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라면 한 번씩은 다녀와야 하는 군대, 그곳은 가슴 뭉클해지는 추억부터 다시는 생각하기도 싫은 일까지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는 공간이다. 남자들이 그 시절 이야기를 마치 무용담처럼 떠들면 여자들은 ‘또야!’하며 이내 한숨짓는다.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얘기는 군대 얘기, 그 중에서도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라는 우스갯소리가 떠돌 정도로 군대 얘기는 어디까지나 그들만의 이야기다. 그러나 대학로 무대에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트리기라도 하듯 군인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뮤지컬 두 편이 있다. 파란만장 군악대 뮤지컬‘바람을 불어라’와 취사병들의 축구이야기 뮤지컬‘스페셜 레터’가 그것이다.

이 두 작품은 군인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지만 각각 ‘브라스 뮤지컬’과 ‘본격명랑밀리터리뮤지컬’이라는 수식어에서 느낄 수 있듯 각각 주력하는 코드부터가 다르다.

군악대원들의 좌충우돌 내무반의 모습을 다룬 브라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는 군악대라는 특성답게 모든 배우들이 금관악기와 타악기를 연주한다. 여자 배우는 최희정 하사역의 뮤지컬 배우 조민희가 홍일점으로 등장해 여군으로서의 당차고 씩씩한 모습을 보여준다. 뮤지컬 ‘스페셜 레터’에도 여자 배우가 등장하긴 하지만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의 최희정 하사와는 그 역할이 좀 다르다. 바람이 불면 호호 날아갈 것 같은 여자‘순규’는 군인들의 관심과 추파를 한 몸에 받는 전형적인 꽃미녀형. ‘순규’는 남자들만 득시글거리는 그곳에서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군인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군인으로 등장하는 남자 배우들은 ‘순규’를 향한 애타는 마음을 노래과 춤으로 표현한다. 브라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에서 금관악기의 연주가 주된 관전 포인트였다면 뮤지컬 ‘스페셜 레터’는 절도 있는 안무와 노래가 백미로 꼽힌다.

그러나 어쩐지 두 작품은 군 소재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서로 닮아 있다. 브라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의 주인공 황상태는 휴가 갔다 들어오는 연병장에서 이런 노래를 목 놓아 부른다. ‘들어가기 싫어, 익숙해지지가 않아.’군대를 갔다 온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할법한 이 노래는 군 뮤지컬이라는 장르 안에서만 통할 수 있는 유머다. 뮤지컬 ‘스페셜 레터’도 마찬가지. 내무반 어딘가에 꼭꼭 숨겨 놓고 틈 날 때마다 아껴 보고 돌려보는 야한 잡지는 군 소재 뮤지컬엔 없어선 안될 단골 소품이다.

일반인들에게는 폐쇄된 공간이지만 군대라는 곳 안에는 서로 살 부대껴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므로 이 두 작품은 사람 사는 이야기, 즉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열이면 열 사람의 사는 방식이 다 다른 것처럼 각각의 작품이 보여주는 헤프닝의 결말 역시 다르지만 관객들은 결국 삭막한 군대, 빡센 군대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진짜 군대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브라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는 오는 9월 27일까지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에서 공연되며, 본격명랑밀리터리뮤지컬 ‘스페셜 레터’는 오는 11월 1일까지 대학로SM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