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포 선라이즈’에는 여행 중에 만나 하루 밤을 보내고 헤어지는 두 남녀가 나온다. 그러나 이별 후에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함께 했던 그 순간만으로도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비포 선라이즈’를 보며 수많은 청춘들이 열광했던 이유도 하루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순간성에 있을 것이다. ‘비포 선라이즈’가 순간의 만남을 그렸다면 ‘김종욱 찾기’는 만남 그 후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꿈같던 하루가 7년의 후유증을 낳았다.

‘김종욱 찾기’는 운명을 믿는 여자가 인도여행에서 만난 김종욱을 잊지 못해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를 방문하며 시작된다. 그러나 여자의 첫사랑을 찾기에는 정보가 너무 적다. 원수도 동지가 된다는 타지에서 사랑을 나눴으면서도 여자는 이름 외에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도대체 인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연’이 반복되면 ‘인연’이라고 했다. 우연적인 세 번의 만남을 통해 서로를 사랑하게 된 김종욱과 여자는, 세 번 모두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지고 만다. 운명이라면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것이 여자의 지론이다. 21세기 청춘답게 쿨 한 장면이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100% 쿨 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 하루를 향한 7년 동안의 구구절절한 그리움이 시작된다.

한양에서 김서방 찾기? 대학로에서 ‘김종욱 찾기’!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의 남자는 난감하다. 대한민국의 모든 김종욱을 뒤져 여자의 첫사랑을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불평하는 남자와 답답한 여자는 시종일관 충돌하며 에피소드를 만들어 간다. 공연은 이 에피소드들로 진행된다. ‘김종욱 찾기’는 두 남녀 사이의 미묘한 감정들을 재치 있게 그려냈다. 가치관 차이로 인해 벌어지는 다툼들이 관객들의 웃음 동시에 공감을 자아낸다. 1인 22역의 멀티맨도 한 몫 한다. 멀티맨은 매 상황마다 모습을 바꿔가며 반복되는 내용으로 지루해질 수 있는 극에 활력을 준다.

무대의 적절한 변화도 공연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인도, 비행기 안, 선착장, 사무실 등 다양한 공간을 표현하기에는 무대가 좁다. 그러나 초반, 멀티맨의 멘트로 극이 시작되자 멀티맨 뒤로 세워져 있던 배경이 열리면서 깊게 활용된 무대가 드러난다. ‘김종욱 찾기’는 무대 시설을 동적으로 활용하고 같은 소품을 상황에 맞게 반복 사용한다. 오버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 변하는 무대가 심플하고 아기자기한 극의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진다. 죽도록 김종욱을 찾아 나서는 인물들의 심리 또한 서정적인 무대로 표현된다. 쏟아질듯 하늘 가득 찬 별, 낡은 선착장, 비오는 밤 등 몽상가 여자와 소심한 남자가 변화되는 딱 그만큼 무대도 변한다.

한 번은 다시 만나야 할 ‘김종욱’ 찾기

서로를 통해 점점 변해가는 두 남녀는 결국 김종욱을 찾게 될까. 김종욱을 찾느라 새로 다가온 사랑을 알아보지 못하는 남자와 여자가 점점 포기하는 법을 배운다. 동시에 지금 내 옆의 그 사람이 운명보다 더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김종욱이라는 대상은 어쩌면 첫사랑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김종욱 찾기는 첫사랑이 가지고 있는 설레임과 열정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그리고 사랑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는 길이다. ‘김종욱 찾기’는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린 관객들에게 다시 찾아갈 용기를 내라고 응원하고 있다. 후회와 미련으로 얼룩진 그 순간과 정면으로 마주보라고 말한다.

오랜 시간 외면했던 김종욱과 대면했을 때, 주인공 여자는 새로운 시작점에 서서 출발할 준비를 완료했다. 두 시간 남짓 함께했던 그들의 여정이 막을 내리고 공연장을 나오면, 관객들은 오늘과 다른 내일의 태양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