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중년의 남자가 금방이라도 코끝에서 주저앉을 것만 같은 안경 너머로, 침묵을 지키고 있는 다른 남자를 관찰하고 있다. 포스터에는 두 남자의 얼굴을 한 가득 담은 사진만이 있을 뿐, 이를 설명할 만한 문구는 찾아 볼 수 없다. 단지 빛바랜 ‘뉴욕 안티고네’라는 묵직한 검은 글씨만이 이 공연의 무거운 공기를 대변한다.
마모된 안경과 곳곳에 구멍이 난 장갑을 보아 빨간 머리의 사내는 거리를 방황하는 노숙자같다. 그 옆에 눈을 지그시 감고 목덜미가 검게 그을린 사내 또한 그러하다. 부스스한 붉은 머리와 히끄무리한 눈썹과 수염, 그리고 의아스런 남자의 표정은 살짝 우스꽝스런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옆에 보이는 남자는 숨소리가 느껴질 만큼 근접한 빨간 머리 사내의 시선에 개의치 않는 듯 눈을 감고 있다. 흙먼지를 잔뜩 머금은 모자를 덮고 기울어져 있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 평화로워 보인다. 하지만 그의 눈은 피멍이 든 것 마냥 검붉게 물들어 있다. 마치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 같은 섬뜩함 마저 느껴진다. 두 사람 뒤에는 칠흑 같은 검은 어둠이 깔려 있다. 이는 소외된 이들의 답답하고 무기력한 심정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하다.
‘뉴욕 안티고네’는 폴란드 극작가 야누쉬 그오바츠키의 작품으로, 소포클레스의 희랍극 ‘안티고네’의 대결구도를 오늘날 ‘팍스 아메리카’라고 말할 수 있는 21세기적 새로운 지형도 속에서 새롭게 해석해낸 연극이다. 이 작품은 3명의 다국적 노숙자들이 뉴욕이라는 잿빛 도시에서 공권력에 대항하여 벌이는 소박하면서도 처절한 투쟁을 그려낸다.
파랗게 질린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는 사내. 그리고 그를 미심쩍게 바라보는 거리의 방랑자. 뉴욕을 정처 없이 배회하는 이들에게 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이 모든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오는 2월 5일부터 3월1일까지 산울림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뉴욕 안티고네’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예린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평택아트센터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성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