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은 작가 하근찬의 자전적 소설 『여제자』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어 이 작품은 1999년 전도연, 이병헌, 이미연 주연의 동명영화 ‘내 마음의 풍금’으로 소개되며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1980년대에 출판된 100페이지 분량의 이 짧은 소설은 1990년대에는 영화로, 2000년대에는 무대 위로 옮겨지며 갈수록 그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는 배우 오만석의 공연 무대 복귀 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 받고 있다. 감미로운 창법으로 무대 위 여유로움과 특유의 재치를 선보이는 그는 ‘과연 오만석’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현재 호암아트홀에서 새내기 선생님 강동수 역에 푹 빠져있다.
오만석, 그는 배우다
오만석은 배우다. 그는 브라운관이건, 스크린이건, 오픈 된 무대건, 어디에서나 어색함 없이 연기할 수 있는 배우다. 그에게는 굳이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다. 그저 ‘배우’라는 수식어 하나 달고 있으면 충분하다. 오만석은 1년 6개월만의 무대 컴백이라는 장황한 등장에도 불구하고 덜함도 더함도 없이 진중한 뮤지컬 배우의 면모를 충실히 보여주었다. 골수 마니아 팬을 다량확보 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뮤지컬 ‘헤드윅’, ‘그리스’, ‘김종욱 찾기’에 모두 빠지지 않았던 그가 이번에 선택한 작품은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이다. 언제나 매력적인 남성상을 연기해왔던 그는, 이번에도 역시 ‘훈남’ 선생님 강동수 역을 통해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
새내기 교사 강동수, 설레임의 기분을 전하다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무대는 딱 영화 속 그 풍경이다. 영화 ‘내 마음의 풍금’처럼 태양을 받아 이글거리는 황톳길과, 보기만 해도 소똥냄새가 훅 하고 풍겨올 것 같은 정직한 시골모습 그대로 말이다. 그런 무대 위를 비집고 들어온 강동수는 사범학교를 마치고 송정국민학교에 갓 부임한 초짜 선생님이었다. 싹 쓸어 빗어 넘긴 머리와 각 잡힌 옷만 보아도 첫 직장에 대한 그의 우주 같은 포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새내기 교사가 된 강동수는 공연 내내 선생님 놀이에 푹 빠져있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위엄을 잃지 않기 위해 항상 “~ 느니라”라는 말을 붙이곤 했다. 그의 이 어색한 ‘극존칭 집착’은 시종일관 관객들에게 처음, 출발, 그리고 새 학기와 같은 키워드로 조합되는 부푼 기분을 안겨주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강동수의 매력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은 23살 새내기 선생님을 사랑하는 늦깎이 초등학생 16살 홍연이의 짝사랑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다. 아주 오래전 주주클럽의 노래였던 ‘열여섯 스물’의 내용과 정말 꼭 들어맞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야야야야 쇼킹, 쇼킹’하고 부르던 그 노래 말이다(열여섯 살짜리에게 사랑을 느끼는 스무 살 화자의 충격을 담은 노래다). 그러나 홍연이와 강동수 선생님은 열여섯 스물도 모자라 열여섯과 스물 셋의 조화다. 이는 국경을 초월한 사랑만큼이나 이루기 힘든 사랑이 아니던가? 그러나 강동수의 천진난만한 얼굴과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하얀 미소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존댓말에 집착하는 그의 엉뚱한 진중함, 내심 홍연이를 생각하는 그의 따듯한 마음씨만 보아도 그의 매력은 벌써 두 가지다. 그렇기에 제자 홍연이는 나이차도, 선생님과 제자라는 사회적 지위의 차도 무릅쓰고 그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었던 것 아니겠는가?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은 오는 9월 11일까지 호암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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