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쓰릴 미’가 초연에 이어 2008년 공연에서 역시 연일 매진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는 ‘비상한 두뇌의 소년’, ‘동성애’, ‘유괴’, ‘살인’ 등의 충격적인 소재들 이외에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캐릭터들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그 중 배우 김무열과 김동호가 더블 캐스트로 열연중인 역할 ‘그’는 타고난 외모와 말재주로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 19세 청년이다. 가진 것이 너무 많아 이 세상 모든 것이 지루하기만한 ‘그’, 완벽해 보이지만 사실은 연약한 어린 청년에 불과했던 ‘그’는 과연 누구인가.
‘그’는 나쁜 남자?
겉모습만 본다면 ‘그’는 나쁜 남자임이 확실하다. 남자마저 반하게 만드는 수려한 외모와 기럭지가 이기적이고, 하는 짓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남부러울 것 없는 집안에, 명석한 두뇌와 수려한 말솜씨까지 겸비하고 나니 세상 모든 것이 지루할 말도 하다. 그래서 ‘그’는 매일매일 새로운 자극을 원한다. 날이 갈수록, 회가 거듭될수록 더 짜릿한 흥분을 주는 자극 말이다. 그래서 불장난으로 시작한 그의 ‘나쁜’ 짓은 기숙사 룸메이트의 타자기를 훔치고, 더 큰 강도질을 원하고, 결국 살인까지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이 모든 나쁜 짓에 있어 죄책감 하나 없다. 니체의 초인론에 푹 빠진 ‘그’에게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은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었던 것이다. 사랑에 있어서도 ‘그’는 나쁜 남자다. 명석한 ‘그’에게 ‘사랑은 희생하는 것’이란 말은 가당치도 않은 말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사랑을 너무나 간절히 원하는 ‘나’에게 언제나 대가를 요구한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그깟 사랑쯤은 얼마든지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 남자, ‘그’는 정말 나쁜 남자일까?

마음 둘 곳 없었던 여린 남자, ‘그’
물론 ‘그’가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나쁜 사람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좀 더 마음을 열고 이면을 살펴보자면 ‘그’를 향한 연민의 마음이 배꼼 문을 연다. 시작부터 틈만 나면 왼쪽 네 번째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는 것이 심상치 않다 싶더니, 아무래도 ‘그’는 애정결핍임이 분명하다. 죄책감 하나 없이 찰나의 쾌락만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그’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건 어쩌면 ‘나를 좀 봐주세요’라는 ‘그’만의 표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앞뒤 생각안하고 마냥 덤벼들기만 할 것 같은 ‘그’가 가장 연약해진 순간은 감방에서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던 날 밤이었다. ‘그’는 눈앞에 다가온 현실을 접하고는 급격하게 무너져 갔다. 니체의 초인론을 주장하며 자신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 여겼던 ‘그’가 알고 보면 누구보다도 힘없는 여린 아이에 불과하다는 현실과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순간이다. 뮤지컬 ‘쓰릴미’에서 ‘그’는 인간 본연의 원초적인 욕구를 보여주는 ‘나’의 거울임과 동시에 감싸주고 싶은 연민의 대상이기도 했던 것이다.(2008년 6월 28일 ~ 10월 12일,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 평일 오후 8시/ 토, 일, 공휴일 3시, 6시(월 쉼), R석 45,000원 S석 35,000원 문의 02-744-4334)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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