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오리지널팀 내한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이 1월 29일을 시작으로 2월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중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고전으로 뮤지컬뿐만 아니라 연극, 영화, 무용 작품으로도 셀 수 없이 각색된 작품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수 없이 다른 장르로 치환되어 만들어졌고, 그는 그들만의 특색에 맞추어 재탄생됐다. 이쯤 되면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이야기는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은 원작에 더해 많은 부분을 세심하게 채색해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만들어 냈다.
프랑스 뮤지컬이 갖는 매력이라면 각 파트가 갖고 있는 전문성의 조화를 들 수 있다. 댄서와 배우가 각자의 분야에서 자신의 강점과 장점을 최대한 발산하면서 서로 융합되는 매력 말이다. 이번 프랑스 내한 공연 ‘로미오 앤 줄리엣’에서는 로미오 역의 ‘다미앙 사그르’과 줄리엣 역의 ‘조이 에스뗄’을 비롯한 전 출연진이 전문 무용수에 버금가는 춤 실력과 동시에 안정적인 가창력을 선보였다.
‘로미오 앤 줄리엣’은 ‘종합예술’로써의 뮤지컬의 임무를 충실히 해낸다. 이 작품은 음악, 조명, 안무, 의상 등 각자의 분야가 만나 최대한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서로에게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작용한다. ‘로미오 앤 줄리엣’은 음악이나 스토리 등 한 가지 요소에만 치중하기보다 그 무엇 하나 무심히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음악과 스토리는 물론이고 세트와 조명, 의상 그 무엇하나도 무의미하게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다. 이 작품 속에서 의상과 조명은 전체적인 무대의 분위기와 각 캐릭터들이 가진 특징을 표현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몬테규 가는 푸른색을 통해 표현되고, 강하고 냉정한 정서가 풍부한 캐플렛 가는 붉은색 의상과 조명을 통해 표현된다.
음악 또한 ‘로미오 앤 줄리엣’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로미오 앤 줄리엣’의 음악은 삽입곡인 ‘사랑한다는 건(Aimer)’과 ‘세상의 왕들(Les Rois du Monde)’이 2001년 프랑스 음악차트 1위를 차지할 만큼 폭 넓은 사랑을 받았다. 또한 뮤지컬 넘버 중 ‘세상의 왕들’은 최고의 노래로 선정되었고, 뮤지컬 앨범은 골든디스크, 백금디스크, 다이아몬드디스크를 수상하면서 2005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베스트뮤지컬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리기도 하였다. 이렇게 ‘로미오 앤 줄리엣’에서 음악은 전체를 아우르는 중요한 요소다. 이 작품에서 음악은 아름다운 멜로디뿐 아니라 그 가사를 통해 인물들의 감정이 한층 더 뚜렷해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로미오 앤 줄리엣’은 이렇게 음악을 통해 각 인물들의 심리를 한층 더 세밀하게 묘사하려 했다.
프랑스 뮤지컬은 여타 국가의 뮤지컬에 비해 문학적인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그 어느 인물도 아무 이유 없이 출연하지 않는다. 군무를 추는 무용수들은 각 장면에 맞춰 온 몸으로 상황을 묘사한다. ‘로미오 앤 줄리엣’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바로 ‘죽음의 여신’의 존재다. 그는 항상 로미오와 줄리엣, 아니 모든 인물들의 주위를 맴돈다. 이는 항상 인간의 곁을 맴도는 죽음이라는 존재를 형상화한 것이다. ‘죽음의 여신’은 티볼트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그에게 입을 맞추고, 로미오가 추방당한 괴로움에 몸부림칠 때 그의 온몸을 감싸 안는다. 이렇게 ‘죽음의 여신’은 각 인물들이 지닌 공포와 두려움, 그 상황의 심각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낸다.
‘로미오 앤 줄리엣’의 시적이고 문학적인 특징은 위에 언급했듯이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거꾸로 작품의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로미오 앤 줄리엣’은 티볼트와 유모, 줄리엣의 아버지와 신부 등 주변 인물 모두에게 시간을 할애한다. 제한된 시간 안에 모든 이야기를 해야 하는 라이브 공연의 특성상 이런 ‘친절한 설명’은 공연을 지나치게 길게 만든다. 또 이런 늘어지는 느낌은 더 나아가 보는 이를 지루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외부적인 사건의 개요보다는 인물 개개인의 내면적 심리 묘사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개개인의 캐릭터들은 자신의 입장을 토로하고, 관객은 그 장면에 한해서는 그들을 더 깊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장면들은 전체적인 면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모든 인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주인공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갖는 의미가 희미해지는 것이다. 모든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려다 보니 정작 주인공들의 스토리가 부각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애절하고 슬퍼야할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은 그다지 비극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들이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는지는 넘치도록 알겠지만, 어떻게 서로를 사랑하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로미오 앤 줄리엣’은 하나의 뮤지컬이면서도 하나의 문학 작품이다. 비록 문학적인 시도로 인해 작품의 전체적인 균형이 다소 흐트러지긴 했지만, 그것이 치명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성장해가는 뮤지컬 시장에, ‘예술로써의 뮤지컬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기나긴 고전 문학은 누구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작품이 가지는 예술적인 가치를 간과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누가 뭐래도 ‘로미오 앤 줄리엣’, 그들의 사랑은 영원하다.
이예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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