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의 행복은 결혼이다’는 말이 케케묵은 말이 된 지 오래이지만, 아직도 많은 남녀는 결혼을 진정한 사랑의 종착역으로 생각한다. 결혼이라는 관습의 단점에 대해 따져보자면 불합리한 점이 한 두 가지 뿐이겠냐마는 연애를 하다 헤어지면 실패, 결혼하면 성공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뮤지컬 ‘굿바이걸’은 12살짜리 딸이 있지만 아직도 소녀의 풋내음을 간직한 엄마 ‘폴라’가 자신의 꿈인 ‘남자에게 차이지 않는 것’을 성취하는 내용을 다뤘다.
포스터 배경의 파란 하늘 위에는 뭉게구름 같은 하얀 하트가 눈부시게 수 놓여 있다. 하트의 기다란 꼬리를 보면 ‘남자들의 입술이 움직이면 거짓말이 시작된다’라는 카피가 걸려있다. 또 그 아래에는 뮤지컬 팬들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스타 정성화와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화사한 미모를 과시하는 하희라가 한 이불을 덮고 누워 있다.
저 남자, 무슨 잘못을 한 걸까? 새침하게 살짝 미소까지 띤 여자의 당당한 표정과는 대조적으로 남자는 입을 헤 벌린 채 놀라 자빠질 듯 토끼 눈을 뜨고 손을 들어 항복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 얼굴이 꼭 얼빠진 사람 같다. 맙소사. 도대체 남자는 입술로 무슨 죄를 지었기에 저렇게 꼼짝없이 항복을 외치고 있는 걸까.
“뻔하지. 하룻밤 사고 쳐서 저런 신세가 되었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입을 열지 말자. 그런 생각은 당신이 보통의 상상력을 가진 보통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저 사람은 자신이 몰고 온 사랑이라는 거대한 행적에 스스로 놀라고 있는 중이진 않을까? 마치 비행기가 하늘을 가르며 구름모양의 하얀 궤적을 남기 듯 자신도 모르게 떨어뜨린 사랑에 압도되어 아무도 시키지 않은 항복을 외치고 있는 상태일지 누가 또 아는가. 괜히 덩달아 긴장하지도 말자. 당신의 의문은 단순한 저 남자를 공연히 혼란 속에 빠뜨릴 지도 모른다. 저 사람의 흥분과 놀람은 시간이 흐르면 차차 진정되고 사그러 들 것이다.
손들어 꼼짝 마! 항복하는 남자는 행복할지라.
싱글맘 ‘폴라’의 마음을 녹인 남자 ‘엘리엇 가필드’가 항복을 하게 된 사연을 확인하고 싶다면 백암아트홀에서 열리는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굿바이걸’을 찾길 바란다. 공연은 6월 15일까지 이어진다.
연분홍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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