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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이 영월의 사라진 장소와 그곳을 살아간 존재들의 기억을 혼합현실(MR) 퍼포먼스로 되살린다.
국립현대무용단(단장 겸 예술감독 차진엽)은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강원 영월 마차갤러리에서 안무가 송주원의 ‘자리와 주름: 영월’을 공연한다.
‘자리와 주름’은 사라졌거나 사라져가는 존재를 함께 기억하고 애도하는 혼합현실 퍼포먼스 시리즈다. 인간과 비인간 존재 모두를 살아 있는 존재로 바라보고 상실과 소멸, 멸종과 죽음을 통해 공동체가 함께 기억하고 애도하는 경험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작품에서 ‘자리’는 존재와 얽힘이 발생하는 공간을 뜻한다. ‘주름’은 시간 속에 새겨진 기억의 무늬이자 신체가 만지고 읽는 표면을 의미한다. 작품은 ‘죽음의 자리’와 ‘자리의 죽음’, ‘기억의 자리’와 ‘애도의 자리’를 오가며 사라진 장소와 존재의 흔적을 관객 앞에 펼쳐놓는다.
특히 관객은 객석에서 공연을 바라보는 데 머물지 않는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오가며 물리적 공간과 가상세계를 가로지르는 플레이어이자 퍼포머가 돼 작품에 직접 참여한다.
지난 6월 군산회관에서 선보인 ‘자리와 주름: 군산’은 지역의 공간과 기억을 작품에 녹여낸 구성으로 호응을 얻었다. 관객이 공연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점과 지역에서 촬영한 영상, 향 등 다양한 감각적 요소를 활용한 연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송주원 안무가는 작품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장소를 단순히 과거의 사건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이 지금 우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영월 공연을 위해 송 안무가는 오랜 시간 지역에 머물며 사라진 장소와 그곳에서 살아간 존재들의 흔적을 살폈다.
‘자리와 주름: 영월’은 석회석과 석탄, 텅스텐을 품은 영월의 지층과 물길, 이를 따라 살아온 사람들의 삶에서 출발한다. 사람들이 떠난 지 오래된 상동광업소 광부 사택과 굳게 닫힌 영월광업소 갱도에서 흘러나오는 물, 아이들이 떠난 연상분교장 등 지역 곳곳에 남아 있는 흔적을 작품 속으로 불러들인다.
오랜 시간을 품은 나무와 광부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탑, 누군가 쌓아 올린 돌 등도 작품을 구성하는 중요한 기억의 매개체가 된다. 이를 통해 한때 사람들의 삶으로 가득했던 장소가 사라지고 변화하는 과정과 그곳에 남은 기억을 들여다본다.
공연이 펼쳐지는 마차갤러리 자체도 작품의 의미를 더한다. 이곳은 과거 탄광촌에 식수를 공급하던 상수도 시설이었으나 리모델링을 거쳐 문화공간으로 재생됐다. 한 시대의 생활 기반시설이었던 공간이 이번 공연을 통해 다시 ‘기억의 자리’이자 ‘애도의 자리’로 변화하는 셈이다.
관객들은 HMD(Head Mounted Display) 기기 등을 활용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영월 곳곳의 시간과 흔적을 마주한다. 자신의 손과 눈으로 공간의 ‘주름’을 살피면서 사라진 존재를 기억하고 기리는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공연 개막 전날인 9월 16일에는 ‘자리와 주름: 영월’ 오픈 리허설도 진행한다. HMD 기기를 통해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작품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으로 13세 이상 현대무용에 관심 있는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참가 신청은 국립현대무용단 홈페이지에서 선착순으로 받는다.
9월 17일부터 19일까지 일별 세 번째 회차인 오후 7시 공연이 끝난 뒤에는 창작자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마련된다. 해당일 공연을 관람한 관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공연은 전석 무료이며 국립현대무용단 네이버 예약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현대무용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한편 안무가 송주원은 현대무용을 기반으로 퍼포먼스와 무빙이미지를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특정 장소에 대한 리서치를 토대로 매체와 관객, 신체가 교차하는 시간과 공간을 재구성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도시공간 무용 프로젝트 ‘풍정.각(風情.刻)’ 시리즈를 비롯해 ‘20▲△(이십삼각삼각)’, ‘바스락’ 등 VR·MR 기술을 접목한 퍼포먼스를 통해 가상과 실재의 경계를 탐구해왔다.
사진 제공_국립현대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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