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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in] 그의 음악을 들으며 매장된 꿈을 펼쳐라! 뮤지컬 ‘오디션’의 말 없는 남자 정찬희

 

제13회 한국 뮤지컬 대상 4개 부문 노미네이트 및 극본상 수상, 제2회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 초청작 전회 매진에 빛나는 뮤지컬 ‘오디션’이 현재 대학로 상명아트홀에서 앵콜 공연에 한창이다. 뮤지컬 ‘오디션’은 무명 인디밴드 복스팝, 그 여섯 멤버에 관한 청춘스토리로 꾸며진 작품이다. 무엇보다 각 악기간의 화음이 중요하다는 밴드음악에서 누구 한명만 콕 집어 이야기하는 것이 부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캐릭터 in]에서는 단 한 명의 이야기를 통해 복스팝 밴드 전체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그는 바로 복스팝의 기타리스트 정찬희다.

- 음악으로 말하는 간결한 남자
많은 관객들을 방방 뛰게 만드는 에너지 넘치는 이 작품에 아주 흔한 칭찬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 미안하지만 그런 흔한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뮤지컬 ‘오디션’은 바삭바삭하고 노릇노릇한 개성만점의 캐릭터들이 극을 끌고 간다는 것을 말이다. 그 중에서도 기타를 맡고 있는 정찬희는 복스팝 밴드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남자라고 할 수 있다. 헌데, 그가 주목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그는 ‘오디션’ 작품을 통틀어 겨우 한 두 마디의 대사밖에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신비주의기법을 통해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케이스다. 액션과 리액션이 분명한 캐릭터들 사이로 요지부동 옆에 누워 잠만 자거나, 음악이 나오면 묵묵히 기타를 집어 드는 그는, 왠지모를 서사적 분위기를 유발시키며 여성 관객들의 환심을 사고 있었다. 땀 뻘뻘 흘려가며 연기하는 다른 멤버들을 보고 있자니, 그가 참 편하게 묻어간다는 생각과 함께 저런 침묵 연기가 더 힘든 법이라는 상반된 반응이 동시에 일어났다. 따라서 모든 관객들은 그가 튕기는 기타줄 한음 한음에 귀를 틔웠고, 그가 아주 가끔 흘리는 대사 하나에 울고 웃었다. 두 시간 남짓 공연동안 단 1%의 연기와 99%의 음악으로 말하는 간결한 남자, 그는 정찬희다.


- 그러나, ‘오디션’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남자
위의 글에서 ‘그가 관객들의 주목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말했지만, 여기 더 큰 모순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오디션’의 모든 이야기가 그를(정찬희) 매개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뮤지컬 ‘오디션’은 무명 인디밴드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리얼리티의 힘을 빌리고 있다. 멤버들이 각자 알바를 해야 밴드가 유지된다는 점이나, 라이브카페에서 일하는 선아를 보컬로 영입한 점 등은 지금도 어느 지하실에 처박혀 연주에 몰두하고 있을 어느 인디밴드의 하루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반면 이 가운데 가장 드라마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 바로 정찬희다. 첫째로 그는 신비스러운 캐릭터 설정을 통해 이야기의 기반을 다졌다. 그리고 ‘밴드 연습실의 밀린 월세’라는 시련이 다가오자, 그는 말없이 자신의 기타를 팔아오는 영웅심을 보이며 이야기를 승(承)의 단계로 끌고 갔다. 이어 그가 앓고 있었던 원인 모를 지병은 밴드의 단결을 유도하는 동시에 시련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이야기를 더 탄력적으로 만들어주었다. 이렇듯 그는 단 1%의 연기와 99%의 음악으로 말하는 간결한 남자였음에도, 그로인해 밴드원 모두가 울고, 또 웃게 되는 존재감 강한 남자였다.

- 복스팝이 전하는 이야기
이제 그, 그리고 복스팝 밴드의 모든 밴드원들이 우리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한 번 해보려 한다. 이것은 비단 정찬희가 말하고자하는 것일 뿐 아니라, 모든 밴드원들이 뮤지컬 ‘오디션’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서둘러 취업을 하고, 안정을 찾아 자리에 눕는 우리들에게 말이다. 어떤 이들은 밴드를 하겠답시고 지하실에 처박혀 밀린 월세나 걱정하는 그들을 보며, 불투명한 미래를 안고 살아가는 아웃사이더라고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미래를 걱정할 나이에도 자신들의 치기어린 꿈을 결코 포기치 않는 복스팝의 밴드원들은 그 어느 누구보다 빛났다. 오직 음악에의 열정만으로 모여 자신들의 리듬을 묵묵히 연주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기타를 팔아가면서까지 복스팝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정찬희의 앳된 소망에서,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밴드원들의 눈물에서, 그들은 한 없이 빛났다. 복스팝의 밴드원들은 어느 누구보다 미래에, 그리고 꿈에 한 발 짝 더 다가가 있었다. 지금도 어느 소극장에서 자신들의 노래를 나눠주고 있을 복스팝 밴드를 보며, 우리도 뭔가 변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도 이제는 쭈그러든 심장 속에 매장된 꿈을 펼칠 차례가 오지 않았을까?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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