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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락시터’의 공연 명연기, 명장면 3가지 컨셉!

 

현재 소극장 축제에서는 뮤지컬 ‘락시터’를 보러온 관객들로 시끌벅적하다. 대학로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는 연출가 위성신의 위력이 이번 작품을 통해 또 한 번 발휘되고 있다. 뮤지컬 ‘락시터’는 희곡작가 이근삼의 ‘낚시터 전쟁’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으로 낚시터에서 만난 60대, 30대 두 남자와 1인 다 역의 두 배우가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유쾌, 통쾌하게 그려낸다. 우리시대 남자들은 위기가 닥쳐오거나 생각이 많아질 때 낚시터를 찾는다고 한다. 그들의 잔잔한 이야기가 멀티배우들의 웃음코드와 조화를 이뤄 한층 더 감동어린 무대를 만들어냈다.

- 낚시터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


범하: 이 저수지에 자주 나오시나요?
제복: 예
범하: 난 처음입니다. 이야~ 좋다~
범하, 갑자기 음악을 튼다. 빅뱅의 ‘거짓말’이 흘러나온다.
제복: (범하에게 소리를 줄여달라고 손짓한다.)
범하: (볼륨을 줄인다.)
제하: (볼륨을 꺼달라고 손짓한다.)
범하: (볼륨을 끈다.) 이 이런데 나오면 음악 듣는 게 버릇이 되가지고 말이에요.
제복: …….
범하: 그런데 이런 음악은 별로 안좋아하시나봐요.
제복: 아니요, 아니요, 그게 아니구요, 전 조용히 낚시 좀 하려고 왔거든요.

이들은 첫 만남부터 삐걱거렸다. 조용히 낚시하는 성격인 제복(30대)과 밝고 시끄러운 성격의 범하(60대). 그들의 다툼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들은 어느 누구 하나 양보하는 법이 없었다. 범하는 범하대로 음악을 틀기도 하고 계속해서 제복에게 말을 걸어 귀찮게 했다. 또 제복은 제복대로 범하에게 계속해서 대들며 조용한 분위기를 원했다. 이들의 이런 유치한 싸움은 보는 관객들까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 범하와 제복의 마음


범하: 너무 잘 먹고 잘 노는 모양이로군. 인생이란 좀 고생하는 맛이 있어야 재미나거든.
제복: 뭐 우린 고생 안하고 삽니까? 노인네들을 툭하면 그러죠. 우리가 젊었을 때는 이래저래 고생을 했는데, 요새 것들은 통 고생모르고 편안하게 산다. 이런 소리 아닙니까. 시대가 다릅니다. 노인들이 상상도 못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무자비한 경쟁, 뛰어오르는 물가, 애들 교육문제, 사회문제, 일주일쯤 고생하다보면 입술이 터지고 뒷골이 땅깁니다. 그래서 이렇게 낚시터를 찾는데 여기까지 와서 왜 신경을 곤두 세워야 됩니까?
범하: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고 입장도 충분히 이해해 우린 아직 젊으니까.
제복: 아 진짜로 미치고 팔짝팔짝 뒤겠네. 이런 말 하면 좀 미안한데요. 선생은 뭐랄까 진짜로 버릇없는 늙은이 같습니다.
범하: 뭐 버릇없는 늙은이??
제복: 네 진짜로 이해 못하겠네요. 왜 내 옆에 와서 저를 괴롭히는 겁니까? 댁의 아드님이 영감님께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왜 내가 복수에 대상이 되어야 합니까? 나도 많이 참았습니다. 톡 까놓고 얘기하면 현대 사회는 젊은이 사회 아닙니까? 빠른 두뇌 회전, 열정, 경쟁력, 그리고 추진력이 필요한 사회 아닙니까? 늙은 양반들은 짐입니다. 짐!

범하는 이 말에 심한 충격을 받는다. 자신의 아픔을 콕콕 꼬집는 제복의 말에 가슴이 아려온다. 반대로 제복 역시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자로서 받은 아픔과 고통을 거침없이 퍼붓는다. 이 장면은 왠지 모를 씁쓸한 공감과 깊은 여운을 남긴다.

- 실종사건 이후 아침


제복: 아니 신발 이렇게 벗어놓고, 모자는 물 위에 떠있고…….
범하: 신발은 내가 더워서 슬리퍼로 갈아 신은 거였어. 모자는 왜 저기 있나?
제복: 아니 근데 가방 안에 유서는…….
범하: 그거 노인대학 숙제야. 어때, 잘 쓴 것 같아? 아, 유서보고 자살한 줄 알고 신고하고 그랬구나?
제복: 아니 그럼 상황이 안 그래요?
범하: 엇, 별똥별 봤어? 소원 빌어.
제복: (뭐 이런 사람이하는 표정)
이하 생략
범하: 내가 아는 권동식씨는 말이야. 요즘 아들놈 때문에 고민이 많더라고 컴퓨터 있잖아. 그걸 좀 가르쳐 달라는데 알았다고 대답만 하고 안 가르쳐 준대. 그리고 또 말이야 엄마한테는 그렇게 살갑게 대하는데 자기한테는 안 그런 것 같다고 그렇게 서운하다네? 아 또 자기랑 대화하는 것 자체를 좀 거부하는 느낌이 든다고……. 왜 그러는 거야?
제복: 아드님이 그러시죠?
범하: 어? 내 아들은 안 그래. 얼마나 잘하는데.
제복: 저도 저희 아버지한테 그랬어요. 요즘 젊은 사람들 다 그래요. 지들끼리 사랑할 때 표현하는 것만 잘하지 부모님한테는 표현 잘 못해요. 게다가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스트레스도 많고, 혼자 생각할 시간도 필요하고, 그래서 그런 걸 거예요.(자신에게 말하듯) 마음속으로는 안 그래요.

범하의 실종사건 이후로 이들은 서로 마음을 열게 된다. 이들에게 필요한건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였다. 요즘엔 왜 그리도 이런 말을 쉽게 하지 못하는지……. 뮤지컬 ‘락시터’는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슴으로 와 닿게 해준 작품이다. 지금 내 곁에 누군가가 힘들어하고 있다면, 잔잔한 위로의 말로 힘을 보태주는 것은 어떨까.


박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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