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발성 범죄라는 말이 있다. 즉 의도하지 않고 갑작스런 충동으로 우연히 일어난 범죄라는 뜻이다. 뮤지컬 ‘주유소 습격 사건’의 네 사람은 산이 거기 있기에 산을 오르듯이 주유소가 거기 있기에 주유소를 턴다. 심심하던 차에 주유소가 보이고, 그래서 ‘주유소나 한번 털어볼까?’ 싶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이런 ‘주유소 습격사건’의 우발성 범죄와 반대로 치밀하게 준비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계획성 범죄라 부른다. 영화 ‘범죄의 재구성’은 계획성 범죄의 전형을 보여준다. 위조지폐를 만들고 의상을 준비하고 도주 루트까지 철저히 조사한다. 주유소를 털어도 한국은행을 털어도 범죄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범죄라는 한마디로 뭉둥그려 이야기하기에 두 범죄는 너무나 다르다. 우발성 범죄와 계획성 범죄의 대표주자 뮤지컬 ‘주유소 습격 사건’과 범죄의 재구성을 들여다보자.
<뮤지컬> 주유소 습격 사건 - 연출 김달중
- 그냥 한번 털어봤어~!
10년 만에 영화에서 뮤지컬로 변신해 관객을 찾아온 ‘주유소 습격 사건’은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심심해서 주유소를 털러 간 사인방의 이야기다. 야구 천재 노마크, 음악이 없으면 미치는 딴따라, 그림과 사진을 사랑하는 빼인트, 한 놈만 패는 무대포가 털러간 주유소에는 돈 밝히는 사장과 아르바이트 2명까지, 처음에는 단 세 사람뿐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우발성 범죄에 우발성 사건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철가방, 술취한 아가씨, 동네 건달들과 경찰들이 끼어들면서 이들의 강도행각은 점점 묘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뮤지컬 ‘주유소 습격 사건’에서 특히 눈길을 모으는 것은 영상을 가미한 무대구성이다. 기존 뮤지컬에서 볼 수 없었던 ‘하이테크 영상무대’ 구현을 통해 관객들에게 배가 되는 극의 재미를 전달한다. (2009년 3월 12일 ~ 6월 14일, 백암아트홀)
<영화> 범죄의 재구성 - 감독 최동훈
- 사기는 테크닉이 아니라 심리전이다
2004년 4월에 개봉한 영화 ‘범죄의 재구성’은 천재 사기꾼들의 이야기다. 사상 최대 규모의 한국은행 사기극을 위해 다섯 명의 최고 꾼들이 한 팀을 이뤘다. 완벽한 시놉시스 개발자 최창혁, 사기꾼들의 대부 김선생, 떠벌이 얼매, 타고난 여자킬러 제비, 환상적인 위조기술자 휘발류가 뭉쳐 멋지게 한국은행에서 50억을 털지만 그 결과물이 없다. 돈은 없어지고 얼매를 필두로 차례로 사기꾼 멤버들이 체포된다. 아직 행방이 묘연한 김선생의 또 다른 사기극인가, 아니면 이 사기극을 계획했던 최창혁의 또 다른 시놉시스인가?
이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현란한 편집과 다중 분할 화면, 리얼한 대사와 연기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으며 2004년 대종상, 청룡영화상, 대한민국 영화 대상을 휩쓸었다. 그러나 이 작품이 가진 최고의 재미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준비된 계획이 차근차근 실현되는 장면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다.
조아라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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