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브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가 지난 11월 7일부터 오는 2009년 1월 24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2관에서 공연 중이다. 이 작품은 신, 구세대를 아우르는 세대별 사랑이야기로 한국의 현실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보편적인 삶의 일상을 그대로 포괄하고 있다. 더불어 한 모텔방 안에서 벌어지는 짧지만 강렬한 다섯 가지의 에피소드를 통하여 보는 관객들의 오감을 가슴속부터 깊숙이 자극시키는 묘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 노총각, 노처녀
초등학교 동창생인 그들은 티격태격 다투다가 서로간의 가슴속에 꼭꼭 숨겨두었던 실연의 상처들을 끄집어낸다. 이들은 각자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다시 말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지만, 어느 순간 그 상처를 서로 아파해 주며 보듬어 주기에 이른다. 이렇듯 각자가 지닌 아픈 추억과 상처들은 그 치유의 방법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에피소드는 현재 어느 누구나 겪을법한 이야기로, 보는 관객들에게 공감대와 동요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 장면의 음악은 이승기의 ‘누나라 부를게’, 진주의 ‘난 괜찮아’ 등 자기 자신을 오버랩 시키는 익숙한 가사들로 상처를 극복해나가려는 의지와 위안을 안겨준다. 또한 낯익은 노래와 가사를 극 속에 사용함으로써 관객들과의 공감성과 친밀감을 유발 시킨다.

- 전라도 부부
구수하고 감칠맛 나는 전라도 사투리로 공연장의 분위기가 한층 밝아진다. 낙천적인 마도로스인 남편은 시골에서 사고를 치고 서울에 한 모텔에 묶고 있다. 우악스런 부인은 그 남편이 묵고 있는 모텔로 쳐들어가 남편을 제압하려하지만, 남편이 지닌 유머와 뻔뻔스런 배짱을 이기지 못한다. 이러한 소재는 우리의 일상을 유쾌하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나가 관객들에게 흥미를 이끌어낸다. 특히 목포에서 고기 잡는 일을 했던 남편에게 부인이 “어따 이제 뭘 먹고 살라요?”라고 묻자 남편은 “어마 인제는 배 멀미를 해버려야”라며 핑계를 댄다. 하지만 그런 뻔뻔스럽고 무신경한 남편이라 하더라도 부인 생일이라며 빨간 스카프를 살포시 내밀 땐 귀엽기도 하다. 이내 부인도 “아따 뱃놈 감각하고는 쯧쯧” 이라고 말은 하지만 그동안 남편 때문에 힘들어 했던 모습이 그 순간만큼은 사라져버린 듯하다. 이렇듯 전라도 부부의 에피소드를 통하여 관객들은 함께 웃고 함께 즐거워한다. 그래서 우리 맘 깊숙이 자리 잡은 소박하고 순수한 마음이 이 장면을 통하여 감동으로 전가된다.
이 작품의 사용된 음악과 가사들도 그 분위기에 맞게 경쾌하면서도 감칠맛 난다. 남편이 말도 안 되는 소리로 귀찮게 하자 부인이 4명의 배우들과 부르는 욕설 섞인 경쾌한 노래는 해학과 웃음이 담겨있다. 속 썩인 남편 때문에 애가 타지만 웃음으로 승화시키고자 노력하는 부인의 모습이 가사 속에 담겨져 보는 이들에게 유쾌한 바이러스를 전달해 준다.

- Love Start
학교 선배를 짝사랑하는 여자 후배는 술에 취한 척 하며 모텔방으로 선배를 이끈다. 다음날 그 선배에게 책임지라고 말하며 올가미를 씌운다. 선배는 답답해하며 고민하다가 여자 후배의 작전에 그만 넘어가 사랑의 포로가 되고 만다. 특히 여자 후배가 “여자들이여 남자들에게 가슴을 아끼지 마라”라는 대사와 반대로 선배가 “남자들이여 여자 가슴을 함부로 만지지 마라”고 하는 극과 극의 대사는 작품이 의미하는 바를 단번에 집어내는 말로 관객들에게 전달력을 높인다. 이러한 에피소는 요즘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관념을 통쾌하고 명확하게 보여준다. 과거에는 사랑을 조심스럽게 소극적으로 묘사했다면 지금은 사랑을 위해선 물불을 가리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적극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이 장면에서 상용된 음악은 힙합과 랩으로 치장되어 젊은 층의 감각을 여실히 드러낸다. 자극적이면서도 유쾌한 가사와 노래는 이 작품이 추구하고자 하는 생각을 솔직하게 보여주어 관객들에게 신선한 통찰력을 갖게한다.

- 아내의 생일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편이 아내의 생일을 맞아 모텔방에서 케이크에 불을 밝힌다. 적막히 흐르는 고요한 모텔방에서 남편은 부인에게 자신과 딸 소원의 일상을 두서없이 이야기 한다. 혼자 울고 있는 남편에게 죽은 부인이 찾아와 가엽게 지켜보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뭉클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미안해”라고 말하는 남편이 전화를 걸어 부인에게 딸 소원의 목소를 듣게 해주는 장면은 더없이 슬프고도 가슴 찡한 여운을 남긴다. 그리움의 사랑은 가슴 아프지만,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시키기에 더없이 중요한 소재다. 이 장면은 그동안 강팍해진 마음을 잔잔히 녹여내며, 사랑을 쉽게 생각한 이들에게 진실된 사랑을 전해준다. 또한 이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 장면에서 음악은 작품의 클라이맥스를 한 단계 더 고조시킨다. 장면이 슬프고 애처로운 만큼 잔잔한 음악과 울음 섞인 가사들로 인하여 그 의미가 더욱 극대화 되는 것이다.

- 할아버지, 할머니
이제 황혼을 맞이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동네에서 오빠와 동생으로 지내온 사이다. 이들의 사랑은 정말 순박하고 따뜻하다. 추억이 담긴 트위스트를 추면서 함께 즐거워하는 이들은 서로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이제 곧 할머니가 캐나다로 떠난다고 하자, 할아버지는 한 집에서 함께 살자고 청혼한다. 이 장면에서는 다른 일상적인 대화들과는 달리 말 속에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특히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유채꽃을 닮았다고 하는 대사와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듬직한 소나무와 같다고 말하는 모습은 세월 속에 스며든 순수함이 자연스레 베어난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사랑의 연륜과 깊이를 경험하면서 함께 느끼고 함께 배워나간다. 참된 사랑은 이런 것이라고…….
이 장면에서 사용된 음악은 경쾌한 트위스트 음악과 잔잔한 선율이 서로 교차한다. 추억에 잠길 때는 빠른 템포의 리듬으로, 현재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때는 진지함 속에 전해지는 따뜻한 멜로디가 귓가를 자극시킨다. 작품이 의미하는 바를 한 개의 음악으로 말하지 않고 다양하게 사용함으로써 시간의 교차와 세월속의 흔적들을 세밀하게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는 사랑을 찐하고 명쾌하게 보여준다. 각 장면이 시사하는 사랑은 모두 다르면서도 의미가 깊다. 현재의 사랑을 짧지만 세밀하게 묘사한 것은 지금 시대의 트렌드에 적절하다. 이 작품은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고, 생각하게 하고, 다시 느끼게 하고 ,배우게 하는 등 사랑이란 의미를 다양하게 만족시킨다. 그래서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않거나, 진정한 사랑을 찾고 싶고 혹은 알고 싶은 이들에게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는 효과적인 배움의 터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박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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