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년 한국 초연 이후 8천회 돌파, 295만 명 이상의 최다 관객 동원, 거쳐 간 여배우의 수는 박정자, 윤석화, 양희경, 전수경 등을 포함해 무려 248명. 이 화려한 성적표는 어느 대형 뮤지컬의 것이 아니다. 5명의 여배우들이 단출하게 벌이는 한 바탕 콘서트의 힘이다. 배우들의 개인기와 위트라는 무기만으로 신화를 쌓아가고 있는 뮤지컬 ‘넌센스’는 지금도 대학로 소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 수녀복을 입은 웃음, 무대를 가득 채우다.
야채수프를 먹고 식중독으로 숨진 수녀님들의 장례비용으로, 원장 수녀님이 PDP 대형 벽걸이 TV를 사버렸다. 냉동실에 보관된 네 구의 수녀님들을 천국으로 보내기 위해, 5명의 수녀님들이 자선기금 마련 쇼를 벌인다. 듣기만 해도 어이가 없는 이 이야기에 실소를 머금는 것도 잠시이다. 각각 기발한 캐릭터를 가진 수녀님들이, 검은 옷에 얌전히 숨겨놓은 끼를 꺼내놓자 공연장은 순식간에 폭소로 아수라장이 된다. 십자가에 맞아서 기억장애에 걸린 엠네지아 수녀의 건망증, 항상 언더스터디라며 주역이 되고 싶어서 툴툴거리는 로버트 앤 수녀의 입담,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던 레오 수녀의 천진난만함 등 캐릭터의 특징은 각각의 노래와 대사에 잘 살아있다. 또, 정체불명의 약병에 코를 박고 킬킬거리는 원장수녀님과 굵고 든든한 톤으로 상황을 정리하는 허버트 수녀님은 인상적이다. ‘넌센스’의 빵빵 터지는 웃음은 수녀라는 캐릭터에 기반을 두고 있다. 원장 수녀님의 빨간 속옷처럼 의외의 웃음을 선사하는 동시에, 그러면서도 경건한 수녀복처럼 상대를 깎아 내리거나 저속해지지 않는 기분 좋은 웃음을 만든다. 수녀복을 입은 웃음은 오두방정과 경건함 사이에서 훌륭히 균형을 잡는다.
- 유쾌하고 듣기 쉬운 멜로디가 가득한 시간.
넌센스의 뮤지컬 넘버는 매우 듣기 쉽다. 성가를 부르는 수녀님들의 콘서트답게 합창은 단순한 멜로디에 풍부한 화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면서 솔로부분은 배우의 역량을 가득 보여주는 고음과 재즈 느낌의 멜로디 등을 넣어, 공연 전반을 지루하지 않게 받쳐 주고 있다. 안무 역시 손을 모으며 기도하는 모습이나, 하늘을 향해 찬양하는 모습 등 수녀님들의 동작에서 모티브를 삼은 깔끔하고 단순한 동작으로 짜여 있다. 한편, 뜨거운 탭댄스 군무는 공연의 백미로, 수녀님들 한 사람 한 사람이 통통 튀는 소리가 되어 경쾌하게 발을 움직인다. 이렇게 쉽고 친숙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음악과 안무의 짜임은 부담스럽지 않게 이야기를 진행시키면서도, 쇼의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 더욱 롱런하는 기금 마련 쇼를 위한 기도.
기발한 상황설정의 재미는 장기 신화의 공연을 만들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롱런한 작품인 만큼, 고루한 면모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관객을 스탠드 업 시키는 것은 분명 90년대에는 신선했지만, 이제는 많은 공연에서 쉽게 쓰는 연출법이다. 관객과 함께하는 농구 게임이나, 환호를 유도하는 재치 등은 공연 전반을 떠받치는 특징이 되기에는 너무 약해졌다. 또, 레오 수녀의 발레 턴과 엠네지아 수녀의 복화술은 깜찍한 볼거리이지만, 눈이 트인 관객들에게는 어설프다는 인상을 주었다. 각종 이벤트와 내용구성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배우들의 화술과 개인기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공연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이 공연만의 큰 무기이다. 이런 장점을 조금 더 끌어내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걸어 나오며 기도를 한다. ‘롱런하며 걸어온 시간만큼, 탄탄한 내공이 함께하게 하소서. 아멘!’
Nonsense [nɑ́nsens / nɔ́ns-əns, -sens]의 사전적 의미는 무의미, 터무니없는 생각, 허튼 짓이다. 여기에 수녀라는 의미의 Nun을 이용해 살짝 비틀어낸 제목이 바로 ‘Nunsense’. 공연은 제목만큼이나 황당하고 웃기다. 그러나 수녀님들의 넘치는 센스를 보고 있자면, 오히려 이 분들이 조용히 묵상만 하고 있다면 얼마나 터무니없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유쾌한 기금 마련 쇼가 계속 되길 바라며. The show must go on!
백수향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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