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이 풀어헤쳐진 채로 고요히 누워있는 여자. 여자의 두 눈은 감겨져 있고, 가슴에는 그녀의 손이 조심스레 놓여있다.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창백한 여자의 낯빛. 그녀의 길고 까만 머리카락은 석고상처럼 하얀 그녀의 얼굴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두 눈을 꼭 감은 채 여자에게 입맞춤하려는 남자. 여자처럼 앳된 얼굴의 그는 가슴에 얹혀있는 여자의 손을 꼭 잡고 있다. 자신의 입맞춤으로 누워있는 여자에게 숨을 불어넣어주려는 듯 남자의 입맞춤에서는 여자의 손을 부여잡은 것만큼의 간절함이 느껴진다.

이들 주위를 아우르고 있는 환한 빛은 이 앳된 두 연인들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영원히 박제해버릴 것만 같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인 사랑을 연상케 하는 포스터 아래로는 ‘국립발레단 왕자호동’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자리하고 있다.

국립발레단? 흔히 보아왔던 발레공연의 포스터와는 확연히 다른 국립발레단의 ‘왕자 호동’ 포스터는 여느 다른 뮤지컬이나 연극 공연의 포스터로 착각할 법한 요소가 두드러진다. 발레의 내용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포스터의 외양은 기존의 공연과는 차별화된, 특별한 무대를 선사하리라는 기대감을 품게 한다.

왕자호동과 낙랑공주의 운명적인 사랑이야기, 국립발레단의 발레 ‘왕자호동’은 오는 11월 18일에서 22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박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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