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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톡톡 talk] ‘화장을 고치고’, 늦깎이 커플사이에 낀 솔로 한 명, 사랑하고 싶어지는 대화들

 

창작 뮤지컬 ‘화장을 고치고’가 지난해 대학로 라이브 극장에서의 공연을 성공리에 마치고 이번에는 그 장소를 충무아트홀로 옮겨 지난 5월 12일부터 앙코르 공연을 시작했다. 이제 약 한달 남짓 공연을 남겨두고 있는 ‘화장을 고치고’는 현재 사랑을 하고 있는 연인 관객들부터 솔로 남녀관객들에게까지 ‘사랑도 예뻐지려면 화장이 필요합니다’라는 슬로건을 새겨 넣으며 때 아닌 봄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뮤지컬 ‘화장을 고치고’는 가수 왁스의 절절한 노래들을 뮤지컬 넘버로 탈바꿈 시킨 뒤, 혜리와 지섭이라는 두 싱글 남녀의 달콤한 연애론으로 향긋하게 치장된 작품이다.

뮤지컬 ‘화장을 고치고’의 여주인공인 ‘혜리’는 신경질적인 워커홀릭 플로리스트(Florist)다. 일도 잘하고, 외모도 착한 그녀에게 단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서른이 넘도록 시집을 못 갔다는 사실! 더불어 그 나이 먹고도 ‘운명적인 사랑’을 운운하는 노처녀 ‘숙맥’이라는 사실이다. 현실에서는 사랑과 너무도 거리가 먼 그녀지만, 블로그 상에서 그녀는 ‘족집게 사랑의 카운슬러’로 통한다. 그녀는 자신의 웹사이트를 방문해 사랑에 관한 고민을 토로하는 많은 연인들에게 과감한 카운슬링을 해주고 더불어 그들의 사랑을 돋보이게 만드는 꽃을 추천해주는 데 일가견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들 그녀를 추앙하는 가운데, 단 한사람만은 예외다. 그의 이름 바로 지섭. ‘바람돌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지섭은 혜리의 블로그에 “제대로 된 사랑도 못해본 주제에 같잖은 카운슬링으로 1만 7천 4백 50여 여인들의 사랑을 제멋대로 논하고 현혹하여 수많은 꽃다발을 강매한 죄!”라고 호통을 치며 독설의 댓글을 퍼붓는다. 그러나 이렇게 서로 앙숙이 되어버린 혜리와 지섭은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을 너무 성실히도 수행했던 것일까? 서로의 블로그를 오가며 ‘악성 댓글’을 남기던 사이, 어느새 정이 들고 그 정은 서른을 넘긴 노처녀 노총각의 막을 수 없는 사랑으로 변해버린다.

이미 서른은 지났고 까딱하다 마흔이 다 되도록 제 짝을 못 만날 것 같았던 서로가 만났으니 그 사랑 오죽 애틋하랴? 드디어 운명적인 사랑의 첫 맛을 본 혜리와 지섭을 찾아 요즘의 근황을 물어보았다. 꽃향기 그득하고 닭살은 파득파득 돋는 그들의 사랑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뮤지컬 톡톡 talk]는 뮤지컬 ‘화장을 고치고’의 주인공 혜리, 지섭 역의 백주희와, 최성원 배우가 답변한 것이다. 이 배우들은 현실 속 자신의 모습을 제쳐두고 뮤지컬 ‘화장을 고치고’ 속으로 들어가 진짜 혜리와 진짜 지섭이 되어 ‘가상 인터뷰’에 응했다. 이제부터는 배우 ‘백주희’와 ‘최성원’을 잠시 잊고, 꽃 파는 여자 ‘혜리’와 바람돌이 ‘지섭’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자.



심보람 기자(이하 심 기자): 둘이 만나기 전에는 둘 다 엄청 외로운 솔로였죠? 명절 때 혼자서 자장면 시켜 먹던데, 거 되게 안쓰럽데요. 혼자 자장면 먹으면 기분이 어떤가요? 맛은 있던가요?


지섭: 글쎄……. 3년째 먹다보니 그때는 그저 연례행사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도 역시 엄마가 해준 밥이 그립죠.
심 기자: 연례행사라……. 왠지 정말 우울하네요. 혜리씨는요?
혜리: 배고파서 아무 생각 없이 시킨 것이 자장면이라는 게 좀 서글펐어요. 왠지 처량해지잖아요?
심 기자: 네.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정말 처량했습니다. 특히 자장면 먹다가 엄마랑 통화하셨잖아요. 그때 툴툴거리는 혜리씨 모습은 왠지 저를 보는 것 같아 정말 가슴이 찡해오더라고요.


심 기자: 갑자기 너무 우울해 졌네요. 다른 이야기 하죠(웃음). 각자 어떤 스타일의 이성을 좋아하시나요?
지섭: 그냥 그 때 그 때…….
심 기자: 하하. 역시 ‘바람돌이’ 다운 답변이네요.
혜리: 칫. 저는 믿음직스러운 사람! 매너남을 원해요.
심 기자: 믿음직스럽고 매너 좋은 사람이라……. (옥동자가 믿음직스럽고 매너 좋으면 싫어할 거면서……. 소근)


심 기자: 아, 혜리씨! 혜리씨 블로그 인기 정말 많더라고요. 댓글도 정말 많이 달리던데. 이 사람 저 사람 다 있을 것 같아요. 가장 짜증나는 블로거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혜리: 사람들 진짜, 얼굴 안 보인다고 너무 함부로 얘기해요. 자기 위주의 글로 상대방 불쾌하게 만들고는 쌩- 하니 나가버리더라고요. 그럴 때는 정말 화나죠. 누구처럼!(지섭 흘깃)
심 기자: 아 그렇죠. 두 분도 블로그에서 서로 싸우다가 정든 케이스잖아요. 두 분이 이렇게 잘 지내시는 거 보면 정말 신기해요. 역시 사람 마음이란 정말 알 수 없는 거네요. 지금도 많이 싸우시나요?
혜리: 아~~~잉! 저희는 싸움 같은 거 몰라요!
지섭: 뭐, 서로의 생각이 다를 때가 있어요. 혜리가 누나라고 무시할 때도 있고요. 또... 정말 그러고 싶지 않은데 세대 차이도 가끔 느껴요(소근).
혜리: 참나, 그건 지섭씨가 철없이 굴어서 그런거죠!


심 기자: 저, 진정하시고요. 그럼... 화제를 바꿔서... 서로가 말하는 매력 한 번 들어볼까요(웃음)?
지섭: 자신에게는 서툴면서 오지랖 넓게 카운슬링 해주는 거요. 옆에서 보고 있으면 감싸주고 싶은 마음이 들죠.
혜리: ...아잉... 지섭씨는 바람둥이인 척하는 순수한 귀염둥이에요!
심 기자: 두 분 다 신기하리만큼 감정기복이 심하시네요(웃음). 혜리씨가 지섭씨보고 바람둥이인 ‘척’한다고 하셨는데. 제가 볼 때는 진짜 바람둥이 같았거든요? 지섭씨, 지금까지 여자 몇 명 만나봤어요?
지섭: 만나본건 셀 수 없지만 깊게 사귄 여자는 9명이고요, 양다리는 절대 안 걸칩니다.
심 기자, 혜리: ...네...


심 기자: 이야기를 한 번 바꿔보죠. 혜리씨 일하는 모습 정말 멋있었어요. 플로리스트라……. 상당히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일하시기 어때요?
혜리: 글쎄,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하지만 제겐 블로그가 있잖아요(웃음)! 항상 꽃과 함께여서 행복하고 향기롭지만, 솔직히 손질하기 어려워서 귀찮을 때도 있어요.
심 기자: 그때 보니까 부하직원들이 꽂은 꽃을 다 뽑고 다시 만드시던데, 대체 뭐가 그렇게 맘에 안 들던가요?
혜리: 쓸데없는 군더더기들! 심플한 게 제일 좋은 법이에요! 정말 그 군더더기들, 증오해요!!


심 기자: 근데, 지섭씨 말이 없으시네요. 심심하세요(웃음)?
지섭: 네, 제가 꽃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어서...
심 기자: 그럼 두 분께 동시에 질문 드릴게요. 첫 눈 오는 날 엘리베이터에서 첫 키스 하셨죠? 다 봤어요. 거 공공장소에서 말입니다. 흠흠. 기분이 어땠나요?
혜리: 정말 두근두근 했어요. 꿈인가 생시인가…….
지섭: 여태껏 해본 키스와는 달랐어요. 생각지도 못한 사람과 생각지도 못한 키스라…….
심 기자, 혜리: ...
심 기자: 그때 저도 두근거렸어요. 남의 키스 훔쳐보기가 그렇게 재밌을 줄이야. 허허. 마지막으로 질문 드릴게요. 가장 심플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사랑이 뭘까요?
지섭: 사랑은 바로…….
심 기자: 네. 사랑은?
지섭: 사랑은 바로……. 제 옆에 있는 혜리랍니다. 그게 정답인 것 같아요.
혜리: 제 사랑은, 지섭!!!!!!!!!!!!!!!!!!!!!!!!!!!!!!!!!!!!!!!!!!!!!!!!!!!!!!


심 기자: 두 분 다 이렇게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왜 아직까지 결혼을 못하셨는지 이해가 안가네요.
지섭: 심 기자님도 어서 짝을 찾으셔야죠.
심 기자: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혜리: 나중에 애인 생기시면, 저희 가게 한 번 놀러오세요. 제가 특별히 30% 할인해 드릴게요!
심 기자: ... 인터뷰 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사랑 때문에 힘들어하고 아파하던 혜리와 지섭의 모습을 보며 누구보다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랐었지만, 인터뷰 내내 계속된 이 노총각 노처녀의 늦깎이 애정행각이 3년째 솔로부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기자를 연신 달궈댔다. 그러나 뒤늦게 사랑에 빠진 이 둘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도 언젠가 운명의 짝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의 얼굴 또한 빼꼼 보이는 듯 했다. 이것이 뮤지컬 ‘화장을 고치고’의 힘 인가보다. 사랑을 하는 이들에게는 그 사랑의 소중함을, 사랑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에게는 신선한 두근거림을 선물하는 힘 말이다. 아, 나도 연애하고 싶다! 지금쯤 그 사람, 뭐하고 있을까?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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