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빛에 바짝 마른 모래알은 더 반짝거린다. 그 빛남은 손에 넣기 위해 양손 가득 쥐는 순간 손 틈새로 빠져나가 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것이 안타까워 손에 힘을 더 실어볼수록 결국 손에 남는 것은 허무함뿐이다. 도박 역시 그것과 닮았다. 움켜쥐려 집착할수록 결국 더 큰 손실을 잃는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리고 뮤지컬 ‘갬블러’는 그러한 인생과 도박의 진리, 이중적인 얼굴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이 너무나 솔직하다. ‘갬블러’라는 제목을 통해 도박에 관한 이야기임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도박과 관련한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지가 궁금해진다. 뮤지컬 ‘갬블러’는 도박과 권력, 그리고 사랑이라는 소재를 통해 우리가 유혹에 얼마나 약한 존재이며, 쉽게 찾아온 행운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에 대해 말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갬블러’는 눈앞에 놓인 행운에 급급해 큰 것을 놓치며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었다.
어느새 ‘허준호’는 뮤지컬 ‘갬블러’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99년 초연에서부터 2002년과 2005년 일본에서의 공연까지 모든 공연을 소화해냈으니 ‘허준호’ 뒤에는 ‘갬블러’가, ‘갬블러’ 뒤에는 ‘허준호’가 붙는 이름표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이름표를 증명하듯이 ‘허준호’는 이번 LG아트센터 공연에서 역시 변함이 없었다. 초연만큼의 감동이 많이 감소된 것 같다는 관객들의 평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적어도 ‘허준호’의 이름 하나만큼은 변치 않는 호평을 받고 있다는 점이 뮤지컬 ‘갬블러’를 대표하는 ‘허준호’의 파워를 입증한다.
뮤지컬 ‘갬블러’의 음악은 작품의 원작자가 99년 초연 당시 한국을 찾아 그 완성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극찬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LG아트센터의 공연에서 역시 음악이 주는 감동은 기대 이상이다. 키보드와 기타, 베이스와 드럼으로 구성된 8인조의 밴드는 어느 오케스트라 못지않은 장중함을 만들어냈다. 또한 화려한 카지노를 배경으로 하는 뮤지컬 ‘갬블러’의 무대를 더욱 눈부시게 해주는 것은 금빛 조명이다. 초록과 붉은색 등 다양한 조명 연출은 무대 공간을 신비롭게 만들어 주었지만 뮤지컬 ‘갬블러’ 전체를 대표하는 색은 누가보아도 골드(Gold)이다. 뮤지컬 ‘갬블러’에서 이 골드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조명의 전체적 통일성만은 아닐듯하다. 이는 카지노를 통해 떠올릴 수 있는 권력과 돈, 모두를 표명하는 색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 작품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뮤지컬다운’ 안무와 의상이다. 뮤지컬 ‘갬블러’는 환상에 눈멀게 하는 카지노의 화려함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 화려한 안무와 무대의상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은 몇 년째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대형뮤지컬로써의 자존감이기도 하다. 특히 실제 카지노 쇼를 방불케 했던 쇼걸들의 ‘Love in the third degree’나 ‘Nine by nine by nine’등의 넘버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작품 ‘갬블러’의 진중성이 진부해지지 않도록 조곤조곤한 내조를 해주었다.
다시 처음 거론했던 바닷가 백사장으로 돌아가 보자. 손에서 스르르 흘러내리는 모래알들이 결국 다시 돌아가는 곳은 처음의 그 자리이다. 그리고 그 자리는 또다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모래알을 다시 움켜질 수 있는 자리이다. 그것마저도 도박과 닮았다. 언제든, 무슨 이유에서든 도박의 끝은 항상 처음의 그 자리,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먼 곳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반박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연일 뉴스에 보도되는 도박 중독자들, 그리고 혹은 이 작품 뮤지컬 ‘갬블러’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공연장을 나오자마자 천 원짜리 한 장을 꺼내 로또를 구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 다른 골든 키를 꿈꾸며 말이다. 그리고 골든 키에 대한 환상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퍽퍽한 냄새를 풍길수록 더 커질 것이다. 환상이 현실에 지친 우리에게 달콤한 상상의 여지를 준다면 그것이 나쁘다고 단정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하나는 분명하다. 백사장의 모래는 그 자리에서 자연의 빛을 받고 있을 때 가장 빛나고 아름답다는 것, 그리고 한순간에 찾아오는 행운은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는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 말이다.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평택아트센터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성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