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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와 색으로 보는 뮤지컬

 

무심히 보고 지나치는 공연 포스터 한 장이지만 그 안에는 공연 하나가 모두 담겨있다. 지금 공연중인 4편의 뮤지컬을 포스터와 색으로 다시 읽어보자.

- 캣츠
‘캣츠’의 포스터는 너무나 단순하다. 새카만 바탕에 하얀 페인트로 낙서한 듯 CATS라는 알파벳이 위치했다. 위에는 노란 고양이의 눈이 보는 이를 함께 응시한다. 마치 마주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고양이 눈동자가 좀 특이하다. 자세히 보니 춤추는 사람의 모습이다. 고양이와 춤추는 사람과 멋대로 쓰인 알파벳이 밤에 벌어지는 제리클캣들의 축제인 ‘캣츠’의 내용을 짐작하게 하는 요소들이다. 저 3개의 요소를 3가지 색상으로 표현한 것도 주목할만 하다. 가장 낮은 명도인 검정 바탕 위에 가장 높은 명도인 노랑과 하양이 빛난다. 단순하고 눈에 띄는 색상 배치로 사람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검정은 고양이들이 활동하는 밤을 연상케 한다. 검은 밤이라고 해서 무섭거나 미지의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검정은 강함과 동시에 높은 자존심을 나타낸다. 고양이의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진다. 이 포스터는 공연 전체의 이미지를 색 대비만으로 상징한 포스터다.

- 미녀는 괴로워
이 포스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화려한 조명과 여성의 실루엣이다. 에스라인을 뽐내며 마이크를 들고 있는 이 여성은 핑크의 테두리로 후광까지 비춰지고 있다. 아래쪽에 위치한 공연의 제목 역시 네온핑크로 강하게 빛난다. 주인공 강한별이 아름답게 변신해, 가수로 성공하는 내용을 한 장면에 모두 담았다.
‘캣츠’와 같은 검정바탕을 사용하고 있지만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네온핑크색이다. 핑크는 달콤함과 사랑스러움, 연약함과 여성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실제로 빨간 장미보다 분홍장미가 더 사랑스럽게 느껴지고, 하얀 케이크보다 분홍 케이크가 더 달게 느껴진다고 한다. 헌데 이 포스터에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파스텔톤의 핑크가 아닌, 빛을 받으면 빛나는 네온핑크를 사용했다. 파스텔핑크는 분명 사랑스럽고 달콤하다. 그러나 외모로 인한 쓴 맛을 본 후 노력으로 아름다워져 성공한 주인공의 삶을 나타내기에는 너무 연약하다. 이런 문제를 네온핑크를 사용해 해결했다. 또한 가수라는 직업에서 오는 화려함과 강한별의 성공을 더 효과적으로 나타냈다. 색상의 명도와 채도를 바꾸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알려주는 포스터다.

- 지킬 앤 하이드
‘지킬 앤 하이드’의 포스터는 고풍스러운 무늬에 강렬한 붉은 색을 사용했다. 반복된 바탕 무늬는 벽지를 연상케 하고, 그 벽지를 주욱 찢어낸 듯한 부분에 제목이 들어갔다. 먼저 저 붉은 벽지에 주목해 보자. 고풍스러운 무늬는 100년이 넘은 소설을 뮤지컬화 한 이 작품의 정통성과 고급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얌전하게 잘 붙어있는 벽지가 아닌 찢어져 나가 있다는 부분에서 뭔가 끔직한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피를 연상케 하는 붉은 벽지가 찢겨져 나간 곳에 검은 배경이 들어난다. 그 검정 위에는 ‘지킬 앤 하이드’ 라는 글씨가 흰색에서 점점 붉게 물들어 가고 있다. 지킬이라는 하얀 색처럼 순수하고 죄 없는 인격이 하이드라는 살인마의 인격에 물들 듯 점점 잠식당해 가는 과정과 같다. 이 포스터는 작품의 내용을 그라데이션기법으로 효과적으로 표현한 포스터이다.

- 싱글즈
‘싱글즈’는 고양이들의 이야기인 ‘캣츠’나 100년전 소설속의 인물인 ‘지킬 앤 하이드’와는 달리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나난, 동미, 수현, 정준의 네 사람의 일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풀어나간다. 이런 작품에 걸 맞게 주황, 연두, 핫핑크, 파랑의 비비드한 컬러들이 포스터를 차지하고 있다. 이 포스터에서는 ‘지킬 앤 하이드’같은 고풍스러움이나 무거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각 인물 별로 색상을 배치하여 색상이 가진 이미지로 극중 인물들의 캐릭터를 짐작하게 한다. 착한 순정남인 정준은 안정적이고 편안한 이미지의 연두색을 배치했고 시크하고 핸섬한 증권맨 수현은 보수적이고 신중한 느낌이 드는 파란색을 배치했다. 사랑스럽고 여성스러운 색의 대표인 핫핑크는 발랄하고 귀여운 나난의 성격을 보여주고 화끈하고 열성적인 이미지의 오렌지색은 잘나가는 워킹우먼이면서 언제나 당당한 동미 그 자체다. 이 포스터는 색상으로 극중 인물들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포스터다.

단 한 장의 포스터 지만, 포스터는 대중들에게 제일 먼저 다가가는 아주 중요한 존재다. 그런 만큼 문자의 배열, 그림의 위치, 사용되는 색상까지 어느 것 하나 의미를 담지 않은 것이 없다. 이제는 제목뿐 아니라 그림과 색상에도 관심을 가지고 포스터를 보자. 그럼 한편의 공연 전부가 당신의 눈에 들어올 것이다.


조아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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