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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앙 젤레르 심리 스릴러 연극 '더 마더' 개막정애리 배우, 48년 연기 인생 가장 위태로운 얼굴로 돌아온다.

제작사 스튜디오 반은 오는 29일부터 6월 7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연극 ‘더 마더(THE MOTHER)’를 공연한다.

‘더 마더’는 영화 ‘더 파더’로 제93회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한 프랑스 극작가 플로리앙 젤레르의 ‘가족 3부작’ 출발점이 되는 작품이다. 가족이라는 가장 익숙한 관계 안에서 벌어지는 상실과 고립, 기억의 왜곡을 통해 현대인의 심리적 붕괴를 집요하게 그려낸 심리극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번 공연은 배우 정애리의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으로 개막 전부터 주목받고 있다.

수십 년간 드라마와 무대를 통해 ‘따뜻한 어머니’, ‘신뢰의 얼굴’로 기억돼 온 정애리는 이번 작품에서 상실과 집착,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서서히 무너져가는 여자 ‘안느’를 연기한다.

안느는 평생 가족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온 인물이다. 하지만 아들은 독립해 연인의 곁으로 떠나고, 남편은 점점 낯선 사람처럼 변해간다. 텅 빈 거실 속 홀로 남겨진 안느는 기억과 현실의 경계가 뒤섞이는 심리적 미로 속으로 빠져든다.

“모두가 나를 속이고 있어. 나만 빼고 모두가…”

작품은 같은 장면과 대사를 반복하면서도 미세하게 뒤틀어 보여주는 플로리앙 젤레르 특유의 비선형 구조를 통해 관객을 안느의 불안정한 의식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강선 연출은 “이번 공연에서 관객을 안느의 거실이 아닌 ‘안느의 머릿속’으로 초대하고 싶었다”며 “무대 위 가구의 위치가 조금씩 바뀌고, 빛과 그림자가 뒤섞이며, 같은 대사가 다른 질감으로 반복될 때 관객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인지 망상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애리 배우는 관객에게 따뜻함과 신뢰를 주는 배우지만, 바로 그 익숙한 얼굴이 조금씩 균열되는 순간이 이 작품의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의 핵심 시각 모티프는 ‘붉은 드레스’다.

하얗고 텅 빈 공간 속에서 유일하게 강렬한 색으로 존재하는 붉은 의상은 안느의 불안과 욕망, 사라져가는 자신을 붙잡으려는 마지막 몸부림을 상징한다. 프로그램북과 메인 비주얼 역시 흑백 공간 속 붉은 드레스만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제작돼 작품의 심리적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해외 언론 역시 작품에 대해 호평을 이어왔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관객은 안느의 머릿속이라는 미로에 갇히게 된다”고 평했으며, 르 몽드는 “기억의 부패를 음악적 리듬으로 치환한 비극적이고도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가디언은 “상실의 소음이 들리는 정적”, 뉴욕타임스는 “구조적 미로가 선사하는 공포”, 미국 버라이어티는 “모성이라는 이름의 성벽과 감옥”이라고 호평했다.

김용운 협력연출은 배우의 감정선과 무대 리듬을 다듬어온 창작 스태프로,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심리극 특유의 호흡을 이강선 연출과 함께 섬세하게 조율하며 작품 완성도를 높였다.

이번 공연에는 정애리를 비롯해 배우 김승욱, 가은, 서진원이 출연한다. 김승욱은 안느의 현실과 망상의 균열을 만들어내는 남편 피에르 역을 맡아 서늘한 존재감을 선보이며, 서진원은 어머니의 사랑과 독립 사이에서 흔들리는 아들 니콜라를 연기한다. 가은은 안느의 불안을 자극하는 젊음의 환영 같은 존재 엘로디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사진 제공_스튜디오 반

뉴스테이지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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