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민족만큼 한(恨) 많은 민족이 또 있을까? 우리네 조상들은 침략의 역사 속에서 저마다 한 많은 인생사를 가지고 한 떨기 꽃처럼 사그라져갔다. 하지만 다시 재밖에 남지 않는 그 땅에서 새빨간 꽃이 피어오르고 있다. 1930년 경성의 거리에서 그들의 사랑과 예술적 혼의 역사가 창작무용극이라는 이름으로 무대로 떠올랐다. 자, 포스터 안에서 우리의 질곡 많은 인생사를 하나, 하나 풀어가보자.
무용극 ‘경성, 1930’ 포스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京城, 1930’이라는 새빨간 서체이다. 그냥 빨간색도 아니고 그야말로 새 빨간색이다. 게다가 한 글자, 한 글자에 혼이 담긴 듯 무언가 사연이 있어 보인다. 사실 이 서체는 ‘열암 송정희 선생’의 작품으로 그의 서체는 혼란기속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준 우리 전통적 예술적 혼이 담겨있다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京城, 1930’이라고 쓰여진 그의 서체는 한 글자, 한 글자에 우리의 질곡 많은 역사를 그대로 머금은 듯 금방이라도 피가 뚝뚝 떨어질 것만 같다.
이 포스터의 가장 단적인 색감의 대립은 포스터의 전체적인 검정색 배경과 ‘京城,1930’이라는 빨간색 글씨이다. 포스터의 검정색 배경은 마치 우리나라의 침략의 역사, 곧 암흑시대를 뜻하는 듯하다. 게다가 그 위의 검정색과 대조되는 빨간색 글씨는 우리 조상들이 흘린 숭고한 희생을 대변하듯 붉게 타오른다.
또한 ‘경성’은 ‘서울’의 전(前)지명이름으로, ‘경성,1930’은 1930년대에 경성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는 ‘질곡의 삶을 살다 간 한 여인의 아리랑’이라 쓰여 진 문구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포스터의 하단에는 흑백의 배경 속에서 잘생긴 청년이 미소를 머금고 있다. 또한 오른쪽에는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매혹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는 두 여인네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경성, 1930’에서는 한 남성과 두 여성이 서로 얽혀 삼각관계의 사랑의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 추측해 볼 수 있다.
우리네 조상들은 한 많은 인생사를 예술로 승화시키곤 했다. 한국무용 역시 우리의 한이 담긴 춤으로써, 손짓 하나, 발짓 하나에 호흡과 혼이 담긴 춤이라 불리운다. 포스터의 위쪽을 보면 ‘서울시 무용단 정기공연’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무용과 극이 합쳐진 이 공연은 ‘춤’이라는 장르를 통해 우리 조상들의 가슴 속 깊이 응어리진 한을 춤이라는 예술장르 속에서 속사포처럼 풀어내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무용극 ‘경성, 1930’은 2008년 4월 24일(목)부터 25일(금)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을 마쳤다.
이종미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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