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햄릿’에 대한 시시콜콜한 설명은 필요 없을 것이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에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으면서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가장 많이 무대에 올랐다.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과 갈등, 존재론적 고민을 탁월하게 묘사했기에 무대화하기에 더없이 좋은 작품인 햄릿이 뮤지컬과 만났다.
대중 예술 장르인 뮤지컬에 원작이 지닌 무거운 메시지를 어떻게 녹여내었을까. 뮤지컬 ‘햄릿’은 스피디한 극의 전개와 쉽게 잊혀지지 않는 강렬한 음악, 화려한 스타 캐스팅으로 관객을 공략한다.
- 세계 진출 선언한 한국의 햄릿 왕자들
지난 29일, 세계 진출을 목표로 야심차게 막을 올린 뮤지컬 ‘햄릿’의 스페셜 나이트 행사가 있었다. 프리뷰 공연을 끝내고 본격적인 공연 개막에 앞서 박건형, 임태경, 윤형렬, 이지훈 등 네 명의 햄릿이 모두 무대에 올라 관객에게 선보이는 일종의 맛보기 공연으로 더블 캐스팅된 모든 배우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공연 전에는 한국 미국, 체코 3개국 제작진과 배우들이 함께하는 테이프 커팅식과 레드 카펫, V.I.P 포토존 행사 등이 마련돼 이번 공연에 거는 햄릿팀의 기대를 엿볼 수 있었다.
‘햄릿’은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뮤지컬에 익숙한 한국 관객에게는 다소 낯선 체코 뮤지컬로 지난 연말과 올해 초 시즌 1,2로 공연되어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이다.
가능성을 확인한 한국의 제작진은 지난 공연에서 아쉬웠던 점을 보완해 이번에는 ‘햄릿-월드 버전’이라는 다소 거창한 타이틀로 관객을 찾았다. 국내 공연 제작사 최초로 해외 라이선스 작품의 공동 저작권을 갖고 세계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 대중성과 예술성 두 마리 토끼를 노린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삼척동자도 알 정도로 유명한 햄릿의 고뇌는 21세기에도 유효하다. 그만큼 햄릿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거움과 진지함이다. 그래서 뮤지컬 ‘햄릿’도 너무 어렵지 않을까 하는 고민은 고이 접어두시라.
‘태풍보다 강렬한 치명적 사랑.’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사랑이라는 주제에 좀 더 무게를 둔 듯한 극의 스토리는 설사 햄릿을 읽지 않은 관객이 보더라도 무방할 정도로 이해하기 쉽게 전개된다(심지어 햄릿의 삼촌 클로디우스가 햄릿의 아버지를 죽이고 왕좌를 빼앗은 이유도 야망보다는 형수인 왕비 거트루트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폭발적으로 극장을 채우는 뮤지컬 넘버들과 부드럽게, 하지만 힘 있게 돌아가는 회전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음모, 복수와 배신의 이야기는 관객의 청각과 시각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특히 ‘햄릿’의 넘버들은 매우 훌륭한데, 체코 초연 당시 ‘록오페라 햄릿’이란 타이틀로 선보였을 만큼 클래식과 록을 넘나드는 독특한 음악은 체코 국립 심포니에서 녹음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고 한다. 성악적인 발성과 록적인 발성이 동시에 가능해야 하기에 배우들은 힘들겠지만 듣는 관객의 귀는 너무나 즐겁다.
‘Love and only love’의 처연함에 눈물짓다가 ‘He's crazy’의 흥겨움에 어깨를 들썩이다가 ‘Today for the last time’의 강렬함에 정신줄을 놓다가... 귀에 쏙쏙 들어와 꽂히는 노래의 향연에 빠져 공연장을 나서는 당신은 무의식적으로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산다는 게 연극 같아~ 온통 거짓말 모두 가려져 있어~~”
- 취향 따라 골라 보는 멀티 캐스팅
‘햄릿- 월드 버전’의 공연 소식이 전해졌을 때 무엇보다 화제가 된 것은 캐스팅이었다. 시즌 1,2에서 햄릿을 연기한 뮤지컬 배우 김수용이 햄릿에 적역이라는 좋은 평을 얻은 바 있기에 월드 버전의 캐스팅 역시 뮤지컬 팬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캐스팅 확정 발표 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하는 뮤지컬 스타 박건형, 수많은 여성팬의 심금을 울리는 크로스오버 테너 임태경, 일본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 겸 연기자 이지훈, '노트르담 드 파리‘의 콰지모도로 무섭게 떠오른 신예 윤형렬 등... 이보다 화려할 수 없는 캐스팅 소식에 뮤지컬 팬들은 누구의 햄릿을 봐야 하나 즐거운 고민에 빠지게 된다.
스페셜 나이트에서 돌아가며 무대에 오른 배우들은 과연 너무나 다른 각자의 매력을 발산했다. 4인 4색. 마치 무대 위에 사계절이 펼쳐진 듯했다.
꽃미남의 포스를 풍기는 외모에 음색마저 감미로운 이지훈이 봄이라면 당당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와 열정적 무대 매너로 관객을 사로잡는 박건형은 여름이다. 다소 마른 체구에 섬세한 표정과 노래로 햄릿의 고뇌를 표현하는 임태경이 가을이라면 창백한 피부, 도도한 표정으로 분노를 발산하는 얼음 왕자 윤형렬은 겨울이다.
햄릿뿐 만이 아니다. 남경읍, 남문철, 박은태, 김승대 등 실력파 배우들이 더블 캐스팅돼 뮤지컬 팬들의 고민을 더하게 한다.
종영일을 정하지 않은 오픈런 방식으로 진행될 뮤지컬 ‘햄릿.’ 이제 막은 올랐고 선택은 관객의 몫이다.
* 뮤지컬 ‘햄릿’은?
‘햄릿’은 체코의 국민 배우이자 가수인 야넥 레덱츠키와 세계적 음악가 마틴 쿰작의 공동 작업으로 제작 단계부터 주목받으며 2000년 프라하에서 초연되었다. 이후 프라하와 브라티슬로바의 무대에서 6년간 공연 공연되며 1,0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였다. 1년여의 각색을 거쳐 2003년에는 브로드웨이에 진출, 작품성과 흥행성을 갖춘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조수현 객원기자 lovestag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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