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6.8.27 목 10:30
상단여백
HOME 뮤지컬
[취재리뷰] 한국의 숨소리로 가득한 공연에 나를 태워라, 뮤지컬 ‘이순신’

 

2009년 ‘충무아트홀’에는 그 이름에 딱 어울리는 공연 하나가 올라갔다. 바로 충무공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이순신’이다. 이순신 프로젝트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경상남도에서 제작 지원을 받고, 동국대 연극학과와 손을 잡는 등 관산학 협력을 이루며, 뮤지컬 ‘이순신’ 호는 그 화려한 닻을 올렸다. 이윤택 연출, 강상구 음악, 민영기 주연 등, ‘제1회 더 뮤지컬 어워즈’의 최우수 작품상에 빛나는 ‘화성에서 꿈꾸다’ 팀이 다시 손을 잡은 초대형 창작 뮤지컬로 더욱 주목을 받은 이 작품은, 2010년부터는 미국, 중국, 일본 등에 진출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며 해외 출항이라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 더운 피를 가진 영웅이 부르는 평화의 노래, 그 깊은 울림에 대하여.
이순신은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이다.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썩어빠진 세상과의 대립, 백의종군이나 과거시험 낙방 등의 고난들, 그리고 기적과 같은 압승. 영웅이 가져야 할 이러한 기본 조건 외에도, 그가 우리에게 자주 회자되는 이유는 바로 인간적인 모습이다. 가장 진한 내면을 무대 위로 끌어 올린 이순신에게서는, 충무로 한 복판 이순신 동상에서의 차가움 금속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야말로 남해에서 맡아본 바닷 내음이다. 전어를 두 팔 가득 껴안고 웃으며, 가족들에게 충실하고, 끔찍한 전쟁에 미쳐가기도 하는 그의 모습은 살갑다. ‘화성에서 꿈꾸다’로 ‘제 1회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주연상을 받은 묵직한 배우 민영기의 탁월한 표현은 극 전반을 떠받치고 있는 느낌이다. 또, 평화를 집중적으로 표현하려는 시도는, 무조건적인 국민성 고취에 껄끄러워진 관객들을 이해시키며 극의 중심축을 맡고 있다. 새 부하들과의 마찰로 빚어진 긴장감 중에 갑자기 전어떼를 등장시키는 것처럼, 각 장면 연결의 세련미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수하 장수들이나, 일본 장군 등은 캐릭터의 정체성조차 제대로 표현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임진왜란의 피비린내 속에서, 일상의 평화와 자연의 풍요에 대한 감정을 잡아낸 것은 훌륭하다. 지각 있는 일본 장군 소요시토시라는 인물의 설정과 전어떼와의 춤은 누구에게나 따뜻하게 와 닿는다.

- 한국적인, 가장 한국적인.
전체적으로 국악기의 멜로디가 진하게 다가오는 뮤지컬 넘버들과, 빨강과 파랑을 주로 사용한 조명등에서 한국적인 이미지가 물씬 느껴진다. 섬세한 묘사는 배와, 가마, 마을사람들의 입성에도 두루 미쳐있다. 이런 한국의 표현을 하는 데에는, 항상 자신들의 색깔을 유지하며 역사 있는 극단으로 자리매김한 ‘연희단거리패’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전투 장면을 상모돌리기로 표현한 부분과, 대단원의 강강수월래는 단연 압권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걸음걸이와, 마을 사람들의 한국적인 춤사위를 보고 있자면 이 ‘연희단거리패’가 손끝 발끝까지 얼마나 한국적으로 다져져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런 중에서도 사이사이 삽입한 현대무용이나, 락 버전의 함대 설명은 시대를 뛰어 넘어 현재의 대한민국이라는 또 다른 한국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보기 좋다. 뮤지컬 넘버가 ‘나를 따르라’외에는 멜로디가 인상적이지 않고 느려지는 경향이 있는데, 현대적 느낌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표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연희단거리패’는 대극장의 발성을 내는데 눌려 대사 구현에 약해지고, 특히 노래에 있어서는 아쉬운 부분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적인, 가장 한국적인 공연을 위해서라면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다. 좀 더 그 깊이 있는 색깔을 안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본기를 탄탄히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세계로 도약하려는 이순신 함대를 손보다.
뮤지컬 ‘이순신’ 함대는 너무 크고 웅장해서 세계로 출항하기에는 아직 준비할 것들이 많이 보인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쉬운 스토리에 풍부한 아름다움을 채색해야 한다는 뮤지컬의 기본을 망각한 경향이 있다는 것. 선조와 원균의 일까지 전쟁 전반을 모두 담아내려 한 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대사들은 관객들에 대한 배려가 없어 아쉽다. 토군, 전라좌수사, 신기전, 기마족등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여과 없이 그대로 사용하여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구지가’나 한우의 시조를 사용한 대사는 고상하지만, 세계를 향하기에는 지나치게 어렵지 않을까 싶다. 유연한 배의 이동과는 다르게, 지나치게 많은 암전은 극의 흐름을 자주 끊어 놓는다. 광활한 바다를 표현하기 위해 영상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사용한 시도는 좋았지만, 영상이 배우들 몸에 자주 비치는 것이나 전반적으로 어두워진 조명은 조금 주의가 필요하다. 영상에 나오는 자막은 눈에 거슬린다. 한 폭의 고서화古書畵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을까 생각해 봐도, 때로는 기둥에 가려지기까지 하는 영상과 자막은 사족이라는 생각이다.

한국 창작 뮤지컬은 한 마디라도 더 주워 섬겨주고 싶다. 아직은 어리고 열악하기까지한 우리나라의 창작 시장에서, 관산학 협력이라는 매력적인 출구를 찾아내어 이제는 세계를 노리는 이 공연이 자랑스럽다. 먼 길 가려는 이 함대에 못질 하나라도 더 해주려는 관객들의 마음을 알까. 한국적인 이미지의 장점을 잘 부각시키고 가지 칠 것을 쳐서, 뮤지컬 ‘이순신’의 항해가 세계라는 드넓은 바다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잘 나아가기를 기대해본다.



백수향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젊은 비평그룹 ‘독’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테이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개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