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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일상을 견디게 하는 해프닝적 일탈, 뮤지컬 ‘주유소 습격사건’

 

동명의 영화로 인기를 끌었던 ‘주유소 습격사건’이 뮤지컬이 되어 다시 관객을 찾았다. 어느 날 문득, 4명의 친구가 ‘아무 이유 없이’ 주유소를 턴다. 한 문장에서 시작된 일련의 해프닝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다. 기상천외하다 못해 어이가 없는 사건의 발단만큼이나 연속되는 해프닝들도 예측불가이다. 이처럼 ‘그냥’이라는 황당한 이유로 시작된 ‘주유소 습격 사건’은 의도치 않게(?) 답답한 현실의 통쾌한 일탈이 되고 경직된 사회에 유쾌한 일침을 가한다.

- 신선한 형식, 해프닝 뮤지컬!

‘첫 단추를 제대로 끼자’라는 말이 있다. 시작이 반이니 만큼, 심사숙고해서 중요한 첫 걸음을 떼라는 말이다. 그런데 뮤지컬 ‘주유소 습격사건’의 첫 단추는 대체 어떤 단추 구멍에, 무슨 이유로 끼워졌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습격자 4인방은 심사숙고와는 거리가 먼, 즉흥적으로 일을 저지르는 타입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4명의 친구가 주유소를 접수한 뒤 벌어지는 사건들은, 그야말로 조각조각의 예측불허 해프닝들의 연속이다. 이렇듯, 뮤지컬이 표방한 ‘해프닝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주유소 습격사건’의 이야기 자체의 진행방식과 상통한다. 이 밖에도, 뮤지컬 ‘주유소 습격사건’에는 극의 해프닝성을 최대한으로 강조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우선, 몇 개의 벤치로 이루어진 ‘해프닝석’ 일부 객석을 무대 안으로 끌어들인다. 배우들은 그곳이 무대인양, 객석 사이로 요란하게 등장하며 관객들에게 추파를 던지기도하고 말도 안 되는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관객들은 마치 주유소 습격 사건의 현장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며, 배우와 한층 더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할 수 있다.
무대 구성은 굉장히 짜임새가 있다. 무대는 2층으로 나뉘어져 있다. 1층에는 주유소 마당(?)과 사무실이 있고, 2층의 블라인드가 열리면 주유소 내부의 방이 드러난다. 또한, 세 개의 스크린을 통해 극의 중간 중간에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무대 위의 잡다하고 세세한 주유소관련 소품들은 실제 주유소 같은 분위기를 낸다. 뿐만 아니라 주연 4인방의 열창과 배우들의 비보잉 기술 등 화려한 무대매너로 공연장 안에는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열기와 관객들의 환호성이 가득하다. 이 뮤지컬, 현장감 하나만큼은 최고다.

- 복잡하게 생각 하지 마! ‘열광의 미학’과 ‘그냥의 철학’

주유소 습격사건의 주도자 4인방, 노마크, 무대포, 딴따라, 빼인트는 이름만큼이나 골 때리는 꼴통들이다. 난데없이 주유소를 털겠다는 결심부터가 황당한데, 이 친구들 무슨 생각인 건지 현찰도 보이지 않는 주유소에 아예 주인처럼 눌러 앉아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연히 ‘찌질이’가 ‘짱’이 되기도 하고, 주유소의 권력자인 주인이 가장 힘없는 존재가 되는가 하면, 별 볼일 없는 비행청소년들이 가수로 캐스팅되는 등 유쾌한 전복이 이루어진다. 게다가, 자장면 배달부가 숨겨왔던 자신의 애환을 부르짖고, 평소 얌전한 여회사원이 자신의 한을 걸쭉하게 풀어내며, 겁 많던 샌님이 용기 있는 결단을 하는 등, 주유소는 억눌린 자아의 배설 공간이 되기도 한다. 더없이 쓸데없어 보이는 주유소 습격활동이 뜻하지 않게 그 의미를 얻게 되는 순간들이다.
주인공 4인방은 사회의 떨거지 같은 존재들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사회의 뒤틀린 질서를 폭로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들이 가진 젊음이되, 잉여적인 에너지는 사회와 반목하며 그 파장을 무한대로 발산한다. 그 에너지는 경우에 따라, 폭력이 되기도 하지만 무대 위에서 만큼은, 춤과 노래 그리고 그 밖의 관객에게 전이될 수 있는 열광의 에너지가 된다. 또한, 4인방의 아무 목적의식 없는 즉흥적인 말과 행동들은 사회의 허위적이고 가식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이들에게 사회적 질서와 권위의 힘은 아무런 해당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과 뮤지컬 ‘주유소 습격사건’

뮤지컬 ‘주유소 습격사건’은 원작인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이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개연성 부족한 사건들의 나열은 확실히 뮤지컬에서 더 두드러지게 드러나긴 하지만 영화에도 해당되는 사항이고, ‘주유소 습격사건’이란 이야기가 가진 특성이기도 하다. 그것보다도 영화의 중요한 매력들을 뮤지컬이 다 담아내지 못한 데 문제가 있다. 먼저, 영화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졌던 4인방들의 사연들은 관객과 4인방의 거리를 가깝게 하고 관객이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뮤지컬에서는 그것이 각 배우 솔로 곡의 가사와, 4인방의 얼굴과 표정을 담아낸 스크린의 이미지들로서만 생략되어 표현된 느낌이다. 또한, 사회적 잉여인간인 4인방들의 발산하는 에너지, ‘열광의 미학’은 노래와 춤을 통해 더욱 강조됐지만 통쾌하게 사회를 풍자하는 ‘그냥의 철학’은 그에 비해 부각되지 못한 듯하다. 마지막으로 해프닝적인 특징이 지나치게 강조되었던 부분이 있었다. 의도적인 배우들의 시끄럽고 요란한 등장들이 특히 그러하였다.
그런가 하면 영화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뮤지컬이 행하기도 한다. 관객들의 귀에 친숙한 ‘희망가’ ‘작은사랑’ ‘오늘도 참는다’와 같은 뮤직넘버들이 무대 위의 배우들에 의해 열창되고 공연되는 모습은 영화가 줄 수 없는 차원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강민경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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