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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희 포토스케치] 코스모스 정신으로 세상을 보다

 

가을 공터에 코스모스가 뿌리를 내려 첫 꽃을 피웠다. 하늘이 지상에 처음으로 만든 꽃이 코스모스이다. 물 없는 하늘을 유영하는 붉은 고추잠자리의 투명한 날개만큼 순수하고, 시냇물에 맑게 비치는 구름자국처럼 수수한 것이 코스모스이다. 그 코스모스를 닮은 자가 박준희 안무가이다. 얼마 전 잠실대교에서 이 시대의 데카당스를 코스모스 정신으로 세상과 교감를 했다. 많은 관객들은 형광등 불빛처럼 번쩍거리는 눈빛으로 박준희의 몸과 소통하며 또 다른 하늘을 떠안고 응시했다.
가을 공터는 오랜 시간동안 주인이 없었다. 칠성사이다 빈병이 윙윙 바람의 소리를 갉아먹기도 했고 쪼그러진 빈 맥주캔이 바람에 채여 이리저리 뒹굴기도 했고 나무토막에 박힌 녹슨 못이 젊은 날 생채기를 못 빼 가을내내 슬픈 얼굴로 꽁초를 피우기도 했고 잡초는 공터 귀퉁이에 덩그러니 앉아 첫사랑의 이름을 땅바닥에 낙서하며 홀로 고독을 긋고 있었다.
그 공터에 프랑스에서 박준희가 왔다. 박준희는 프랑스 생활 내내 코스모스 씨앗을 품고 살았다. 박준희는 그 공터에 코스모스를 심었다. 바람이 불 때면 학춤처럼 긴 그리움으로 하늘에 커다란 원을 그어 세상의 마음을 모으고 밤이 되면 자기 안의 속울음들을 끌어 모아 도깨비불처럼 영혼의 잔치를 베풀어 주었다. 마침내 박준희가 그 공터의 주인이 되었다.


sugun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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