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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관객들과의 즐거운 한판 놀이, 뮤지컬 ‘주유소 습격 사건’

 

‘해프닝’의 진수를 보여주다

정신이 번쩍 든다. 생수통이 날아든다. 소화기가 굴러다닌다. 무대 위의 소도구가 멀쩡할 날이 없다. 그것도 모자라 배우들은 무대 밑으로 내려와 관객석을 자유롭게 활보한다. 관객 옆에 앉아 깜짝 놀래어주기도 하고, 아예 대놓고 욕을 하기도 한다. 관객들의 반응을 유도하고, 그들을 무대 위에 올라오게 하는 것은 가히 파격에 가깝다.
관객의 시선이 분산되는 것. 보통 작품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이 ‘해프닝’이라는 장르의 옷을 갈아입는 순간, 설사 당황스러울 지도라도 관객들은 그것에 열광할 수밖에 없게 된다. ‘보고 있다’가 아니라 ‘참여하고 있다’가 되기 때문이다. 작품에 몰입해서 보다보면 남녀노소 누구나 ‘감정이입’이라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감정이입이라 함은 관객이 주인공의 마음속에 들어갔다는 것이고, 이는 곧 현실에서 억눌러있던 본능이 무대 위 주인공을 통해서나마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말로도 달리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주인공이 되고 싶다’라는 관객들의 잠재의식을 우회적이 아닌 직접적으로 끄집어내는 것만큼 큰 카타르시스는 없지 않을까. ‘해프닝’이라는 모험은 무대와 객석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데 공을 세웠다. 배우가 관객이 되기도 하고 관객이 배우가 되기도 하는, 그 헷갈림의 정점에서 관객과 배우들은 해프닝만으로 또 다른 재밌는 이야기와 추억을 만들게 된다. ‘해프닝’만으로도 독립적인 작품이 될 만큼 말이다. 그만큼 배우와 관객이 항상 함께 호흡해야한다는 것, 그것이 뮤지컬 ‘주유소 습격 사건’의 제1 명제는 아닐 런지…….

플롯을 ‘완벽히’ 거부하다

어디로 이야기가 흘러갈지 모른다. 인물들이 삼천포로 빠져도, 설사 그것이 극에서 튈지라도 그것을 지적 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그래야 할’ 의도, ‘해프닝’이라는 목적이 다분히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주제에 몰입하기 위해 곁가지들을 과감히 쳐 낸 셈이다. 결국 ‘우울한 인생을 사는 ‘노마크’ ‘딴따라’ ‘무대포’ ‘빼인트’ 이 네 명의 남자들이 주유소를 털게 되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붙잡힌 인질들과의 재미있는 하룻밤 소동을 벌인다’라는 스토리는 분명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형식상 뮤지컬이 되기 위한 탈을 쓴 것에 불과하다.
스토리를 중심으로 보는 관객들에게 해프닝 뮤지컬은 혹 생소할 지도 모르겠다. 비약적인 이야기 전개, 급조된 듯한 플롯, 이유 없이 흘러가는 일련의 에피소드, 개연성 없는 상황 등은 보통의 극이 가진 틀을 끊임없이 벗어나려한다. 실험적인 느낌마저 든다. 결국 원작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보다 더 이야기를 줄이고, 대신 ‘재미와 놀이’의 측면을 한층 살렸다고 할 수 있는 이 뮤지컬은 단순히 원작과의 비교를 넘어서 ‘목적이 다름’을 분명하게 시사해준다. 오직 ‘순간’만 있으면 되고, ‘현재 내가 이곳에 와 있고, 그래서 이 순간을 관객들과 그저 물 흐르듯 가볍게 즐기면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목적이 있기에 치열하게 전개되는 스토리가 어쩌면 거추장스러울 지도 모르겠다.
다만 좀 더 친절하게 뮤지컬의 의도를 알려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해프닝이 가면 갈수록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것이 아니라 재미나 스타성 등의 상업적인 측면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만들어 낸다. 이는 이야기는 사라진 채 배우만 남게 되고, 관객들은 배우에게만 열광하게 되는 꼴이 되게 하기 때문이다. 결국 ‘관객에, 관객에 의한, 관객을 위한’ 공연이 정작 관객들에게 감상의 한계를 주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삼위일체‘가 되어 노래하다

콘서트 장을 방불케 하는 무대와 영상 기법을 이용한 색다른 연출, 영화 속에서 나와 더욱 친근한 음악, 매력적인 캐릭터, 주․조연 할 것 없이 모두 연기가 아라 ‘진짜’ 노는 방법을 보여준 배우들, 뮤지컬의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멀티맨의 활용, 멋진 춤 등의 볼거리, ‘해프닝’이라는 특별한 부제까지. 서로 다른 이질적인 요소들이 소란스럽지만 하나가 되어 아름다운 앙상블을 만들어가는 뮤지컬 ‘주유소 습격 사건’이다. 이 작품의 주제를 무엇이라 정의내리기는 애매모호하더라도, 관객들과의 소통은 무리 없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절도’라는 심각한 상황에서도 ‘웃음’이라는 코드를 잃지 않는 여유를 발휘했기 때문이 아닐까. 또한 그것이 관객들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뮤지컬에서 재미가 주는 파워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앞으로 좀 더 튼튼하게 다져진, 원작과는 색다른 감동을 주는 작품을 기대해본다.


박샘이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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