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시가 생각난다. 드라마 ‘대장금’을 봤던 사람이라면 어린 장금이의 그 유명한 대사 ‘홍시 입니다’를 어찌 잊겠는가. 똘망똘망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오물오물 거리던 장금이가 귀신같이 집어낸 재료 홍시. 포스터 바닥에서부터 서서히 퍼져나가는 홍시 색깔의 배경이 기억 속 장금이를 불러내는 것만 같다.
얼굴선이 고운 저 여인은 분명 장금이일 터. 수랏간 나인에서 의녀로,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장금의 인기가 우리나라를 뛰어넘은 지는 오래됐다. ‘대장금’의 인기가 공간적 한계 없이 너무 넓어서일까. 포스터 속 장금이는 속이 없이 텅 비어있다. 최소한의 윤곽만 있을 뿐 안과 밖의 경계가 없다. 다만 붉은색과 노란색의 혼합인 주황색만이 장금이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러고 보니 주홍빛이 장금이의 마음과 꼭 닮아 보인다. 열정의 빨강과 따뜻한 노랑, 그리고 그 두 색이 섞인 주황. 궁에서 나와 갖은 의술을 익히며 결국 최고의 의녀로 거듭난 장금이를 색깔에 빗대자면 열정과 따뜻함이 녹아있는 주황이리라.
장금의 형상을 그려내는 굵은 선은 단청을 나타내는 색들로 채워져 있다. 그러고 보니 오른쪽 상단에 붓이 떨어뜨려 놓은 자줏빛 한 방울이 보인다. 그리고 그 위에 적힌 두 글자 ‘고궁’. 장금이를 그리고 있는 선이 단청으로 이뤄진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단청의 우아함과 정교함을 닮은 장금이와 경희궁에서의 공연이라……․ 딱 맞는 신발을 신은 듯 잘 어울려 보인다. 가을밤과 경희궁, 그리고 뮤지컬 ‘대장금’, 보름달마저 환하게 비춰줄 것만 같다. 뮤지컬 ‘대장금’은 9월 5일부터 30일까지 경희궁 숭정전에서 만날 수 있다. (9월 5일~9월 30일, 오후8시(일 쉼), 경희궁 숭정전, R석 5만원 S석 3만원)
박혜진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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