의 대사 “음~ 굿 스멜~”이라는 능청스러운 대사도 배우 김재천의 의견이다. 작품에 대한 작가들의 애정은 끊임이 없다. “심지어 박수 유도도 했어요. 그렇게 분위기를 띄우면 그날 공연이 달라져요. 더 재밌는 공연을 위한 저희 나름의 귀여운 노력이죠.(웃음)”


황류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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