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뮤지컬 산업은 최근 격동기를 맞아 연 20~30%의 성장률을 보이며 한국 문화계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성장했다. 최근 경기악화로 주춤한 듯 보이지만 한국 뮤지컬 내수시장은 질적인 부분에서 꾸준히 상승곡선을 타고 있음이 분명하다. 특히 완성도 높은 창작뮤지컬 제작과 배우 및 크리에이터 등 전문 인력의 성장 및 확대는 괄목할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마니아층의 꾸준한 확산과 뮤지컬 전용극장 신설을 통해 한국 뮤지컬은 산업으로서의 면모를 차근히 밟아 나가고 있는 추세다.
뉴스테이지에서는 2008년을 돌아보며 한국 뮤지컬을 진단해보고 2009년을 미리 만나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설문에는 유희성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원종원 뮤지컬 칼럼니스트 겸 순천향대 교수, 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이 참여했다.

1. 키워드로 본 2008년 뮤지컬

유희성: 드라마의 영향 때문인지 클래식에 대한 선호도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클래식 공연장에 가보면 요즘에는 일반 관객의 참여가 많이 보인다. 그리고 뮤지컬에서는 창작 대형 작품이 많이 없어졌다. 완전한 창작 작품보다는 창작 재공연 작품이 많이 생겼고, 오픈 런 작품도 많아졌다.
이유리: 첫 번째로 지난 해 부터 두드러졌던 영화를 뮤지컬화한 무비컬이 대세를 이룬 해이며 무비컬 중의 하나인 내 마음의 풍금, 라디오 스타 등이 완성도 면에서 좋은 성과를 이루었다. 또한 2008년은 드라마 분야의 유명 스타들이 뮤지컬 무대에 대거 진출한 해이기도 했다. 이 현상은 영화계나 가요계가 더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는 2009년 대중문화 시장을 감안할 때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실험적인 해외 뮤지컬의 성공적 국내 진출이 돋보였다. 컴퍼니, 쓰릴 미, 나인, 스위니 토드, 씨 왓 아이 워너 씨 등의 뮤지컬은 소재, 양식, 음악적인 면에서 우리 관객들이 익숙한 기존의 브로드웨이 쇼 콘셉트의 뮤지컬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뮤지컬이었다. 실험적이며 작품적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들이 국내에서 안정적인 공연 성과를 이룬 점은 한국 뮤지컬 관객의 진화 발전을 확인 시켜 주는 고무적인 현상이다.
원종원: 굵직한 사건이 많았다. 작년 말에 벌어진 예술의 전당 화재사건 때문에 아직까지 여파가 크다. 프로덕션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시장을 선택해 공연을 올렸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발생했다. 우리나라의 빈약한 공연장 시설과 환경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뮤지컬 산업이 더 발전, 육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병성: 정권이 바뀌면서 유인촌 장관의 취임과 더불어 주요직책이 변화했으며, 인사가 대폭 변한 것이 가장 큰 이슈인 것 같다.
2. 2008년 뮤지컬 시장의 진단과 보완점

유희성: 재작년에 내놓은 대형 창작 뮤지컬들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소형 작품들이 돋보였다. 하지만 소형 작품들의 프로덕션이 너무 쉽게 이루어지는 것 같아 아쉬움을 남겼다. 완성도가 결여된 작품은 일반인에게 외면을 당하게 되고, 그것은 곧 뮤지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더 완성도 있는 소형 창작뮤지컬 작품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유리: 작품 편수가 증가했지만 수익성은 감소했다. 뮤지컬의 양적인 팽창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안정성은 여전히 기대하기 어려운 한 해였다. 앞으로는 창작 뮤지컬의 개발과 아시아 시장 진출을 통해 내수 시장을 극복해야 한다.
원종원: 올해도 작품 수는 여지없이 늘어났다. 양적인 성장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큰 이슈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질적인 성장은 어떻게 이루어야 하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때이다. 양적으로 팽창된 작품 안에는 ‘묻지마 제작’으로 만들어진 작품도 많다. 런던이나 뉴욕에서는 검증받지 않는 공연은 올라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작품의 퀄러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올라간 공연도 퀄러티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방과 유기적인 결합을 해야 한다. 지방에서 트라이아웃, 프리뷰공연을 유치한다면 지방관객도 창작의 처음단계에서 작품을 함께 해볼 수 있지 않나? 그 정도는 되어야 진정한 산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병성: 2008년은 연예인이 뮤지컬계로 가장 많이 진출한 해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만큼 뮤지컬계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도 된다. 반면 작품의 졸속제작, 과다경쟁으로 인한 제작비상승은 좀 줄여야 할 것 같다. 지나치게 스타위주, 배우위주제작보다 작품의 질적 성장을 고민해야 할 때다.
3. 2009년의 뮤지컬을 바라보다

유희성: 2009년에는 대극장 작품이 많이 개발될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알려진 몇 작품이 기다리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중극장용 작품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문화예술진흥원, 서울문화재단에서 창작 뮤지컬 지원금이 생긴다. 지원금을 받아 제작비 도움을 받으면서 텍스트와 음악을 좀 더 준비하는 기간을 가진다면 지금보다 더 퀄러티 있는 작품이 탄생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이유리: 경제적인 침체가 뮤지컬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신작 공연들은 지속적인 상품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고 이미 검증된 공연으로 명맥이 이어질 것이다. 또한 위축된 투자와 관객의 소비 심리는 내년 상반기에 더 심해질 것이다. 그로 인해 최근 몇 년간 무분별하게 이루어 졌던 신생 프로덕션의 활동과 그들의 과다한 제작은 시장여건에 의해 필연적으로 자체 정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뮤지컬 시장 내부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타개책들이 모색되어 새로운 시장 구조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위기는 그것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투명성과 안정화를 위한 계기일 수도 있다고 본다.
원종원: 2009년에 작품편수가 줄어든다고는 하지만 나름대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2008년에는 ‘묻지마 제작’이 워낙 많았기에 질적인 성장을 달성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사실 작품 수는 많았지만 실질적으로 돈 번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풍요속의 빈곤이다. 2009년은 작품수가 줄어들더라도 극장에 올라가는 작품이 성공하고 흥행하는 케이스가 많아지는 시장으로 변화한다면 이 위기도 현명하게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제작자들도 시장성, 흥행성을 검증해서 작품을 올리는 풍토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박병성: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는 2009년의 라인업들은 거창한 것 같다. 제작사들의 전쟁을 방불케 하는 한해가 될 것 같다. 각 작품과 제작사들, 배우들의 진검승부를 통해 자연적으로 뮤지컬 시장이 정리 되는 한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백수진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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