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록기의 쇼킹한 의상으로 기억되는 2001년 초연 이후 꾸준한 인기를 이어오며 단단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뮤지컬 ‘록키호러쇼’. 오만석, 이선균, 강지환 등 쟁쟁한 스타들이 신인 시절 거쳐간 이 독특한 뮤지컬이 올 가을 새롭게 단장하고 관객을 찾아왔다. 키워드로 살펴본 2008 ‘록키호러쇼’의 모든 것!
1. 컬트(Cult) - 새로운 문화 현상의 시작을 알리다!
1975년 개봉해 관객의 외면을 받았지만 일부 극성팬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등에 업고 컬트 영화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한 ‘록키호러픽처쇼’는 뮤지컬 ‘록키호러쇼’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컬트 영화라는 말에서 시작된 “컬트”라는 개념은 일반 대중의 취향과는 동떨어진 가치를 추구하며, 일부 소수에게 숭배에 가까운 지지를 받는 문화적인 아이템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게 된다. 즉 ‘록키호러쇼’가 ‘컬트’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1973년 런던 초연 당시 기괴한 분장과 황당한 전개, 파격적인 연출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록키호러쇼’는 30년 넘게 전 세계 극장가에서 공연되며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로 만 35세를 맞아 중년을 눈앞에 두고 있건만 ‘록키호러쇼’는 닳지 않은 날 것의 느낌을 잘 지켜 오고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신세대에게도 섹스와 마약, 동성애 등을 거침 없이 담아낸 이 작품은 충분히 파격적이며 당혹스럽다.
2. 프랑큰 퍼터 - 뮤지컬 사상 최고의 돌+아이
프랑큰 퍼터 박사를 ‘돌아이’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지 모르겠다. 그는 트랜실바니아 은하계 소속 트랜섹슈얼 행성에서 온 양성 과학자, 즉 외계인이니... 인간에게나 쓸 수 있는 돌아이라는 표현이 합당할지 모르겠으나 뮤지컬 사상 전무후무한 황당하고 엽기적인 캐릭터임은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화장을 떡칠하고 망사스타킹에 하이힐을 신은 채 태연한 얼굴로 살인을 저지르며 공연 내내 본능에 충실하라고 외쳐대는 프랑큰 퍼터! 2008년 한국 공연에서는 홍록기, 송용진, 김태한, 강태을 등의 쿼드러플 캐스팅으로 개성 뚜렷한 네 명의 프랑큰을 만나볼 수 있다.
2005년 공연에서 에디 역으로 출연한 바 있는 송용진은 “가장 도전해보고 싶었던 역을 맡게 돼 신이 난다”며 “프랑큰이야말로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순 없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네 명의 캐스팅에 대해서는 “초연부터 타이틀 롤을 맡아온 홍록기는 노련한 베테랑으로 그냥 믿고 볼 수 있는 프랑큰이고, 코미디에 능한 김태한은 영화에서 프랑큰을 연기했던 팀 커리와 가장 분위기가 흡사하며, 강태을은 떠오르는 신예답게 신선하고 귀여운 구석이 있는 프랑큰이 될 것”이라 귀띔했다. 또 자신은 오랜 시간 록 음악을 해온 만큼 노래에 있어서만큼은 다른 배우와 비교 불가일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3. Rock! Rock! Rock! - 무대를 채우는 Rock Spirit!
‘록키호러쇼’는 록 음악의 전당과도 같다. 록에 기본을 둔 뮤지컬 넘버는 물론이고 등장 인물 하나하나가 마치 록 음악의 역사를 보여주는 듯하다. 폭주족 에디의 죽음은 60년대를 지배했던 록큰롤의 종말을 뜻하며, 에디를 제거하는 프랑큰 퍼터는 하드록, 프로그레시브록과 함께 70년대를 풍미한 글램록의 상징이랄 수 있다. 따라서 극의 후반 프랑큰의 죽음은 히피 문화와 쾌락주의로 점철된 6,70년대가 끝났음을 보여주는 듯해 왠지 모를 애잔함을 전한다.
2008 ‘록키호러쇼’에는 록음악의 진수를 맛보게 할 출연진들로 가득하다. 프랑큰을 연기하는 송용진은 록밴드 ‘쿠바’의 보컬 출신이며 마젠타 역의 이영미는 ‘헤드윅’, ‘밴디트’ 등으로 다져진 시원한 록 발성의 소유자이다. 특히 프랑큰의 하인 라프라프 역에는 인디밴드 ‘프라나’, ‘내 귀의 도청 장치’의 보컬 이혁과 ‘몽니밴드’의 김신의가 더블 캐스팅돼 자신들의 장기를 아낌 없이 발휘하며 극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4. Just have fun! - 메시지? 그냥 즐겨!
이쯤 되면 ‘록키호러쇼’가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툭툭 던져지는, 아름다움과 성(性), 쾌락을 극도로 탐하는 질펀한 대사와 몸짓 뒤에는 심오한 무언가가 담겨 있을 것만 같다. 각 등장 인물의 상징과 시대 상황을 연결 지어 따져나가다 보면 생각보다 무지하게 철학적인 메시지를 발견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관습과 인습, 체제에 대한 저항? 주변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 자아 실현? 무분별한 방종과 쾌락주의의 비참한 최후?
그러나 관능적으로 뒤틀린 새빨간 입술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포스터를 보고 있자니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있는 나를 깔깔대며 비웃는 프랑큰의 웃음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렇다. 생각은 무슨... 즐거우면 그뿐인 것을... 끝내 프랑큰의 유혹에 몸을 맡겨 버린 브래드와 자넷처럼 세상만사 고민일랑 잠시 접어두고 그냥 즐기시라. 신나면 소리 지르고 맘에 안들면 맘껏 야유하시라, ‘록키호러쇼’의 공간에서만큼은 당신은 자유다.
조수현 lovestage@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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