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미오 뒤에 꼬랑지처럼 달라 붙는 이름, 로미오의 영원한 그녀 줄리엣을 싹둑 잘라낸 여인이 있었다. ‘꿍’하고 로미오에게 찰싹 달라붙어있던 줄리엣을 떼어낸 굴러들어온 돌은, 바로 베르나뎃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소유주였다. 로미오&줄리엣이 아니고 로미오&베르나뎃이란다. 죽음까지 감내할 만큼 영원불멸의 사랑을 약속하던 로미오와 줄리엣도 500년 가까이 한 이불 덮고 자다 보면 사랑이 식을 수 밖에 없나 보다.
포스터 하단의 저 남자, 실루엣에 불과한 모습이지만 한 눈에 누군지 알 듯하다. 쫑긋 묶은 머리, 민망할 정도로 쫀쫀한 모양새의 바지, 허리춤에 길게 찌른 칼을 보아하니 로미오가 분명하다. 게다가 아직도 저 버릇을 버리지 못했나? 무릎까지 꿇은 채 장미 한 송이 들고 서 있는 저 폼은 이수일과 심순애도 콧방귀를 껴 줄만큼 구닥다리 구애방식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이제, 포스터 위쪽에 서있는 저 여인의 실루엣을 한번 바라보자. 짧게 친 미니스커트와 높은 하이힐, 지성미가 돋보이는 단발과 호리호리한 자세, 이곳 저곳에서 패션리더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아마도 그녀가 베르나뎃인 듯 한데…….
과연 이 둘, 대체 무슨 사연이길래 로미오&베르나뎃이라는 듀엣을 결성한 것일까? 분명 포스터에는 “500년간 간직해온 로미오의 줄리엣을 향한 사랑의 세레나데”라고 적혀 있는데, 줄리엣이 아니고 베르나뎃이라니 이 어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란 말인가.
게다가 하나 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은 손수건 하나로도 모자랄 만큼 가슴을 헤집는 비극의 이야기였음에도, 여기 이 ‘로미오&베르나뎃’의 포스터에는 이렇게 써있다. “세익스피어도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웃.었.다”라고 말이다. 어, 이거 코미디였어? 어라 그러고 보니 ‘로맨틱 코믹 뮤지컬’이라고 써있는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어떻게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코미디의 영역으로 끌어왔단 말인가. 아름다운 고전으로 취급 받아온 로미오와 줄리엣의 명예를 이토록 훼손하였으니 그 죄를 엄중히 물어야 하겠다.
대체 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찌하여 로미오와 베르나뎃이 만났으며, 과연 이 둘은 어떤 로맨틱과 어떤 코미디를 보여줄 지 궁금하지 않은가? 지금 당장 ‘로미오&베르나뎃’이 공연중인 광진문화예술회관 나루아트센터 대극장을 찾아가 보자. 김법래, 최성원, 원종환, 오지연이 출연하는 ‘로미오&베르나뎃’은 8월 10일까지 공연된다. (7월 4일부터 8월 10일까지, 평일 오후 8시 / 토요일 오후 3시, 7시 / 일, 공휴일 오후 2시, 6시 / 월 쉼)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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