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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육영수 여사를 말하는 방법, 연극 ‘육영수’

 

육영수 여사 서거 만 34년을 맞아 지난 9월 3일과 4일에 걸쳐 국립극장 KB청소년 하늘극장에서 연극 ‘육영수’가 공연됐다. 흥미로운 점은 내용보다는 형식이다. 육영수 여사의 아름답고 숭고한 삶을 표현함에 있어서 연극 ‘육영수’는 몇 가지 방법들의 조화를 통해 다소 진부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제목으로 삼은 육영수 여사의 이름으로 보아 그녀의 기품 있는 자태를 기대하고 갔던 관객들은 다소 의아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극이 끝을 향해 달려가도 우리의 육영수 여사는 등장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육영수 여사는 없다. 종종 음성으로만 자신의 존재를 비칠 뿐이다. 남편인 박정희 대통령조차 극의 결말부인 장례식 장면에 처음 등장하여 그녀를 향한 추모곡을 바치는 것이 전부이다. 이렇듯 연극 ‘육영수’의 윤석민 연출은 박정희, 육영수 부부를 꼭꼭 숨겨놓는다. 이러한 두 사람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육영수의 어머니인 ‘이경령’과 막내 동생 ‘육예수’, 가상의 인물인 장관부인 ‘나골빈’이다. 모녀는 자신들의 입과 몸을 빌어 육영수부부의 일화들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실제로 무대에 등장시키는 방법과 제 3자를 빌어 들려주는 형식은 분명 차이를 보인다. 전자의 방법을 사용했다면 우리는 육영수여사에 쉽게 몰입하여 그녀와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극은 진부한 통속극으로 흐를 공산이 크며 딸로서, 어머니로서, 대통령의 아내로서 살아가는 육영수여사의 다층적인 면모들을 객관적으로 표현해 내기는 힘들 것이다. 후자의 방법을 통해 그려진 육영수 여사는 넓은 시간적 스펙트럼을 가진 대한민국의 퍼스트레이디로서 재현된다. 하나의 팩션(faction)으로서 과거로부터 지금, 이곳에 호명된 육영수 여사라는 존재는 어머니, 동생, 남편, 또래여성의 시각을 통해 관객들에게 신빙성을 부여한다. 그 시점에서 연극 ‘육영수’는 더 이상 가공된 이야기가 아닌 하나의 역사적 사실로 탈바꿈하는 마법을 부린다.

붉은색 무궁화와 푸른색 무궁화가 태극문양으로 아스라이 합쳐지는 형상을 그린 무대 배경도 인상 깊다. 국화(國華)인 무궁화를 역시 국기인 태극기와 결합 하는 동시에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금슬 좋은 결합을 떠올리게 만드는 아름다운 무대는 KB하늘극장의 원형무대와 좋은 쌍을 이뤘다. KB하늘극장의 진면목은 극의 최고조인 여사의 장례식 때 실어증에 걸린 이경령 여사가 무대를 돌며 오열하는 장면에서 빛을 발한다. 윤석민 연출이 직접 작품의 하이라이트로 꼽은 이 장면은 하늘극장의 천정이 4등분으로 쪼개지며 드러나는 먹빛 밤하늘이 공연장 전체를 가득 메우는 주황색 조명과 짙은 대비를 이룬다. 그 안에서 거대한 자연과 그 섭리에 내몰린 한 인간의 연약한 몸짓으로 오열하는 어머니의 비통함은 하나의 뚜렷한 이미지가 되어 관객들에게 각인된다.

자신의 소임을 충실히 다하고자 노력했던 육영수 여사의 삶은 여러 가지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현 국민들에게 하나의 본보기요, 위안이 된다. 빼어난 연출력과 이야기 방식으로 다가온 연극 ‘육영수’, 앞으로 뮤지컬, 영화, 드라마 등으로 제작되어 우리 곁을 찾을 날이 기대된다.


이정완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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