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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별점리뷰] ‘핏줄이 당긴다’라는 뜻을 확실히 알려줄게! 뮤지컬 ‘루카스’

 

세상에 태어나서 입을 열고 제일 먼저 하게 되는 말은 무엇일까? 엄마, 맘마, 물, 그리고 아빠. 유치하고 다소 엉뚱하게 들리겠지만 위의 네 가지만 완벽히 충족되어도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사실 별로 문제가 없다. 왜냐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생각보다 그리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부모만 잘 만나도 죽을 때까지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적당적당 곱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이 세상 아닌가?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자. 배고프면 먹여주고, 추우면 입혀주고, 졸리면 재워주고, 아프면 간호해주던 사람은 누구였던가? 살가운 옆집 누나, 환상의 콤비를 이루며 함께 오만가지 장난질을 일삼던 동네 단짝도 아닌 바로 우리의 보호자 엄마 아빠였다. 뮤지컬 ‘루카스’는 사랑이라는 실로 연결되어있는 가족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가끔은 그 실이 설키고 옥칠 때도 있지만 언제나 애틋한 눈길로, 다정한 손길로 우리를 보담아주는 우리의 핏줄을, ‘루카스’에서 만나 볼 수 있었다.

공연 속의 소소하고 디테일한 요소들을 파헤쳐 기자의 ‘주관적인’ 시선으로 평가해보는 [공연별점리뷰]를 통해 뮤지컬 ‘루카스’를 바라보자. (별 5개 만점)

앤디의 러브엔진 가동률 ★★★★★
우리는 성인이 된 이후, 바쁘다는 핑계로 일주일에 문안 전화 한 통도 가볍게 패스해버리는 얄미운 아들딸들이 되어버렸지만 정작 아쉬운 일이 생길 때면 누굴 가장 먼저 떠올리는가? 한 때 우리의 슈퍼맨, 원더우먼이었던 아버지, 어머니이다. 부모님은 언제나 세파에 지쳐 멈춰버린 우리의 엔진에 힘을 실어주는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시지 않던가? 뮤지컬 ‘루카스’에는 뇌가 두개골 밖으로 삐져나온 기형으로 태어나자마자 15분 만에 죽을 운명의 아기 루카스가 등장한다. 게다가 그를 낳은 부모도 정상인은 아니다. 그들은 8살 정도 밖에 안 되는 지능을 지닌 발달장애인들로 정상아를 낳았다고 해도 일반 부모처럼 아이를 길러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루카스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여느 부모 못지않게 강하다. 알파벳도 제대로 몰랐던 루카스의 아빠 앤디는 아들을 위해 피나는 노력 끝에 루카스(LUCAS)라는 다섯 자 이름을 외우고, 아들과 놀아주기 위해 연습한 실뜨기로 로켓을 만들어 낸다. 그렇다. 루카스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의 가슴 속 엔진은 항상 아들 루카스를 위해 켜 있었던 것이다.


강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태동의 시각화 ★★★★☆
루카스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출산에 임박한 줄리가 침대에 누워 고투를 하고 있을 때 우리의 루카스는 어떤 움직임으로 엄마 뱃속을 노크하고 있었을까? 극 중 줄리의 태중에 있는 루카스의 모습을 묘사한 장면과 한 번 만나보자. 우선 진통으로 신음을 하는 줄리의 힘겨운 목소리와 노심초사 새 아기를 기다리는 발달장애인 공동체 데이브레이크(Daybreak) 식구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조용한 극장을 가득 메웠다. 그 소리만으로도 관객들도 초긴장 상태에 빠지게 되었는데, 붉은 조명이 켜진 무대 중앙에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그것은 엄마의 끙끙대는 애처로운 소리에 리듬을 맞추어 태중에서 반응하는 루카스의 힘찬 태동이었다. 무대 정 가운데에 줄리의 부풀은 둥근 배를 상징하는 원형의 커다란 천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천 위로 사람의 머리, 팔, 다리가 천을 뚫고 나올 듯 들이밀어지며 강한 율동감을 보여주었다. 이 장면은 루카스가 세상에 나오기를 원하는 데이브레이크 공동체인들의 간절한 염원과 루카스 자신의 막강한 생명력이 시각적 효과로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의 감정 치유도 ★★★★☆
뮤지컬 ‘루카스’를 보면서 제일 놀라웠던 점은 따지고 보면 꿀꿀한 사건들 투성이인 내용을 어쩜 이렇게 유머러스하고 평화롭게 이끌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를 꼽아보자면 물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도 무시 못 할 요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관객들의 마음을 차분하고 부드럽게 만들어주었던 것은 극 전반에 깔리는 뮤지컬 넘버들이었다. ‘루카스’에 사용된 음악들은 극장을 나선 후에도 귓가에 맴돌고 입속에서 웅얼거릴 정도로 단번에 확 꽂히는 것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앤디가 곧 세상을 뜨게 될 루카스에게 전하는 노래나, 뮤지컬의 전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부르는 사랑과 평화의 노래를 듣고 울음을 터뜨리지 않은 관객들은 없었던 것 같다. 멜로디 위주의 깔끔한 피아노 연주를 메인으로 삼아 평온한 흐름으로 스토리의 든든한 배경이 되었던 뮤지컬 넘버들에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연분홍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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