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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화가 오정일이 분수의 물줄기 속에서 인간의 형상을 포착해 낸 독창적인 회화 작업을 선보인다.
오는 5일까지 삼일로창고극장 내 새롭게 문을 여는 ‘스페이스 삼일로’에서 열리는 이번 개인전의 타이틀은 ‘순간, 몸이 되다(A Moment Becoming Body)’다.
오정일 작가의 화면은 물을 그리되 물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분수의 물줄기가 솟구치고 무너지는 흐름 속에서 우연히 인체를 닮은 구조가 형성되는 ‘찰나’에 주목한다. 작가에게 이 형상은 인체의 재현이 아니라 압력과 중력, 빛의 조건이 균형을 이루며 비로소 ‘몸처럼 보이기 시작하는’ 임계의 순간이다.
전시 작품 속 형상들은 서 있는 인체를 연상시키면서도 동시에 격렬하게 붕괴되는 상태로 존재한다. 형태는 생성과 동시에 해체되며, 생성과 소멸은 분리되지 않은 채 하나의 화면 안에 공존한다. 작가는 이 긴장과 진동의 순간을 회화로 고정함으로써 정지된 이미지 속에서도 끊임없이 흐르고 무너지는 존재의 운동성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스페이스 삼일로 개관을 기념하는 ‘스페이스 삼일로 초대작가 개관전시’의 첫 번째 프로그램이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 공연예술의 중심지였던 삼일로창고극장이 시각예술을 포용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확장되며 선보이는 첫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전시는 공간의 역사성과 현대미술의 감각을 결합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윈도우 갤러리부터 1, 2층 전관을 활용해 중·소형 작품과 대형 회화를 리듬감 있게 배치했다. 특히 전시장 한편에는 작가가 에스키스 과정에서 직접 촬영한 분수의 슬로우 영상을 무한 루프로 상영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평면 회화가 탄생한 시간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경험하며 ‘존재란 잠시 유지되는 균형’이라는 작가의 사유를 공유하게 된다.
오정일 작가는 “우리가 단단하다고 믿는 육체 역시 끊임없이 변화하는 흐름 속에 있으며 물과 다르지 않은 조건 위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그의 작업은 고정된 실체가 아닌 시간 속에서 잠시 형성되는 ‘잠정적 구조’로서의 존재를 사유하게 한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한 오정일 작가는 2003년 첫 개인전 이후 서울시립미술관, 영국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 이스라엘 소더비 등 국내외 주요 무대에서 활동해 왔다. 그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과 스위스 줄리어스 베어(Julius Bär) 등 주요 기관에 소장되어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공연 관객과 미술 애호가 모두에게 새로운 예술 경험을 제안하며 4월 5일까지 이어진다. 이후 스페이스 삼일로에서는 3인의 작가가 참여하는 후속 전시가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 제공_삼일로창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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