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탄의 흔적으로 보이는 중앙의 작은 구멍. 그 구멍을 중심으로 깨진 유리처럼 조각나 있는 포스터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스냅사진처럼 박혀있다. 빨간색으로 선명하게 써 있는 어쌔신이라는 글씨에서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글자 위로 어렴풋이 남아있는 총탄의 잔흔은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킨다.

어쌔신(assassin). 이들은 도대체 누구를 암살한 걸까? 정면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오른쪽 제일 위쪽에 자리한 남자의 얼굴에서는 단호함이 느껴진다. 총을 들고 있는 또 다른 두 남자와 소심해 보이는 듯한 인상의 안경 낀 남자, 보헤미안 풍의 앳된 얼굴을 한 여자와 커트 머리를 한 중년의 여인 등 뭔가 특별해 보이는 듯 하지만 남다를 것 없는 그들의 모습은 쓸쓸한 여운을 남긴다.

모노톤으로 적당히 처리된 명암과 중점적으로 부각된 이 없이 조그마하게 실린 사진들. 이들의 외양은 사회에서 고립돼버린 아웃사이더를 떠올리게 한다. 사회에 편입되길 원했지만 늘 변방에 존재해야만 했던 그들의 표정에서는 일말의 고독감마저 엿보인다.

‘총을 들어! 그럼 넌 주목받을거야!’의 글귀는 이들의 생(生)이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음을 역설한다. 총을 들어야만 주목받을 수 있는 이들의 삶. 그리고 역사의 저편으로 아스라이 사라져간 그들의 삶은 보통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 자신의 자화상일지 모른다.

가끔은 주목받는 생을 꿈꿨던 이들의 마지막 경고, 뮤지컬 ‘어쌔신’은 9월 26일에서 11월8일까지 신촌 더 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박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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