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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문극장 2026: 신분류학, 연극 '모어 라이프'더 많은 삶(More Life)은 더 나은 삶인가?

두산아트센터는 ‘두산인문극장 2026: 신분류학’ 공연 프로그램으로 연극 ‘모어 라이프 More Life’를 지난 1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선보였다.

오늘날 인류는 노화와 죽음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세계적인 테크 기업들은 인간의 정신적·육체적 한계를 넘어서는 ‘트랜스휴머니즘’ 연구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유한한 생의 개념 자체가 흔들리는 시대를 상상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무한한 삶이 가능해진 미래에도 인간이라는 존재의 정의는 여전히 유효할까.

연극 ‘모어 라이프’는 2025년 영국 로열 코트 씨어터(Royal Court Theatre)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인공 신체를 통해 되살아난 여성 ‘브리짓’의 이야기를 그린다.

2026년 자율주행차 사고로 사망한 브리짓은 뇌를 연구소에 기증하게 되고, 이후 반세기 동안 인류는 급격한 기술 발전을 이룬다. 그리고 2074년, 브리짓은 새로운 인공 신체 속에서 다시 깨어난다. 숨 쉬지도, 먹지도, 잠들지도 않는 몸 안에서 그녀의 의식은 여전히 늙고 쇠락했던 인간의 기억과 감각을 간직한 채 존재한다. 브리짓은 끝없이 이어지는 삶 속에서 인간다움의 의미를 다시 묻기 시작한다.

작품은 극단 칸딘스키 씨어터(Kandinsky Theatre Company)의 로런 무니와 제임스 예이트먼이 집필했다. 두 극작가는 실제 ‘브레인 업로딩’ 기술과 초부유층 중심의 미래 기술 담론을 리서치하며, 죽음을 극복한 이후의 인간 존재를 상상했다. 이들은 “현대 기술은 상실과 불편함이 없는 세상을 약속하지만, 기술 발전이 언제나 모두를 위한 결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라며 작품을 통해 삶과 인간 존재의 본질에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고 밝혔다.

‘모어 라이프’는 죽음 이후 데이터로 복원된 존재를 과연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더 나아가 이전의 ‘나’와 동일한 존재로 볼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실험을 주도한 빅터 박사는 브리짓이 과거의 브리짓과 동일 인물임을 증명하기 위해 48년 전 남편 해리를 불러낸다. 두 사람은 서로의 기억을 통해 연결되지만, 기억만으로 ‘나’라는 존재를 완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된다. 해리는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무너지고, 브리짓은 새로운 존재로서의 삶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공연 프로그램북에 참여한 정재승 KAIST 교수는 “내가 나라는 감각은 단순히 뇌 속 기억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의식은 뇌와 몸, 그리고 세계가 만나는 접점 전체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하며 “더 긴 삶이 정말 더 나은 삶인가, 아니면 삶의 조건이 해체된 이후에도 연장만을 욕망하는 현대적 강박인가”라는 질문을 던다.

이번 한국 초연은 연극 ‘젤리피쉬’로 2025년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한 민새롬 연출가가 맡았다. 민 연출은 기술적 미래상을 시각 효과에 의존하기보다 배우의 몸과 언어, 호흡, 그리고 마이크를 활용한 수공적인 감각으로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무대에는 6명의 코러스가 등장해 단순한 설명자가 아닌 작품 전체의 리듬과 호흡을 이끄는 살아있는 구조로 기능한다. 무대 중앙의 작은 단상은 미래 사회의 아이러니와 불안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활용되며, 금속 질감의 벽과 그 틈 사이로 스며드는 빛은 미래 세계의 낯설고 공허한 감각을 시각화했다.

민새롬 연출가는 “‘모어 라이프’는 죽음 이후의 삶을 상상하지만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집요하게 묻는 작품”이라며 “관객들이 기술의 미래를 넘어 ‘나’라는 존재를 무엇이 유지시키는지 질문하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공연은 작품에 대한 확장된 논의를 위해 두 차례 관객과의 대화를 마련한다. 지난 2일에는 김수아 번역가가 참여해 희곡과 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지난 3일에는 정재승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가 참여해 미래 사회 속 인간의 정의와 기준을 주제로 대화를 이어갔다.

사진 제공_두산아트센터

뉴스테이지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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