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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뮤지컬 ‘렌트’, 소수자들이 외치는 절실한 목소리 ‘No day but Today’

 

2009년 뮤지컬 ‘렌트’가 공연되기까지
‘렌트’의 원작은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이다. 1900년 파리를 배경으로, 가난하고 젊은 시인 ‘루돌프’와 바느질로 생활을 연명하는 독신처녀 ‘미미’의 슬픈 사랑을 그렸다. 특히 이 작품은 ‘그대의 찬 손’, ‘무제타의 왈츠’ 등 주옥 같은 아리아로 유명하다.
뮤지컬 ‘렌트’는 현대 뉴욕판의 ‘라 보엠’인 셈이다. 시인역의 ‘루돌프’가 록커 ‘로저’로, 바느질꾼 ‘미미’가 댄서 ‘미미’로 나오며 캐릭터들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했으며, 주인공들을 죽음으로 이끄는 병도 결핵 대신 AIDS로 바꿨다. 젊은 층의 타깃으로 했던 뮤지컬 ‘렌트’는 제작자 ‘조나단 라슨’에 의해 7년에 걸쳐 기획됐으나, 1996년 공연 전날, ‘라슨’ 본인은 급작스런 대동맥혈전으로 사망했다. 그의 처녀작이자 유작이 되어버린 ‘렌트’는 브로드웨이에서 큰 인기를 불러 모으며 12년 간 롱런하는 작품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퓰리쳐상의 드라마부문상, 오비상, 뉴욕 드라마 비평가 협회상, 네 개의 토니상과 세 개의 드라마 데스크상들을 휩쓸며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한국의 뮤지컬 ‘렌트’는 2000년 초연 이후 꾸준히 재공연되며 뮤지컬계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번 2009년 공연의 배우들은 공개 오디션으로 선발된 20세에서 29세의 젊은 배우들로 구성되어 관객들의 큰 기대를 모았다.

특별한 목소리로 사회에게 고하다!
뮤지컬 ‘렌트’는 소외 받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뮤지컬의 배경이 되는 뉴욕 이스트 빌리지는 예술가, AIDS환자, 약물중독자, 동성애자, 거지들과 같은 사회적 소수자 혹은 ‘문제거리’들의 보금자리다. 현실 속의 비주류들은 무대 위의 주류가 되어 그들의 목소리를 흥겹고 강렬한 록비트 위에 얹어 외친다. 그들의 목소리는 절실하고, 뜨겁고 또 특별하다.
작품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8명의 친구들의 영혼은 꿈을 꾸기에 더할 나위 없이 자유롭지만, 그들의 삶과 현실은 늘 무엇엔가 구속되어 있다. 예술가에겐 몇 달치의 밀린 집세(rent)가, AIDS환자에겐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시한부 인생이, 동성애자들에겐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이, 약물중독자들에겐 채워질 수 없는 마약에 대한 갈증이 그들을 옭아맨다. 한 치 앞의 미래도 보장되어 있지 않기에 지금 이순간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그들이 외치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어, 오직 오늘뿐(No day but Today)”이라는 가사가 절실히 들리는 까닭이다.
그들의 목소리가 소수자들의 상처와 희망과 같은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장난스럽고 유쾌하고 재기 넘치는 방식으로 사회의 근엄하고 권위적인 얼굴에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모린의 ‘Over the moon’이나 다함께 어우려져 노래하는 ‘La vie Boheme’과 같은 곡이 특히 그러하다. 폭력이 아닌 참신함과 유머로 사회의 부조리를 풍자한다.

혼자서 또 섞여서 다양한 색깔을 내는 캐릭터들
‘렌트’의 매력은 소수자들이 전하는 절실한 사회적 메시지 이외에도, 톡톡 튀고 개성 넘치는 8명의 주연 캐릭터들에 있다. 이들은 서로 부딪히고, 부둥켜안고, 밀어내고, 손을 잡으며 더욱 다채로운 삶의 색깔들을 만들어낸다. 다소 칙칙한 무대 세트에 원색의 색채와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단연 생생하고 다양한 캐릭터들이다. 오페라, 뮤지컬 그리고 최근의 영화에 이르기까지, ‘렌트’의 이야기는 그 장르를 바꿔가며 다른 방식으로 관객을 찾아갔지만, 이야기 속의 캐릭터만큼은 그들의 ‘핵’과 ‘스타일’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감독인 ‘마크’는 왜소한 체격에 안경을 쓰고 늘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삶의 부조리함과 희망을 동시에 이야기 한다. 그의 전 여자친구 ‘모린’은 넘치는 끼와 매력을 주체하지 못하는 당돌한 여자다. 현재 그녀의 연인은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변호사인 동성애인 ‘조앤’이다. ‘마크’의 룸메이트 ‘로저’는 한물간 로커로 언젠가는 명곡을 작곡하겠다는 꿈을 가졌지만 언제 죽을지 모르는 AIDS 환자다. 그의 아파트 문을 두드림과 동시에 그의 마음의 문을 두드린 다정하고도 아름다운 댄서 ‘미미’ 역시 AIDS에 감염됐다. 그들 중 유일하게 현실과 타협한 인물 ‘베니’는 ‘미미’의 옛 연인으로 ‘로저’와 함께 삼각관계를 이룬다. 큼직한 체격에 굵은 목소리의 컴퓨터 천재 ‘콜린’은 천사라는 뜻의 이름처럼 베풀기 좋아하는 ‘앤젤’과 사랑에 빠진다.
이 개성 넘치는 친구들 간의 관계는 뮤지컬의 진행에 따라 바뀌는 계절처럼 영원하지 못하다. 그들이 처한 상황과 각자의 감정은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며, 어떤 사람은 예기치 않은 죽음으로 친구들의 곁을 영영 떠나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상황은 다시금 반전되고, 감춰졌던 진심이 드러나며, 작별한 줄 알았던 친구가 돌아온다. ‘Seasons of Love’라는 노래처럼, 사랑이 남아 있다면 그리고 아직 희망을 품을 수 있다면 결국에는 모두가 바라는 결말을 맞을 수 있지 않을까. 불행했지만 가슴 속 꿈을 저버리지 않았던 이 8명의 친구들이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다.


강민경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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