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뮤지컬은 2001년 이후 꾸준한 관객증가와 시장확대를 경험하며 점차 전도유망한 문화산업의 큰 축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특히 ▲식을 줄 모르는 창작 뮤지컬의 제작 열기 ▲뮤지컬 전용극장 시대의 도래 ▲국내 프로듀서들의 해외 진출 ▲국내 작품의 해외 수출 등은 2009년 한국 뮤지컬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원동력이 됐다. 더불어 마니아층의 확산과 뮤지컬 스타의 등장, 대중문화계 각 분야에서 활약하던 많은 스타들이 뮤지컬 무대에 도전장을 내미는 현상은 뮤지컬 산업의 대중화를 도와 시장성숙의 큰 결과를 낳았다. 어느덧 2009년의 반을 접은 지금, 뉴스테이지에서는 뮤지컬 시장에 대한 현황과 전망을 진단하기 위해 상반기 뮤지컬 결산을 시도했다.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뮤지컬계의 전문가 유희성 단장, 원종원 교수, 이유리 교수, 박병성 편집장과 함께 상반기 뮤지컬 시장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시장 변화를 진단해봤다.

1. 전문가의 눈, 상반기 뮤지컬 시장의 이슈는?

▲ 해외진출(이유리): 상반기에는 뮤지컬 ‘드림걸즈’를 통해 해외진출에 대한 적극적인 모색이 진행됐다. 뮤지컬 ‘드림걸즈’가 보여준 한․미합작 형태의 제작방식은 단지 국내 창작 뮤지컬 작품이 해외 페스티벌에 초청된 사례라든지 라이선스 작품을 해외에 진출시키는 것보다 더욱 진화된 형태다. 해외진출의 또 다른 활로가 열린 것 같다.

▲ 대학로 탈출(박병성): 신촌, 삼성동 지역이 새로운 공연 메카로 떠올랐다. 기존에는 많은 작품들이 대학로에 몰릴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이었지만, 앞으로는 뮤지컬 작품의 균등분배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각지의 공연장이 늘어나게 됨으로써 작품 수도 자연히 증가했다. 공연장 설립 붐은 최근 경기 침체가 계속 됐음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작품이 탄력적으로 축소하지 않았던 이유를 대변한다.

▲ 무비컬(이유리): 올 상반기 역시 무비컬이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라디오 스타’ ‘내 마음의 풍금’ ‘마이 스케어리 걸’ ‘주유소 습격사건’ 등 초연이나 재공연을 막론하고 많은 무비컬 작품들이 공연,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 스타 캐스팅(이유리): 영화나 음반 산업의 침체로 많은 대중 스타들이 뮤지컬계로 진출을 했다는 것은 계속 언급되어온 뮤지컬계의 이슈다. 이처럼 여러 스타의 유입으로 뮤지컬 시장의 배우 인프라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써 파생된 겹치기 출연 등의 다른 문제점 역시 재고해야 할 사항이다. 한편 상반기 트렌드의 변화로 ‘훈남’ ‘미남’ 배우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는 점 역시 주목할만한 이슈로 꼽고 싶다.

▲ 관객감소(원종원, 박병성): 올 상반기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됐다. 하지만 이러한 측면이 오히려 작품면에서는 완성도, 성숙도를 재고하거나 그것을 고양시키기 위한 좋은 흐름으로 이어졌다. 다만 장기 불황이 계속된다면 창작에 대한 의욕이 급감할 수 있기 때문에, 현 시장을 선도할만한 히트작의 등장이 절실하다.

▲ 지원제도(원종원, 유희성): 창작 작품을 단순히 제작자에게만 맡겨놓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정부․기업단위에서 후원하는 시스템이 자리잡았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창작지원작, 전국문예회관연합회의 창작팩토리, CJ문화재단의 영페스티벌이 그 예다. 그동안은 작품의 기획서만을 가지고 그 작품이 크게 성공할 것을 막연히 기대해왔다면, 올해 초반 진행된 여러 가지 제도들은 컨텐츠가 성장할 수 있는 트라이아웃(Tryout․본격적인 공연에 앞서 인근 도시에서 실험 무대를 갖는 것)을 지원, 단계별 시장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인큐베이팅, 트라이아웃을 통해 보다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관객과 만난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2009년 상반기 뮤지컬 시장은 장기간 준비 단계를 거쳐 나온 작품도 있는가 하면,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은 작품들 역시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왔다. 장기적으로 뮤지컬에 대한 관심을 늘리고 관객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작품에 대한 심사숙고와 철저한 제작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 전문가의 눈, 하반기 뮤지컬 시장의 흐름은?

- 대작들의 박빙으로 뮤지컬 시장은 어느 때보다 활기
- 과연 몇 작품이 살아남을지는 미지수
- 경제 불황 → 뮤지컬 시장의 자체 정화

모든 전문가들이 2009년 하반기 뮤지컬 시장은 대형 작품들의 각축전이 치열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전문가들의 견해처럼 올 하반기에는 ‘영웅’ ‘남한산성’ 등 초연을 앞둔 대형 창작 뮤지컬뿐 아니라 ‘지킬앤하이드’ ‘렌트’의 오리지널 내한, ‘웨딩싱어’ ‘브로드웨이 42번가’ 등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작품 여러 편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경기가 좋아지지 않는 한 뮤지컬 시장의 큰 성장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도 함께 내놓았다. 유희성 서울시 뮤지컬단 단장은 “너무 많은 작품들이 같은 시기 몰려있기 때문에 이것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미지수다”라며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뮤지컬은 여전히 다른 문화산업에 비해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따라서 하반기에 뮤지컬 시장의 큰 전환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낙관론을 제기했다.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역시 뮤지컬 박빙을 통해 뮤지컬 시장의 자체 정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최근 많은 투자사, 신생 프로덕션들이 뮤지컬계로 진출했으나 올 상반기부터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하반기가 지나고 나면 뮤지컬 프로덕션 또는 시장구조에 큰 변화가 오리라고 기대한다. 어려운 과도기를 넘어 끝까지 살아남은 프로덕션들이 향후 뮤지컬 시장의 안정화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은 뮤지컬 시장의 부상이 계속되기 위해 “시장을 선도할만한 흥행작의 출연이 절실”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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