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리뷰] 벤치에 앉아 종이잔을 든 채로 호탕하게 웃고 있는 두 사내. 희끗한 머리칼들로 봐서 초로를 훌쩍 넘긴 나이인 듯하다. 의자 가운데 소주병이 놓여 있는 걸 보니 얼큰하게 한 잔씩 걸친 눈치다. 우연의 일치인지 둘의 입모양은 하나같이 ‘캬!’를 외치고 있다.
국방색 모자와 양말을 신고 있는 왼쪽 사내는 남루한 옷차림을 하고 있다. 어디서 떠돌다온 듯 구김 많은 셔츠와 곧 구멍 나버릴 것만 같은 양말은 그의 형편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반해 오른쪽 사내는 한껏 모양을 낸 차림이다. 양복 재킷에 스카프, 주머니에는 손수건까지 꽂혀있다. 머리에도 무스로 잔뜩 힘을 줬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의 조합은 왠지 모르게 조악하고 우스꽝스럽다. 전성기가 지나도 한참 지난, 한물간 건달의 행색이다.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는 걸쭉한 입담과 풍자가 가득하다. 이 작품은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도둑의 입을 빌어 해학적으로 그려냈다. ‘명박이는 아직도 섭섭해~’나 ‘휠체어타고 마스크 쓰고 나오면 죄다 풀려나데~’ 등의 대사는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범상치 않은 이 두 사내의 대작(對酌)속에는 과연 어떤 사연이 숨어있을까. 두 사내의 요절복통 사연은 오는 11월 1일까지 대학로 상명아트홀과 코엑스아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


박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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